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이 작품을 다신 앞으로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한결같이 겸손함과 절제의 미덕으로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연기 열정을 놓지 않은 배우 이순재가 연기인생 6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사업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2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 중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대 희곡의 거장인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1949년 초연 발표 이후, 연극계 3대상인 퓰리처상, 연극비평가상, 앙투아네트상을 모두 받은 최초의 작품이다. 평범한 개인 '윌리 로먼'을 통해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의 잔해 속에 허망한 꿈을 좇는 소시민의 비극을 담았다.
 
또한, 여기에 자본주의의 잔인함을 고발하고, 인간성 회복을 호소하며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보여준다. 특히 이번 공연은 원작 그대로가 무대에 구현되길 바라는 이순재 배우의 뜻으로 2시간 40분에 걸쳐 공연이 진행된다. 그가 '원 캐스트'로 연기하는 분량은 580마디로, 젊은 배우들도 소화하기 쉽지 않다. 지난달 28일 오후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3층 스튜디오 다락에서 열린 연습 시연 사진을 통해 이순재 배우의 연극 열정을 살펴본다.
   
▲ 60살이 넘은 '윌리 로먼'(왼쪽, 이순재)은 '와그너 상사'에서 30년 넘게 일한 세일즈맨이다. 1929년 대공황이 오기 전까지, 그는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었다.
   
▲ '윌리 로먼'에겐 번쩍이는 차와 새 집, 새 가구가 있었고, 세일즈맨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실적과 전도유망한 두 아들 '비프'와 '해피'(오른쪽, 유정석)가 있다.
   
▲ 그러나 불황은 서서히 '윌리'의 입지를 잠식해왔고, 두 아들은 그를 실망시킨다. 늙고 지친 '윌리'는 두 아들이 그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낙오자가 되자 과거로 도피한다.
   
▲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맴돌던 '윌리'의 기억은 어느새 가족과 함께 마차로 유랑하며 정착지를 찾던 유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 현실이 가혹해질수록 '윌리'의 현실 도피 역시 심해지고, 그는 30년 이상 헌신한 회사에서 무자비하게 해고당한 후 파국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 그간 수많은 연기자들의 롤모델로 언급되어 온 만큼, 이순재의 연기인생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평소 따르던 많은 후배들과 젊은 연극인들이 출연을 자처했다.
   
▲ 지난 가을, '사랑별곡'으로 이미 호흡을 한번 맞춘 바 있는 손숙이 아내인 '린다 로먼' 역을 맡아 완벽한 연기호흡을 보여준다.
   
▲ 또한, 지난 4월 한태숙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찰리' 역을 소화한 중견배우 이문수가 이번엔 '윌리 로먼'의 형인 '벤 로먼' 역할로 다른 존재감을 보여준다.
   
▲ 여기에 매력적인 명연기로 무대를 장악하는 연기파 배우 맹봉학(사진)과 김태훈이 친구인 '찰리' 역으로 가세해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 그리고 유정석(왼쪽), 김기무(오른쪽), 이무생, 유정석 등이 '윌리 로먼'의 아들인 '비프'와 '해피'를 연기한다.
   
▲ 이순재(왼쪽) 배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것을 하겠다고 들어오는 사람은 처절한 각오를 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제작발표회 당시 말했다.
   
▲ 이어 이순재는 "순간에 우뚝 설 수 있지만, 그게 정지되고 완성된 자리는 아니다"라며 "개인의 판단이지만, 연기의 완성은 없다. 끝은 없다고 본다. 그 보람으로 공연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가야 하는 과정이 있어서 남아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 '린다 로먼'을 연기한 손숙(오른쪽)은 "옛날부터 '세일즈맨의 죽음'을 하고 싶었고, 여러 번 기회도 있었다"며 "여배우라면 탐나는 역할이기도 했다. 이순재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굉장히 친하다. 가족 같은 분인데, 한 무대에 설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 손숙은 "한가지 놀란 것이 있다. 배우가 나이든 게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80이 넘으셨는데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시냐였다"며 "나도 내 나이에 비해 건강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이순재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시다. 그게 감사하신데, 80주년 공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때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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