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기대 이상의 공연 실황이었다.

처음 뮤지컬 실황 영상이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저 스크린에 무대를 오롯이 띄워줄 거라 예상했지만, 그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영화처럼' 보이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었다.

영화 '미스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있었던 25주년 특별 공연과 갈라쇼를 함께 상영한 작품으로 우리에겐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등장해 유명하다.

   
 

서양인들이 보는 동양권에 대한 시각과 편견이 내재화됐지만, 동시에 유일하게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에서 아시아 배우들이 출연할 기회이기도 한 '미스사이공'은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미국 군인 크리스가 매춘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베트남의 클럽 '드림랜드'에서 전쟁고아 킴을 만나며 시작된다.

처음 보는 둘이지만 알 수 없는 이끌림에 결혼한 두 사람은 하지만 호찌민 정부가 들어서며 크리스가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킴과 함께 가지 못하고 킴은 아들 탬과 함께 생사도 알 수 없이 기약 없는 기다림에 빠진다.

한편, '드림랜드'의 포주였던 '엔지니어'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킴의 아들 탬을 이용해 미국에 연락을 취하고 미국에서 새로운 아내 엘렌과 함께 생활하던 크리스는 그 소식을 듣고 킴을 만나러 온다.

킴의 약혼자였지만 그녀에게 버림받은 호찌민 정부의 장교 투이는 계속해서 킴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킴은 자기에겐 진정한 사랑이 있다며 투이를 거절한다. 결국, 투이는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겠다는 심정으로 탬에게 해를 가하려다 킴의 총에 맞아 숨진다.

이렇게 오직 크리스만을 향한 킴의 사랑은 전쟁을 비롯한 주변 환경으로 인해 점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결국 크리스에게 엘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킴은 탬을 크리스 부부에게 맡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전쟁이란 상황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움을 견뎌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위대한 사랑,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는 작품 '미스사이공'은 공간적 한계가 있는 뮤지컬 실황 중계지만, 많은 카메라를 활용해 이를 극복했다. 지나치게 많은 컷을 활용해 조금은 촌스러운 일부 편집을 제외하면 배우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클로즈업을 극대화한 연출은 무대 예술인 뮤지컬과 만나 새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또 관객이 어디를 보는지 그 시각 자체가 하나의 편집점이 되는 무대 예술과 달리 철저하게 영화적 연출에 초점이 맞춰져 극장에서 보는 것이 결코 아쉽거나 '공연 실황'에 그치지 않고 온전히 새로운 '미스사이공'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10만 원이 넘는 뮤지컬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3d도 아닌데 일반 영화보다 유독 높은 가격과 보기 힘든 시간에 배치된 상영시간은 흠이다. 덧붙여 인터미션은 공연이 끝난 후 갈라쇼 사이인 러닝타임 2시간 30분이 지난 뒤에 있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