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변화한 게 없는 이 시점에 본지에선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가다'라는 섹션을 연재한다. 매일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듣는 자유 발언대를 마련했다. 그 자유발언의 분량과 형태는 자유롭게 이어질 예정이다.

서른여섯 번째 순서는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이는 중인 배우 이호성이다. 이호성은 최근 문화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거침없이 현 시국에 관해 솔직한 발언을 이어갔으며 평소 뚜렷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해온 배우답게 당연하게도(?) 9,473명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그를 만났다.

블랙리스트 파문을 만든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현 정부 수장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투표가 하루 남았다.

ㄴ 탄핵이 되든 안 되든 이미 대세는 결정났다. 꼼수를 부리면 부릴수록 말이다. 옳지 못한 사악한 사람들은 정수가 아닌 꼼수를 부린다. 올바른 마음에서 나오지 않은 수는 다 허수, 악수다. 옛 현인들 말씀이 맞는다. 내 마음과 뜻이 올바르면 어떤 길로 가든 그건 정수고, 올바르지 않으면 어떤 길로 가도 그건 악수다. 올바르고 보편적 가치관을 지닌 국민은 지금 뭐가 옳은지 그른지 다 알게 됐다.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안다. 탄핵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하면 할수록 더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들이 더 악수를 둔다면 시민에 의한 시민 혁명에 가까운 형태로 가지 않을까 싶다. 4.19 혁명, 6.29 민주 선언보다 더 갈림길에 선 최대의 혁명적 시기가 아닌가 싶다. 어떤 방법으로든 이번 기회를 놓치면 친일패역잔당의 손아귀에 남을 수도 있다.

최근 이어진 청문회는 봤는지.

 

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수준을 못 따라온다. 준 범죄자에 가까운 피의자, 재벌들을 앞에 두고서 쩔쩔매는 모습들이 훤히 보였다. 공부도 많이 부족해 보였다. 우리나라 정치인의 수준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치열하게 국가, 국민을 부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자기 지역, 혹은 자신을 위해서만 나라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 드러나는 거다. 그래서 정치'꾼'이란 소릴 듣는 거다. 우리 국민이 더욱 현명하고 슬기로워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어떻게 보면 고맙다. 국민이 살아 있는 민주 현장에서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알고 있었는지.

ㄴ 이호성: 물론이다. 제가 아는 사람들이 저한테 '넌 명단에 안 올라갔더라?' 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또 다른 친구가 '올라갔대' 해서 알고. 올라가면 뭐하고 안 올라가면 뭐하나. 신경 안 쓴다. 전 그냥 제 양심과 가치관대로 행동할 뿐이다. TV 드라마 안 한 지도 오래됐고(웃음). 하지만 전 연극이나 뮤지컬만 하더라도 즐겁다.

얼마 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을 비롯해 우경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배우들이 있을 자리가 광화문인지 공연장인지 쉽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ㄴ 이호성: 저도 나가고 있다. 주말 촛불 집회도 매주 나가고 있다.

일반적으론 그런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윤종신, 유아인 등 연예인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ㄴ 이호성: 정우성 배우도 한마디 했더라. 배우이기 이전에 우린 스무 살이 넘으면 참정권이 있다. 첫째는 투표고 그다음에 국민의 의견을 밝혀줄 필요가 있다. 그건 각자 나가기 싫어하면 안 나가는 거고 나가고 싶어 하면 나가는 거고. 저는 첫째 주에 공연이 있었는데 끝나고 나갔다. 뭐랄까 독재 정권.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하던 일을 박근혜 씨가 하다 철퇴를 맞고 있다. 헌법에 보장됐다.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이건 국민의 권리다. 납세의 의무가 있다면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도 있는 거다. 이런 걸 눈치 보는 게 유치하다. 자유인데 나가자고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느껴서 나가면 되고, 혹시 시간 되면 같이 나갈 사람 있나? 없어? 하고(웃음). 안 나가면 어쩐다 할 건 아니다. 각자 할 일이지. 연극배우들은 나가도 별 지장이 없는데 탤런트, 영화배우, 가수는 TV에 나와서 더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알기에 눈치 보고 안 나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김제동처럼 소신 있게 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 자기의 인생관, 가치관, 민족관, 민주관에 따라 행하는 거다. 일괄적으로 연극배우는 다 나가야 한다 이런 건 아니다.

뮤지션들은 광화문에서 공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ㄴ 이호성: 나쁘지 않다. 우리도 하고 싶은데 연극 공연을 올릴 순 없다(웃음).

요즘 같은 시국에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 공연하고 나가면 된다는 걸 이제 알았다.

ㄴ 이호성: 물론이다. 새벽까지 집회가 이어지니까 자기 양심껏 행동하는 거다. 플라톤인가 누가 그랬다. '내가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나보다 더 우매한 자들에게 지배당하고 핍박받는다'. 일상생활도 정치다. 담뱃값이 왜 이리 올랐나. 세금이 2천 원 더 붙었다. 이런 게 다 정치다. 4,500원짜리 담배에서 담배회사가 가지는 돈은 천원이 안 되고 나머진 다 세금이다. 이런 걸 고쳐야 한다. 다른 게 정치가 아니라 정치는 삶이다. 우리가 '살림'한다고 하지 않나. '살림'이 '살게 한다'는 거다. '살림'의 반대말은 '죽임'이다. '살림'은 살아가는 거다. 스물이 넘으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권리가 있고 의무가 있다. 꼭 정당에 가입하고 이런 것이 아니라. 저는 후배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난독해라. 다독해라. 잡독해라. 만물박사가 돼라. 100m씩은 몰라도 10m씩만 파서 '이게 이런 거구나' 알게 되면 배우라는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많이 들어가서 연기도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한다. 배우들이 테크닉만 찾으면 별로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다들 관심도 많고 잘하는 것 같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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