'덕후'라면 이해 할 '인디덕후'들의 이야기

[문화뉴스] 이제 덕후는 더는 조롱의 대상이 아니다.

덕후는 일본의 '오타쿠(Otaku, オタク)'를 한국식으로 바꾼 단어인 '오덕후'의 줄임말로,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취미에만 몰두하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집단을 가리킨다. 그러나 지금의 그들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아마추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문화소비층 중심에 서 있다. 특히 문화 및 콘텐츠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데, 문화의 질적, 양적 소비 측면에서 우위에 있으며 콘텐츠 연속소비라는 새로운 문화소비 방식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본 기사에서는 '인디음악 덕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상업음악의 홍수 속에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향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인디뮤지션들. 그리고 그들에게 열광하며 다양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덕질'하는 인디덕후들. 이 두 집단의 존재 방식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어디든지 공연장이 될 수 있어요."

   
ⓒ제비다방 페이스북

벨로주나 롤링홀 같은 정식 인디 공연장이 있기도 하지만, 요즘은 펍이나 카페에서도 소규모 공연이 이루어진다. 콘셉트가 분명한 작은 카페나 서점에서 게릴라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보통 공연 관람료에 술값을 포함하여 티켓을 판매하는데, 이 방식은 가게와 인디뮤지션 모두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디 공연장 겸 카페로 유명한 제비 다방의 대표 슬로건은 '무료입장 유료퇴장'이다. 현재 정기적으로 공연이 진행되는 술집이나 카페는 보통 규모가 작아서, 팬들과 뮤지션 간의 소통도 원활하다. 공간 특성상 공연을 '관람'한다는 느낌보다는 좋아하는 뮤지션과 함께 '즐긴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인디 팬들에게 인기가 좋다. 몇몇 가게에서는 음반을 비치해 놓고 판매하기도 한다. 공연을 주최하는 가게들은 대부분 SNS를 통해서 홍보한다.

내 뮤지션 홍보는 우리 덕후들이 한다!

인디뮤지션이 새 앨범이나 싱글을 내면 홍보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대부분의 인디뮤지션은 자신들의 SNS를 통해 셀프 홍보를 하고 있다. 팬들은 주로 인스타그램의 리그램, 리트윗 기능을 사용하여 홍보하는데, 특히 트위터 리트윗 시스템은 빨리 급속도로 정보가 퍼지므로 효과가 좋다.

   
ⓒ인디가수 구름 사운드클라우드

또한 대부분의 인디뮤지션들은 사운드클라우드(SOUND CLOUD)를 이용하고 있다. 곡을 쓸 때 마다 여기에 업로드하기 때문에 팬들은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사실 인디가수들은 모든 음원을 발매하는 경우도 거의 드물고, 온라인 상으로 음원자체가 유통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사운드클라우드를 많이 이용한다. 팬들은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라간 음원의 일부를 자신의 SNS를 통해 알리면서 홍보를 하기도 한다. 얼마 전 백예린과 공동 작업해 큰 인기를 끌었던 "Bye Bye My Blue"는 발매 전부터 구름의 사운드 클라우드에 업로드되어 있었으며 인디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곡이었다.

일반인과 연예인의 사이. 성공한 덕후가 되는 거 어렵지 않죠

'음악 하는 일반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팬들은 인디 가수들에게 그다지 큰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찾아가서 얼굴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한마디로 '팬 활동 할 맛이 나는' 환경이다. 홍대에서 인기 좋은 그룹 '밴드 코로나'의 경우 공연장마다 여성팬을 몰고 다니는데, 공연이 끝나고 팬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디덕후들의 지속 가능한 덕질에 박차를 가하는 지점이 여기가 아닐까.

음반 제작도 다양한 방식으로

 

   
ⓒ한류문화인진흥재단

인디 음반 제작은 실제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장민우의 솔로 앨범 발매도 한류 문화인 진흥재단에서 진행한 클라우드펀딩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프로젝트는 3일 만에 90%를 달성하는 기록을 보이며 인디 팬들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인디뮤지션 박나비의 1집 또한 얼마 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처럼 인디 팬들은 후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음반 발매 과정에도 실질적으로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상업 음악의 경우 유통되는 음반을 수동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지만, 인디음악은 실제로 음반 발매에 참여할 수 있다는 특이점을 가진다.

이처럼 '인디덕후' 들은 인디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 향유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인디음악이 수면으로 떠오른 이후, 밴드 중심의 인디음악이 대부분이었던 시절을 지나, 지금의 인디음악은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록밴드, 핑거스타일 기타 중심의 1인 뮤지션, 재즈, 포크, 삼바 등 색깔이 확실한 음악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 말은 곧 인디음악이 대중음악의 새로운 대안이라는 말이 된다. 인디덕후들은 어떠한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들의 팬 활동 또한 독특하고 생산적이며, 새로운 소비 트랜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문화뉴스 박소연 인턴기자 soyeon0213@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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