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띠에터 강해인의 2016년 영화 결산 ① 반(反)재벌 영화의 의미, 재벌이란 가면의 변화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해의 영화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한 해가 넘는 방대한 시간 동안 상영된 영화 중, 직접 관람한 것을 기억에 의존해 정리하기에 편향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불안한 건, 비평적 오류도 예상된다는 점이다.
 
그래도 나름 결산을 하며 넘어가고 싶었다. 올해는 한국 영화계에 있어 하나의 분기점이 될 사건을 겪었고(있는 중이고), 근래 한국 영화에서 몇 가지 경향성을 목격했다고 믿기에, 이 시기를 정리해 두고 싶은 사적 글쓰기의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
 
글은 총 세 개의 토막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첫 편에는 작년부터 유난히 강세를 보였던 재벌 및 상류층을 다룬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이후엔 현실과 영화의 전치된 관계에 관한 글을 준비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여성'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시도할 예정이다.
 
   
▲ 21일 개봉하는 영화 '마스터'의 한 장면.
 
첫 번째 토막. 반(反)재벌 영화의 의미와 한계
반재벌 영화의 의미, 재벌이란 가면의 변화
작년부터 한국 영화계에 지배적인 소재 중 하나는 '재벌'과 '상류층'이었다. 주로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부와 권력을 남용해 부패, 타락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으로 상업영화에 등장했다. 사실, 한국 대중문화에서 재벌은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캐릭터다. 드라마에서 재벌 2세는 모든 것을 가지고, 로맨틱하기까지 한 선망의 대상으로 시청자의 마음도 흔들어 놓았다. 까칠한 모습을 보이긴 해도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그리고 천성은 착한 캐릭터로 그려지는 게 상류층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재벌에게 부패, 타락이라는 가면을 씌워준 것은 잇따른 재벌계의 비리가 보도되면서였는데, 그것이 곪아 터진 계기는 2014년 12월의 '대한항공 086편 회항 사건'이란 굵직한 사건이었다. "땅콩 회항"으로 더 유명한 이 사건은 가진 자의 횡포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갑과 을'이라는 문제에 불을 지폈고, 대중이 적극적으로 분노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 지난해 개봉한 영화 '베테랑'은 반재벌 영화의 정점에 올랐다.
 
반재벌 영화가 의미하는 것 - '베테랑'이라는 정점
대중문화는 대중의 욕망을 반영한다. 그래서 대중문화엔 그 시대 대중이 느끼는 공통된 정서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땅콩 회항' 등 재벌의 만행을 목격한 대중은, 그들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빠르게 이해한 분야는 영화 산업이었다. 영화계는 트랜드(?)에 맞춰 대중의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영화를 생산한다. 그렇게 등장한 영화들이 '반재벌' 영화였고, 작년부터 이 장르는 관객에게 꽤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런 영화에서 재벌은 '비인간적, 타락한, 욕심 많은, 폭력적인' 등의 선명한 성격으로 등장했고, 덕분에 이때부터 영화관은 분노가 끓고, 표출되는 용광로가 되었다.
 
'베테랑'은 이런 부류의 영화 중 정점에 있었고, 천 삼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관객의 분노와 그것이 향한 지점, 그리고 대중이 바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극 중 조태오(유아인)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소시오패스)를 보이는 캐릭터로, 자신의 성격을 긁는 것은 모조리 쓸어버린다. 자신의 기분을 위해,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이러한 캐릭터는 이기적이고, 자본에 집착하는 재벌을 상징했다. 그리고 극은 이 인물의 패배로 끝나며, 관객의 울분을 해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 9월 개봉한 '아수라'의 한 장면.
 
'베테랑' 이후에도 재벌의 부패는 지속해서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재벌을 넘어 정치권, 상류층과 결탁한 모습으로 그 모습은 더 거대하고, 사악함을 보이기까지 한다. '성난 변호사', '내부자들', '검사외전', '아수라' 그리고 곧 개봉할 '마스터'와 '더 킹'까지 다양한 범죄에서 그들의 모습은 목격할 수 있다.
 
특히, '내부자들'은 2016년에 일어날 일들을 예측한 예언서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어 놀라움을 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한 재벌이 주목받았다. (ex: '리멤버: 아들의 전쟁'의 남궁민) 많은 대중이 재벌의 타락을 알고 인정하고 있음을, 그리고 재벌의 처벌을 기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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