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헌드레드 시대! 우리의 삶이 곧 책이다!

 

[문화뉴스] tvN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 영화 '죽여주는 여자', 소설 '오베라는 남자'와 그리고 '괴짜 노인 그럼프' 등의 흥행 돌풍은 시니어가 문화 콘텐츠 소비의 중심에 섰음을 당당하게 알렸다. 불황으로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업계에서도 시니어들이 구원투수로 나서 줄 수 있을까?

라이프텔링(대표 여순희)에서 부모님이 살아온 이야기를 한 권의 라이프북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라이프북은 시중의 자서전과 달리 자식이나 가족이 부모를 위해 제작을 의뢰하는 서비스이다. 당장 서점의 전면에 배치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로 제작되는데, 잡지의 타이틀에는 부모님의 이름 석 자가 크게 박혀 있다. 부모님이 전문 모델이나 저명인이 된 것 같은 분위기를 뽐내며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라이프북은 선물하는 가족이나 받아보는 부모님에게도 예상치 못한 기쁨과 만족을 선사한다.

자비로 출판하는 단행본 자서전은 비용도 만만치 않고, 100페이지가 넘는 부담스러운 분량이라서 서재나 책꽂이 주변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반면, 잡지 형식의 라이프북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틈나는 대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손님이나 지인 등이 찾아왔을 때 보여주며 화제로 삼기에도 적합하다. 추가 제작이 가능하지만, 첫 주문 시에는 가족과 지인 소장용으로 10권만 소량 제작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또한, 취재와 메이크업, 촬영 및 편집 과정을 거쳐 나만의 라이프북을 만들어준다는 점은 온라인상에서 업로드한 사진을 단순 배치하는 앨범 형식의 포토북과는 사뭇 다른 차별화 포인트이다.

여 대표는 "가족들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살아오신 부모님들 덕분에 현재 우리가 있음을 라이프북을 통해 알려드리고 싶어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라이프북의 주인공은 우리 옆에 계신 부모님이시기에 라이프북이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정서 공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쉽고 편한 제작 서비스

라이프북 서비스는 주인공인 부모님과 차 한 잔 할 정도의 시간을 들여 인터뷰를 진행하고 전문 스튜디오에서 프로필과 표지 촬영 등을 진행한다. 인터뷰와 촬영 모두 부모님의 연세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심신이 편안한 상태에서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라이프북은 주문 후 완성된 책을 받아보기까지 평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마이스토리, 리마인드 웨딩, 메모리얼

라이프북은 마이스토리, 리마인드 웨딩, 메모리얼(마이스토리 故人버전) 등 여러 다른 버전으로도 준비되어 있다. 예비 시니어와 시니어 포함 세대가 지인들과 함께 나누며 남기고 싶은 우정, 여행, 반려동물에 관련된 라이프북 제작도 가능하다. 실제로, 라이프북 서비스를 이용해 본 조복자(71) 씨는 "동네 아줌마들과 옛날 이야기하는 기분으로 두서없이 편하게 말한 내용이 멋진 책이 되어 왔다. 그 책 속에 내 삶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는 후기를 남겼다.

라이프텔링 라이프북 서비스는 환갑이나 고희 등의 특별한 기념일, 퇴직이나 은퇴 등을 앞둔 분들을 대상으로 한 가족 선물로 안성맞춤이다. 11월에 들어서는 팟캐스트 ‘라이프이즈북’을 개설하여 시니어는 물론이고 시디어를 포함한 세대와 예비 시니어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정보 등을 나누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2010년에 종활(終活)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자마자 그해 유행어 탑 10에 들면서 종활 비즈니스가 성행중이다. 이를 통해 죽음의 준비가 중·고령 인구의 필수과제로 자연스럽게 정착되면서 죽음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다.

이뿐 아니라 시니어의 경험과 지혜를 존중하고 대우하는 차원에서 이를 사회재산으로 후세에 남기자는 '기억 은행(메모리)' 프로젝트가 불러일으킨 사회적인 반향 또한 크다. 2010년 사이트 오픈 이후 5분 분량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개별 인생의 기록이 일본 사회의 발전을 담은 역사의 한 부분으로 든든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여 대표는 "앞서 언급한 기억 은행(메모리)의 한국 사이트도 있지만, 지난 수년간 업데이트 된 동영상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우리 라이프북 서비스가 조금은 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책을 판매한다기보다는 부모님의 삶이라는 콘텐츠를 매개로 관계들이 연결되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한국 사회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되길 원한다. 라이프북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고령화 시대를 가족의 힘으로, 전 세대의 힘으로 적극적으로 마주하길 원한다. 우리는 모든 세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한편 라이프텔링은 2016년 11월 7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라이프북 제작 신청을 완료한 분들에 한해 라이프북 표지 디자인이 인쇄된 99,000원 상당의 크리스털 액자(13*18*2)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문화뉴스 이우람 기자 pd@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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