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13 '마스터'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석재현 syrano63@mhns.co.kr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영화를 보면서 배워갑니다.
[문화뉴스] 이번에 '연결고리'로 소개될 영화는 올 연말 국내영화의 대미를 장식함과 함께 2016년 셔터를 내리기 위해 등장한 '마스터'가 되겠다.
 
참고로 이 영화에 출연한 이병헌과 강동원에 대해 필자가 직접 기사를 썼기 때문에 이번 편이 감회가 남다르다. '영알못' 석재현과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달하는 '마스터'편을 읽어보시라.
 
'판도라'와 '라라랜드' 2파전으로 영화관을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마스터'가 이번 주에 개봉했다. '마스터'가 이 영화들과 경쟁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ㄴ 아띠에터 석재현(이하 석) : 개봉하기 훨씬 이전부터 "또 다른 '내부자들'이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식으로 입소문이 났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예매 러시를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시사회에 이미 먼저 관람한 양 기자와 달리, 나는 개봉 당일에 영화관을 방문했는데, 이른 시각임에도(본인은 조조 영화로 보았다) 객석의 절반가량을 채웠다. 솔직히 적잖게 놀랐다.
 
'마스터'에 대해 간략하게 평가하자면, 부담 없이 보기에 좋은 '오락영화'였다. 누구나 다 아는 유명배우들이 등장하고, 쉽게 예측 가능한 권선징악 혹은 인과응보 식의 전개, 거대한 스케일, 서비스 차원에서 쿠키 영상도 2개씩이나 끼워주는 등 많은 요소를 고루 갖춘 평이한 영화다. 그래서 '판도라', '라라랜드'와 붙어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올해 개봉했던 '검사외전'이나 '럭키'처럼 분위기만 잘 탄다면 수백만 명 관객동원도 문제없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캐스팅 때문이라도 이 영화는 '겨울 스크린 시장'의 핫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를 마셔야 하는' 이병헌이 간만에 악역을 연기하면서, 상황과 상대에 따라 톤을 바꿔 가는 면모를 보며 '연기 천재'라는 말밖엔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가려진 시간'이 주춤했더라도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등으로 충무로에서 요즘 핫한 강동원이 나온다. 또한, 2년 전 겨울, '기술자들'에서 원맨쇼를 펼친 김우빈도 한 몫을 단단히 한다.
 
여기에 조연은 어떠한가?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오열 연기를 인상적으로 펼친 엄지원이 본인도 만족한 '터프한 형사'를 맡았고, 지난달 청룡영화상에서 큰절을 올린 '1억 요정' 오달수도 건재한 모습을 보여준다. 회장의 오른팔인 '김엄마' 역의 진경도 자기의 역할에서 굳건히 등장한다. 스타 캐스팅과 더불어 시국을 반영한 이야기가 들어가니, 이 겨울에 분노가 필요한 국민이라면 보러 가지 않겠나? 
 
   
 
두 사람 다 생각보다 '마스터'에 대한 평이 의외로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면서 불편하거나 아쉬웠던 점이 있었는지 알려달라.
ㄴ 석 : '마스터'의 러닝타임이 총 143분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생각이 들었다.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치곤 너무 뻔한 전개 아닌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마스터'는 누구나 예측하기 쉬운 줄거리라서, 그걸 압축하여 극대화하기보다는 지겹게 듣다가 늘어진 테이프처럼 내용을 너무 길게 늘어뜨렸다.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가지치기해서 러닝타임을 줄이는 동시에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거 언제 끝나나?' 틈틈이 손목시계로 체크할 정도였다.
 
이 영화의 전개만큼,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 등에 있어 전혀 반전 포인트가 없다. 착한 놈은 처음부터 끝까지 착한 놈, 나쁜 놈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놈으로 나오니 매력이 없다고나 할까? 그래서 영화평론가들이나 기자들로부터 '마스터'의 평이 좋지 않은 이유 중에 이것 또한 분명 포함될 것이다. 우리가 보통 이성에게 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착한데, 착하기만 해. 매력이 없어." 와 같은 맥락이다. 최소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정도를 기대한 내가 잘못한 건가 싶다.
 
