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압도적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뮤지컬이 왔다.

뮤지컬 '팬텀'은 '레베카', '마타하리',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에 이은 EMK뮤지컬컴퍼니의 올 시즌 마지막 작품으로 2017년 2월 26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하는 작품이다.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오페라의 유령'과 헷갈리는 작품이지만, '유령' 에릭에게 더 초점이 맞춰진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과 다르게 작품이 전개된다.

※본 리뷰는 뮤지컬 '팬텀'의 주요 스토리를 직접 언급하고 있습니다.

   
 

2막의 스토리 전개는 작품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1막에서의 세팅이 충분히 되지 않은 채로 예술감독 카리에르가 에릭의 아버지임이 밝혀지는 부분이다. 관객들은 거의 틀림 없이 이 부분에서 크게 당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기자의 관람 때도 관객석이 웅성거렸다). 이후에도 극의 전개는 계속 가족 드라마로 흘러가 엔딩에 이르러서는 크리스틴과 에릭의 사랑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버지와 아들의 감동만이 남는다.

1막에서 크리스틴과 에릭, 샹동 백작의 묘한 삼각관계를 보며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했을 관객들로선 놀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자간의 사랑으로 극을 풀어내는 것 자체는 성공적이란 점이다. 여타의 비판적 작품들이 이러한 식으로 극의 스토리 전개에 있어 개연성이 부족한 장면이 끼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행동에 당위성이 부여되기 힘들었던 점을 고려하면 나은 편이다.

뮤지컬 '팬텀'은 이 부분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단적인 예를 들면 1막에서 샹동 백작이 크리스틴을 차로 데리고 나와서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 등에서 사용되는 영상 배경을 보면 단순히 제작비 절감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실물 세트와 어색하지 않게끔 꾸며져 효과적인 영상 배경 사용을 느낄 수 있다.

한국 관객층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 역시 훌륭하다. 성악가이거나 성악 기반의 곡 소화가 가능한 김소현, 김순영, 이지혜가 연기하는 크리스틴과 노래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팬텀 역의 박효신, 박은태, 전동석 등이 연기하는 작품답게 감정을 층층이 쌓아 올린 인물들이 곡 후반에 터트리는 고음은 관객의 귀를 시원하게 뚫어준다.

극 중 극으로 등장하는 오페라에서 입는 의상을 포함해 극에 등장하는 화려한 의상과 샹들리에를 떨어트리고 불꽃이 튀게 하는 엄청난 무대와 세트는 음악과 조화로운 훌륭한 비주얼을 만든다. 1막 후반, 크리스틴이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노래 솜씨를 선보이는 장면을 비롯해 '이것이 대극장 뮤지컬'이라고 보여주는 듯한 압도적인 규모의 씬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작품의 마니아들에게는 씬 곳곳에 숨어있는 팬텀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운 보너스다.

뮤지컬을 안 보는 사람들에게 '뮤지컬 한 편 볼래?'라고 한다면 이번 겨울 가장 함께 시작하기 좋은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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