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더 언더독'의 주요 출연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어느덧 1,0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펨펫족'(Family+Pet)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지난여름만 하더라도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고, 7일엔 유료 반려견 전문 채널인 '도그TV'가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길라드 노만 CEO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10만 마리에 가까운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반려동물'이 한순간에 '유기동물'이 되는 상황인데, 이 수치는 매일 250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는 것과 같으며, 이들 중 새 보금자리를 찾는 분양(28.8%)보다 안락사·자연사 같은 죽음에 이르는 비중(46%)이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려동물이 단순 보호나 키움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개념으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됐지만, 해마다 수많은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생명을 경시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뮤지컬 '더 언더독'의 한 장면.
 
이러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 창작 뮤지컬 '더 언더독'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작품은 그간 공연계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유기견'을 소재로 해, 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 세상을 그려냈다. 공연을 앞두고, '더 언더독'의 유병은 연출을 비롯해 김준현, 김보강, 정명은, 정재은, 박미소, 구옥분 등 주요 제작진과 출연진이 인천유기동물보호소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유병은 연출은 "우리가 미처 알 수 없었던 유기견들의 삶을 더 자세하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작품 준비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는데, 이러한 활동을 계기로 무대에서 조금이나마 유기견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또한, 뮤지컬 '더 언더독'은 봉사활동뿐 아니라 유기견 후원 팔찌 캠페인, 공연장 로비 내에 있는 반려견 돌봄 서비스, 유료 티켓 1매당 사료 100g이 자동 기부되는 유기견 후원 프로젝트 등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더 언더독'은 진돗개 '진', 군견 세퍼트 '중사', 강아지 공장의 모견 마르티스 '마티'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반려견들이 모여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들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SBS 'TV 동물농장'의 '더 언더독'을 본 제작진이 4년간의 작품 개발과 대본 작업 끝에 완성했다.
 
2017년 2월 26일까지 열리는 '더 언더독'의 프레스콜이 7일 오후, 공연이 열리는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열렸다. 이날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나고 열린 질의응답 시간엔 주인에게 버려져 유기견이 된 진돗개 '진' 역의 김준현, 이태성, 군견의 삶을 살며 희생정신이 투철한 셰퍼트 '중사' 역의 김법래, 김보강,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 버림받은 마르티스 '마티' 역의 정명은, 정재은, 골든리트리버 '할배' 역의 정찬우, 김형균, 푸들 '쏘피' 역의 구옥분, 박미소, 달마시안 믹스 '죠디' 역의 김재만, 최호중이 참석했다. 배우들의 공연 소감을 들어본다.
 
   
▲ (왼쪽부터) '죠디'를 맡은 김재만, 최호중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죠디'는 어떤 캐릭터이며, 캐릭터 구축에 어떤 신경을 썼나?
ㄴ 최호중 : '죠디'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유일하게 버림받지 않은 캐릭터다. 유일하게 주인이 사고사로 세상을 떠나서 유기견 보호소에 온 캐릭터라, 밝은 부분을 귀엽게 표현하고자 했다. '죠디'는 달마시안 믹스인데, 강아지를 표현하기 위해 우리 집 강아지를 관찰했던 게 캐릭터 참고에 큰 도움이 됐다.

만약 '죠디'가 자신이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ㄴ 김재만 : 엄마는 달마시안인데, 아빠는 어떤 종인지 잘 모른다. "우리 아빠 어딨어요"하고 한참 찾으러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타히티 멤버에서 이번이 첫 뮤지컬 데뷔다.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ㄴ 박미소 : 2012년 'TV 동물농장'의 '더 언더독'을 감명 깊게 잘 봤다. 이번 뮤지컬이 그 이야기를 토대로 한 작품이라 너무나 관심이 있었다. 첫 뮤지컬을 '더 언더독'으로 하게 된다면 너무나 영광이라 생각해 하게 됐다.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ㄴ 박미소 : 유기견을 안락사 장면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다. 1막에서 '컨트리'가 안락사 되고, 2막에서 '할배'가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이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계속 눈물이 나는 장면이라 와 닿는다.
 
   
▲ (왼쪽부터) 박미소, 구옥분이 '쏘피'를 맡았다.
 
공연 준비를 하면서 큰 변화가 있다고 들었다.
ㄴ 구옥분 : '반려묘'가 4마리 있었는데, 강아지가 한 마리 생기게 됐다. 출연진과 다 같이 유기견 보호센터에 봉사활동을 갔는데, 너무나 이쁜 애가 있어서 데려왔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름이 '장군이'다. 감사하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었나?
ㄴ 김보강 : 가장 힘든 걸 꼽자면, 뭘 안 해야 하는지였다. 연기를 처음 시작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무엇에서 뭘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게 어렵다는 말이 와 닿았다. '중사'는 무게감이 있고, 책임감 있고, 카리스마가 있어야 해서 행동에 절제도 해야 한다. 김보강의 모습에서 다듬어야 할 게 많았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모르고 산 것을 선배님 통해 많이 배우고 보게 됐다. 하루하루 공연을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라, 공연이 끝날 때까지 배우고 집중해서 생활해야 할 것 같다. 그게 힘이 든다기보단 좋은 것 같다.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ㄴ 김법래 : 라이센스 작품은 넘버나 내용을 보고 하는데, 창작은 팀워크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작사 대표나, 동료 배우들과도 작품을 많이 했다. 여기에 나에 대해 잘 아는 크리에이티브 팀이어서 작품을 보지 않고 선택하게 됐다.
 
