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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원작의 방대함은 145분이란 그릇에도 담기엔 모자랐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프랑스 작가 알렉산드로 뒤마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2009년 세계 초연돼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총 4연째 공연 중인 인기 뮤지컬이다.

2017년 2월 1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될 이 작품은 화려한 구슬을 지닌 보석같은 작품이다. 우선 검증된 배우들의 기량을 들 수 있다. 뮤지컬 리뷰에서 배우들의 열연을 논하는 것은 때론 지루할 만큼 당연해진 상황이지만 이번 '몬테크리스토'에서는 특히나 두드러진다. 바로 메르세데스 역의 조정은이다. 조정은은 첫 등장 시 젊은 메르세데스로 등장해 에드몬드 단테스와 함께 행복에 가득한 미소를 가득 지어 보이나, 중반 이후 몬데고와 결혼한 아내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완전 다른 이미지를 선보이며 빼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이 작품은 '지옥송'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을 비롯해 좋은 넘버들도 들을 수 있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처럼 극적 재미와 음악적인 재미를 모두 취할 수 있는 넘버들은 물론, 에드몬드 단테스의 입장에서 불렀던 노래들을 2막에서 몬데고나 알버트가 다시 리프라이즈 하는 등 넘버와 극의 조화도 충실하다.

충무아트센터의 대극장을 시원하게 활용한 무대도 볼 만하다. 무대 앞을 탁 트이게 개방해 좌, 우 사이드 객석에서도 극을 볼 때 시야가 좁거나 제한된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지하 감옥, 뱃머리 등의 세트도 디테일하게 잘 만들어져 대극장 뮤지컬의 화려함을 잘 즐길 수 있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편인 작품답게 영상도 많이 활용된 편인데 바닷속에 빠진 단테스를 표현하는 장면 등에서 특히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다만 영상은 사이드에서 볼 때 효과의 위치가 배우와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아쉬움은 이러한 구슬들을 좀 더 재치있게 꿰지 못한 점이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도 너무 지속해서 극 중간에 투입돼서 딱히 머리를 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많은 '돈'을 통해서 단테스로 꿈꿔온 십 몇 년의 복수가 한순간에 해결되는 장면이나, 마지막 몬데고를 총으로 쏠 때는 다소 황당하다. 총이 있으면 진작 쏘면 되지 않았을까.

이러한 원인은 역시 방대한 원작 소설의 분량을 짧은 시간 내에 소화해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아쉬움을 넘어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본다면 대극장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잘 반영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큰 규모의 잘 만들어진 무대와 화려한 의상, 주인공들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좋은 넘버들, 두말하면 입 아픈 배우들의 연기까지. 마지막 커튼콜에서 '아멘'을 듣고 나면 내가 부른 것도 아닌데 속이 후련해진 기분도 받을 수 있다.

또 아쉬운 극적 구성을 떠나 끝없는 좌절을 넘어 용서와 사랑을 깨닫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만 하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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