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태국 작가 프라팟 지와랑산의 개인전 '발 아래 먼지'가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10일까지 전시됩니다.

코너아트스페이스 전시 공모 2016 당선 전시인 이번 개인전은 태국 현대사의 정치적 격랑 속에서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을 주제로 하는데요. 분절된 사건들처럼 보이는 역사는 실은 구체적인 사람들로 연결돼 태국 현대사에서 뒤섞인 연결점들과 사회의 변이된 혼돈들을 살아간 사람들에 주목합니다.

전시는 설치와 영상으로 구성됩니다. 압구정동 사거리의 전시공간 쇼윈도우를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에겐 그저 텅 빈 하얀 공간만 보이겠지만, 어떤 동기에서든 지나치지않고 다가오면 전시장 바닥 위에 깔린 엄지손톱 크기의 사진들. 즉 '발 아래 먼지' 수 천 장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사진들은 흑백으로 출력한 태국 사람들 수 천 명의 얼굴이고 옆에는 아무런 해설 없이 수천개의 이름들만 하나씩 열거되는 비디오 '비연대기적 역사'가 상영됩니다. 관객은 무명의 인물들을 첫번째 공간에서는 초상만으로, 두번째 공간에서는 이름만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발 아래 먼지'는 태국이 전제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이행해 간 1932년 이후의 정치사 속 사람들의 얼굴들 3천여장을 자그마한 흑백 사진으로 출력한 인터랙티브 작품이다. 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불리어지는 프리디 바놈용(Pridi Banomyong)을 비롯한 민주항쟁 운동가들의 사진 더미와 함께 수상, 시위자, 정치탄압의 희생자, 대학살의 순교자, 군장성, 군인, 국왕추대자, 탁신지지자, 늘어난 왕족들과 의회의 의원들, 그리고 많은 태국 정치인 무리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분류한다. 전시장에는 이 작은 초상사진들을 근접해서 들여다보도록 이끄는 확대경이 놓여 있다.

관객은 최대한 몸을 구부려 확대경을 통해 손톱 크기의 흑백 사진을 보게 되며 이를 통해 역사를 관망하는 대신, 역사를 살아간 사람들과 좀 더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됩니다.

또 '비연대기적 역사'는 1932년 이후 태국의 정치사에 다양한 방식으로 연루된 800명의 이름을 차례대로 보여주는 영상 작품입니다. 선생, 부인, 여사, 공, 경과 같이 경칭에 따라붙는 모든 직함과 계급과 인물의 경중을 떼어버려서 관객은 사라진 이들의 이름만을 보게 됩니다.

   
▲ 프라팟 지와랑산, 발 아래 먼지, 설치 전경, 2016

[글]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사진] 코너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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