양 : 축구로 예를 들어보자. 호날두, 즐라탄, 메시라는 이른바 '호즐메' 스리톱으로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을 못 넣는다. 이게 '마스터'였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구성이 산으로 갈 것이 뻔했다. 그래서 조의석 감독은 산만한 구성이 될 것을 우려해, 인물의 성격을 '평면적'으로 그렸다. 나쁜 선택은 아니다.
 
문제는 A급 배우들의 출연 분량을 채워주기 위해서 모든 이야기를 다 보여준 점이다. 영화가 미국 드라마 '24'처럼 다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적절한 편집은 영화만의 미덕이다. 초반을 생각해보라. 딱 봐도 '스티브 잡스' 옷을 입고 나온 '진 회장'(이병헌)의 연설을 듣는데, 꼭 이걸 다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이건 미니시리즈에서 보면 되는 내용이다. 그래서 초반 1시간은 흥이 없다. 그렇다고 '오르페우스'가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
 
   
 
 
'마스터' 영화를 보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있는가?
ㄴ 석 : 사실, 이 말을 꺼낼까 말까 계속 고민했는데 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마스터'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작 영화라 평가받는 영화들이 개봉할 때마다 매번 이런 모습을 보여왔다. 대작 영화들이 개봉할 때가 되면, 영화관들이 최대한 매출액을 올리기 위해서인지, 상영관 수를 최대한 늘려버리거나 싹 다 점령해버린다. 영화관·제작·배급사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영화를 자기 의지대로 선택해서 볼 자유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요소라고 본다.
 
이번 달에 시간이 없어 보질 못했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기 위해 줄곧 벼르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 주에 드디어 여유가 생겨 집 앞 극장에서 보려고 했는데 '마스터' 때문에 더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러 가려면 서울의 특정 영화관까지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운 일을 하거나, 아니면 IPTV 등으로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건 좀 너무해, 너무해!  
 
양 : 동의한다. '자국 영화 의무 상영 제도'인 스크린쿼터가 어쩌면 다른 의미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해본다. 이제는 한국 상업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하나 잡는 것은 쉬운 일이 되어버렸다. '명량'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붙은 결과는 말을 안 해도 알 것이다. 여기에 전 세계 52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가 개봉을 왜 28일로 미뤘겠는가? 이런 상황에선 다양성 영화에 대한 '스크린쿼터'를 두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스크린쿼터의 폐해는 아이맥스와 같은 특별관에서도 나타난다. '7광구'의 실패 이후, 한국에서 아이맥스 포맷의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논-아이맥스(non-IMAX)' 포맷의 '마스터'가 아이맥스 포맷의 '라라랜드'와 교차상영 되고 있다.
 
별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맥스를 즐기는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올해만 해도 '고스트 버스터즈', '매그니피센트 7', '벤허' 등 아이맥스 상영 고지된 영화의 포스터가 아이맥스 상영 취소 때문에 사라진 일이 있었다. 여기에 지난 설 연휴 '검사외전'의 성공 이면엔, 상영관 확대를 위한 '쿵푸팬더 3' 아이맥스 상영 돌연 취소 피해 관객도 있었다. 현명한 선택을 요구해본다.
 
   
 
 
당신들이 매기는 '마스터'의 최종 별점은 몇 대 몇?
석 : ★★★ / 현대물을 씌운 '놈놈놈' 시리즈. 좋은 놈 강동원, 나쁜 놈 이병헌, 웃긴 놈 김우빈.
양 : ★★★ / '달콤한 인생'을 꿈꾼 이병헌이 '내부자들'을 통해 희대의 '놈놈놈'이 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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