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최근 TV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로 인해 1990년대는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문화적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시기에 우리 미술은 어떤 시도를 보여줬을까?

 
이러한 질문의 해결을 2017년 2월 1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는 'SeMA 골드 <X : 1990년대 한국미술>'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SeMA 골드'는 한국 미술 작가를 세대별로 조망하는 'SeMA 삼색전'의 하나로 개최되는 격년제 기획 전시다. 이 삼색전은 원로 작가를 위한 '그린', 중견 작가를 위한 '골드', 청년 작가를 위한 '블루'로 구성됐다. 'SeMA 골드'의 올해 전시는 한국 미술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1990년대를 화두로 삼아 동시대 한국 미술의 미학적, 문화사적 의미를 성찰한다.
 
이 전시는 1987년부터 1996년에 이르는 10년간을 담았다. 이 시기는 1987년 민주화 항쟁과 1988년 서울올림픽, 동구권의 몰락, 김영삼 정부 출범과 김일성 사망,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의 사건들로 얼룩진 과잉과 상실, 그리고 붕괴와 도약의 시기였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를 현대미술의 이름으로 촉발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 글로벌리즘으로 일컬어지는 동시대 미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것이 오늘날 미술에 끼친 영향 및 그 역학 관계를 살펴본다.
 
   
▲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전시를 앞두고 13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로비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홍희 관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 미술관뿐 아니라 한국 화단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1990년대는 다들 그렇게 느끼고 있지만, 한국의 포스트모더니즘 아트가 싹트고 정리한 중요한 시기다. 한국 현대 미술사의 신기원을 만든 시기라 볼 수 있다. 1970년대를 대변하는 단색화, 1980년대를 대변하는 민중미술 정서와는 전혀 다르다. 1990년대 탈 이데올로기 자유 정신에 입각한 미술 활동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장을 열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김 관장은 "1990년대의 주역은 'X세대'인 신세대였다. 불가분의 관계인데, 신세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항상 만나는 새로운 현상이자 개념이다. 1990년대의 신세대는 다른 세대의 신세대와 다르게, 유행에 민감하고, 소비를 좋아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어떠한 고정적인 정체성에 묶인 것을 거부하고, 자신을 X세대로 지칭하는 세대 의식이 있었다. 신세대는 1990년 초엔 소그룹, 말에는 대안 공간 활동을 통해 '앙팡테리블'과 같은 활동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어 여경환 큐레이터가 전시 소개를 이어갔다. 이번 전시는 뮤지엄, 서브클럽, 진달래, 30캐럿 등의 소그룹 운동과 소위 '신세대 작가'로 불렸던 개별 작가들이 부분 또는 전체적으로 재제작한 당시 주요 작품과 관련 자료 아카이브, 대중문화와 뉴테크놀로지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이슈 제기로 주목받았던 주요 전시의 재연, 그리고 새로운 창작 에너지의 발원지였던 홍대와 신촌 등의 카페 공간을 편집, 재구성한 섹션이 교차적으로 펼쳐진다. 
 
먼저 파트1은 '90년대 신세대 소그룹' 섹션이다. 1990년대에 'X세대'로 불린 신세대 작가의 다수는 단발적 프로젝트를 위해 이합집산하는 소그룹 활동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전 세대의 소그룹이 하나의 가치를 공유하는 조직화한 모임의 형태였다면, 90년대 신세대 소그룹은 프로젝트의 주제에 따라 구성원, 매체, 전시 방식이 변화하는 임시적, 일시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이번 전시에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소그룹으로는 극단적인 실험주의와 이전 세대와의 미학적 단절을 내세운 뮤지엄, 미술, 출판, 퍼포먼스, 음악 등 다양한 탈 장르가 결합한 새로운 전시 방식과 형식을 실험한 프로젝트 그룹인 서브 클럽, 포스터와 같은 사회적 소통의 방식으로서의 디자인과 시각 이미지 생산자로서의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추구했던 진달래, 신세대 여성작가로 '나'로부터 출발한 정체성을 고민했던 30캐럿 등의 활동을 과거 작품의 재제작 및 아카이브 형식으로 공개한다.
 
   
 
 
파트2는 '전시의 전시' 섹션으로 키치, 언더그라운드, 테크놀로지, 대중문화, 세계화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1990년대 새로운 흐름들을 이끌었던 전시들과 관련 자료들, 그리고 전시 일부를 전시장에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압구정동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미술의 개념을 일상적 이미지를 포함하는 시각문화 전반으로 확대하는 전시 '압구정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과학술의 발전에 빠르게 동화되어가는 우리 시대 문화를 다뤘던 전시 '가설의 정원'을 비롯해 주요 작가들의 작품, 전시 카탈로그나 관련 사진, 영상 등의 아카이브 자료들과 함께 조명했다.
 
파트3은 '작품 재제작 또는 기록' 섹션이다. 1990년대 미술의 특성 중 하나는 바로 회화 중심에서 벗어나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의 새로운 매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작품이 대거 등장했던 점이다. 퍼포먼스는 일시적인 행위 이후 사라지고, 영상작품은 저장 기술의 변천에 따라, 설치 작품의 경우 큰 규모 때문에 그 보관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작품 중 상당수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전시를 위해 많은 참여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재제작하거나, 과거 작업을 담은 영상 기록물을 펼쳐 보인다. 이와 더불어, 한 세대를 건너뛴 후배작가 Sasa[44], 김익현, 최윤, 김영은이 한국 미술에 있어 동시대성이 발현했던 90년대에 대한 자료들을 새롭게 재구성, 재해석한 아카이브 작품들이 전시장에 함께 구성했다.
 
마지막 4번째 파트는 '90s 카페의 재구성'으로, 1990년대 미술은 음악, 문학, 무용, 퍼포먼스, 영화,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들이 함께 예술적 에너지를 교환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언더그라운드 카페는 90년대 신세대 미술가들의 주요한 활동 무대이자 미적 감수성을 형성했던 공간이었다. 도시 상업 공간으로서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비주류 문화 공간으로서의 특색을 유지했다.
 
   
 
 
특히 예술가들이 직접 운영했거나 디자인에 참여했던 이 카페 공간은 이벤트 카페, 퍼포먼스 바, 라이브 클럽 등의 이색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일종의 대안적 문화의 산실로 기능하기도 했다. 이 전시를 위해 작가 이형주가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서 90년대를 대표하는 언더그라운드 카페들을 편집적으로 재구성한다. '일렉트로닉 카페'(1988년), '올로올로'(1991년), '스페이스 오존'(1992년), '발전소'(1992년), '곰팡이'(1995년)가 하나의 공간을 이루는 이곳은 이형주의 기억 공간이자 90년대 카페를 공유하는 집단적 환기의 장소다.
 
한편, 여경환 큐레이터는 섹션 소개 후 "1990년대 설치미술 자체의 대부분이 남아있지 않았다"며 "영상 작품의 경우 저장 매체 환경인 베타 테이프나 VHS가 디지털화됐지만, 작품으로 남아있는 게 거의 없다. 설치 작품은 규모가 크고 보관이 쉽지 않아, 작가들이 20년 넘게 보관하기가 쉽지 않다. 공립·사립미술관 소장품으로 소장되지 않는 경우 리프로덕션이 아니면 보여줄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싶고, 20년 전 작품을 단순히 리프로덕션 한다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거부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여경환 큐레이터가 전시 소개를 하고 있다.
 
이어 김홍희 관장은 "작가들의 작품을 예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며 "유물적 가치보다는 예술적 가치가 좀 더 보여야 할 것 같았다. 1990년대를 리메이크할 수 있었다는 시각에서 이번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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