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을 녹여줄 앨범 '보물섬'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우리 주위에는 추워진 겨울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노래들이 있다.

필자에게는 특히 겨울에 기억나는 밴드 '9와 숫자들' 2집 기념 음감회를 다녀왔다. 처음 그들을 만났던 건 4년 전 크리스마스 뒤풀이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12월 26일 저녁에 했던 공연이었다. 당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우울한 마음을 잠시 달래고자 친한 형과 둘이서 보러 갔던 터라 별 기대감이 없었다.

관객 중에서는 여성 팬들이 많은 걸로 기억하는데 다들 라인업 마지막에 있었던 9와 숫자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오신 것 같았다. 어쿠스틱 공연이라서 악기들의 음색들이 더욱 따뜻하게 들렸고 백미는 노랫말이었다. '속삭여주세요. 햇살을 전하는 참새들과 같이 평온한 내 아침을 열어주세요.' 복고풍이 물씬 풍겨와서 자칫하면 오글거리게 느껴질 수도 있건만 전혀 그런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추운 겨울에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의 우울한 감정들보다는 예전에 즐거웠던 열렬하게 사랑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나름 치유되었던 공연으로 기억한다.

▲ 9와 숫자들 - 1집 수록곡 '말해주세요' 

그 후로 1.8집이라는 EP앨범과 몇몇 싱글들이 나왔고 이번 '보물섬'이라는 앨범이 정말 오랜만에 나온 정규 2집이다. 이번 음감회에서는 이 앨범을 관객들과 한 곡씩 들어보면서 함께 리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보통 라이브로 들어보면서 곡 설명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일정상 여의치 않아 앨범을 통해 2집을 듣고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 PPT를 준비한 리더 송재경

라이브의 감동을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어보면서 곡 설명을 듣는 부분에서는 좋은 방식이기도 했다. 곡을 들을 때 누구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을 테고 그 부분이 똑같을 수는 없다. 노래를 만든 이들의 입장에서는 곡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고 내 감상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기에 음감회가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 외에도 앨범을 만들면서 생겼던 에피소드, 밴드가 지향하고 있는 목표들을 리더인 송재경 씨가 직접 PPT를 만들어 보여주면서 음감회를 진행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 11월 발매를 목표로 잡고 만들자고 계획을 했다. 마포 아트홀이라는 큰 공연장에서 11월 발매공연을 두고 생각보다 앨범 작업을 하는데 진행이 느려서 미루게 될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곡 제목은 나왔는데 곡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을 미루는 타협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더는 미루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박차를 가해 앨범을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결과물에 대한 기한을 둔다면 초조함이 상당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2집 앨범은 곡의 배치 순서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최근부터 어렸을 적 시절까지 순서를 거꾸로 배치하여 마지막 트랙 '북극성'이 어린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며 첫 트랙 '보물섬'이 가장 최근의 모습을 담아낸 곡이다. 앨범의 곡마다 숨은 이야기를 들으며 밴드 멤버들과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 것 역시 음감회의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 9와 숫자들 - 2집 수록곡 '커튼콜 'MV' 

PPT를 마치고 나서는 준비 된 음식들을 먹으면서 멤버들과 음감회 참석자들이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홍대 인디신의 장점은 이렇게 밴드 멤버들과의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팬으로서 조금만 관심을 두고 다가가면 어느새 친구가 되어있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다면 밴드 활동에 도움을 주는 동료가 되기도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가끔 '어떤 목표를 갖고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궁극적으로 인간이기에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는 하는데 그 행복을 얻기 위한 행위들은 매번 바뀌는 것 같다. 음감회를 통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음악가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행위 역시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문화적인 놀거리를 찾아가며 행복을 얻는 행위다.

사람마다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강요해서는 안 되지만 편협된 시각에서 좋은 놀거리를 찾지 못하는 건 안타까울 때가 있다. 너무 편한 것에 익숙하다 보니 주는 것만 알게 되고 즐기다 보면 더 좋은 것들을 놓칠 수가 있다. 대중음악도 주는 대로만 듣기보다는 스스로 찾아 듣는다면 숨어 있었던 행복을 발견한 기분이 들것이다. '9와 숫자들'의 음악을 우연한 기회로 찾아들은 것이 일상에서의 행복감을 가져다줬다. 이 추운 겨울 속에서 잠시나마 추위를 잊게 해줄 따뜻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9와 숫자들의 음악을 강력히 추천한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스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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