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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모두 인정할 명작은 아니어도 누군가에겐 명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2008년 초연 이후 계속 공연되는 작품으로 실제 '총각네 야채가게'의 성공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작품에는 정직한 세상을 꿈꾸는 '대장' 태성을 필두로 그의 친구이자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엘리트 출신 '민석', 부모님 등쌀에 못 이겨 해외로 도피 유학을 다녀온 버클리 유학파 '윤민', 호스트바 출신으로 병든 할머니를 모시는 '지환', 군 전역 후 야채가게를 바로 찾아온 패기 있는 '철진'까지 다섯 명의 인물이 등장해 각자의 꿈과 좌절, 고민과 우정을 나눈다.

이 작품에서 캐릭터의 면면을 상세히 봐야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곧 '총각네 야채가게'를 의미한다고 봐도 좋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승전결의 구조를 통해 주인공의 욕망을 보여주고 이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라면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그러한 구조는 얕게 작용한다. 왜냐면 이미 그들의 꿈인 정직한 청년이 땀 흘려 대가를 얻는 '총각네 야채가게' 자체는 만들어진 후의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은 이들의 그다음 고민을 보여주는데 2호점을 꿈꾸는 태성과 그런 태성의 주변을 돌보지 않는 모습에 지친 민석, 호스트바에서 여전히 접대를 강요받는 지환과 부모님을 이길 수 없는 윤민, 가게에서 조금 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철진까지 이들의 욕망은 이는 의식주 자체가 곤란하기보단 그 이후의 '보다 나은 삶'을 목표로 하는 요즘 청년들의 고민과도 흡사한 면이 있다.

다음으로는 작품의 빠른 템포와 재치 있는 대사가 눈에 띈다. 빠르게 치고받으며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는 이 작품 최고의 미덕으로 앞서 말한 어떤 희망적 가치를 전달하기 이전에 원초적 웃음을 자극해 극의 흥미를 끌어낸다. 다섯 명 모두의 욕망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의 성격상 극의 전개를 이끌어 가는 사건의 힘이 부족하기에 그런 면을 채워주는 대사의 힘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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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작품의 건강함을 들 수 있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청소년들이 많이 관람하는 작품이란 점 덕분인지 정신적으로 피로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로 인해 보이는 작품의 깊이가 다소 가벼워질 수도 있겠지만, 극장의 누구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건강한 뮤지컬'이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작품 특성상 여성 인물들이 조연에 그치기에 사모님과 호스트바 마담이란 다소 평면적인 악역으로 등장하는 점이다.

그러나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모든 관객이 만족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없지만, 10명 중 '총각네'와 마음이 통한 누군가에겐 큰 고래 한 마리를 품게 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또 제작 과정에 있어 타 작품과 확실한 차별점을 둔 CF, 생중계 등의 마케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관객뿐이 아니라 뮤지컬 제작진들에게도 눈에 띌 작품이다. 3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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