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블리'는 잠깐 잊어라…색다른 힘을 가진 스릴러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두 여성의 이야기와 모성
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종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드라마에선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공효진이 표나리 역을 맡아 주관이 뚜렷하고, 엉뚱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시청자에겐 로맨틱 코미디의 왕좌가 누구의 것이지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TV 드라마의 공효진은 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맡아 '공블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영화에서도 꾸준히 필모를 쌓아왔지만, 공효진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주인공, 공블리로 대중에게 더 각인되어있다.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의 공효진은 어땠을까.
 
   
 
 
'공블리'는 잠깐 잊어라
'미씽'에서 공효진은 러블리한 모습을 잠시 내려놓았다. 그녀는 누추하고 편한 생활복 차림으로, 꾸미는데 별 관심이 없는 중국인 보모 '한매'를 연기했다. 기존의 익숙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모습이었으며 '파스타', '주군의 태양', '최고의 사랑' 등에서 보여준 로코 퀸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에겐 배신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한매는 통통 튀는 공블리스러운 캐릭터와 비교해 감정을 많이 삭혀야 하는, 다소 음침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대중의 기대와 간격이 크지만, 적응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공효진의 연기로 한매는 강렬한 설득력을 가지고,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을 얻는다.
 
공효진의 다른 모습을 본 적 없던 관객은(혹은 기대한 적 없던 관객은), 그녀의 폭넓은 연기에 놀라게 될 것이며,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아, 공효진은 공블리이기 이전에 배우였지'. 그녀가 공블리에 묶여 있는 이유는 그녀가 출연할 장르가 많지 않다는 산업적 문제일지도 모른다. 씁쓸한 이유로, '공블리'라는 이미지가 하나의 족쇄처럼 작동하고 있을 수도 있다.
 
   
 
 
힘을 가진 탄탄한 스릴러
사라지 아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씽'은 '워킹 맘'으로 시작해 '외국인 여성'의 환경을 통과하며, 색다른 소재와 분위기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한매와 지선(엄지원)에게 얽힌 사연, 사건이 하나씩 밝혀지며 큰 조각이 맞춰지는 과정이 흥미롭고, 음산한 분위기에서 오는 긴장감과 몰입도도 꽤 높다. 세부적인 설정이 잘 세팅되어 있어 탄탄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미씽'은 한국 상업 영화에서 잘 느낄 수 없던 분위기와 힘이 있는 영화다. 이 이야기에 대해 더 세밀히 이야기 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줄인다. 관람을 통해 그 분위기에 취해보시길.
 
   
 
 
두 여성의 이야기와 모성
'미씽'은 여성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두 명의 여성을 무능력하거나 한심한 남자 캐릭터의 세계에 배치해 여성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남성 기업문화, 가부장제의 비이성·비인간적인 모습 등 남성 세계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바라보려 했다. 이미 여성 투톱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현 산업 내에서는 파격적인 선택인데, 이 영화가 벼른 칼날은 그보다 더 날카롭다. 여성 혐오가 자주 언급되는 혐오와 차별의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사회를 각성하게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미씽'이 보여주는 강한 모성애는 이 영화를 꽤 복잡한 지점으로 밀고가기도 한다. 단순히 바라보면, 이 영화는 탄탄한 이야기와 묵직한 분위기를 가진 흥미로운 영화다. 좋은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가 중심에 둔 여성의 이야기를 모성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미씽'이 좋은 '여성 영화'라 말하기엔 망설여지는 지점이 있었다. 강렬하지만, 어떤 벽이 존재하는 그런 느낌을 받고서 영화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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