   
▲ '중사'를 맡은 (왼쪽부터)김법래, 김보강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작품을 하면서 중점으로 고민한 것은 무엇인가?
ㄴ 김준현 : 무대의 모든 배역이 고민을 했을 텐데, 개를 소재로 해서 질문이 많았다. 개를 흉내 내서 연기를 해야 하나였는데, 과감하게 그걸 없애기로 했다. 개를 흉내 내는게 도움이 되겠지만, 방해 요인도 될 것 같아 없앴다. 호흡이나 동작으로 설명을 하고자 했다. 그게 더 강렬하게 남을 것 같아 연출님과 노선을 정했다. 캐릭터를 파고들 때는 '진'의 역할이 우리 사회 계층 속에서의 소외계층이라 생각했다. 소외계층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만지려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호흡을 읽으려고 했다. 이 개로 어떤 호흡을 할까를 중점적으로 고민하고자 했다.

데뷔 14년 만에 뮤지컬을 처음 서게 됐다. 소감을 들려 달라.
ㄴ 이태성 : 오래전부터 뮤지컬이 가슴 뛰는 장르여서 꼭 하고 싶었다. 이번에 '더 언더독'이라는 좋은 작품이 와서 하게 됐다. 많은 분이 우려하셨다. 라이센스가 있는 작품이나 흥행이 보증된 작품을 하지, 왜 창작 초연을 선택했는지 우려도 하셨다. '더 언더독' 작품을 어떻게 보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장르와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오리지널 캐스트로 시간이 지나 '더 언더독'이 재연되고,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등 발전했을 때, 초연의 '진'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고자 했다. 열심히 노력해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 (왼쪽부터) 김준현, 이태성이 진돗개 '진'을 맡았다.
 
강아지 공장에서 새끼를 낳는 삶만 허락된 운명을 산 캐릭터 '마티'를 맡았다. 어떻게 캐릭터를 소화하고자 하나?
ㄴ 정명은 : 안락사를 하루 앞둔 개를 입양해 나도 엄마가 됐다. 안락사를 앞둔 반려견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이들의 아픔에 관심을 둬 주셨으면 좋겠다. 그 아이 이름은 '수지'인데, 4살이다. 그래서 공연에 나서기 전에 "'수지'야, 엄마가 너희의 아픔을 무대에서 보이도록 할게"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이고 전달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 작품은 특별한 게 그 내면의 집중을 더 하게 된다. 보이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펼쳐질 공연에서 그들의 아픔을 표현하고, 그들이 얼마나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인지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오를 생각이다.
 
정재은 : 나는 엄마가 되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그 답을 멀리서 찾다가 유기견 보호센터를 같이 갔었다. 자꾸 생각이 나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주사를 맞히려고 주사대에 올리려고 하는데, 그 강아지가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사람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살기 싫은 에너지'가 보였다. 그 모습이 자꾸만 지금도 그려졌다.
 
아직도 그 아이는 살아있을 텐데, '마티'와 그 아이를 연관 지어 생각해 봤다. '마티'에게 신경을 썼다기보다, '마티'로 인해 내 삶에 신경을 쓴 것 같다. "살고 싶다"라는 대사가 참 많이 나온다. 스스로 '살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까?', '내가 살고 싶다고 외친 적은 있을까?'를 되돌아보게 한 감사한 작품이다.
 
   
▲ (왼쪽부터) 정재은, 정명은이 '마티'를 연기한다.
 
'할배'가 죽는 장면에 많은 관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관객들이 어떤 것을 보고 갔으면 좋겠나?
ㄴ 정찬우 :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장면을 연출해주신 분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볼 땐, 생명의 소중함이라고 생각한다. 유기견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노견으로 시각 장애를 얻은 '할배' 캐릭터를 어떻게 잡고자 했는가?
ㄴ 김형균 : 이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할배'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시각장애인으로 생활하시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얻었다. 어디를 특별히 찾아가기보단, 관심을 두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을 만나 뵙게 됐다. 그 쪽에도 관심을 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됐다.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라기보다 미묘한 차이이지만, 물리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것이 있다. 그래서 관객들과 배우로 무대에서 만날 때, 한순간도 어긋나지 않고, 집중하는 것이 힘들었다.
 
   
▲ (왼쪽부터) 김형균, 정찬우 배우가 '할배'를 맡았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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