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함께 행복한 순간이 만들어졌다.

스튜디오뮤지컬이 5주년을 맞아 '2016 자리주SHOW! : 스튜디오뮤지컬 5주년 결산' 콘서트가 지난 28일 대학로 가나의 집 열림홀에서 개최했다.

2012년부터 KBS 아나운서 출신 고은령 대표가 시작한 대안 공연 플랫폼인 스튜디오뮤지컬은 뮤지컬과 연극을 오디오 형태로 제작해 배포한 대안 공연 플랫폼으로, 2012년 1화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시작으로 2016년 현재 45화 '뮤지컬 국화꽃향기'까지 뮤지컬과 연극 총 45 작품, 200여 명의 배우가 출연했고 최고 2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제작된 오디오씨어터를 시각장애인복지관에 기증하고 무대에서 펼치는 배리어프리 공연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공연관람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로, 공연 애호가 및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5주년 결산 콘서트는 1부에 성우들의 재능 기부로 이뤄진 배리어프리 뮤직드라마 '가족로망스'와 김대현, 김수용, 박유덕, 배두훈, 브래드 리틀, 유승현, 최연우가 출연했다.

이번 장우성 연출의 '가족로망스'는 홍승표, 권도일, 선은혜, 김하루, 임호기가 배우로 출연했고 시각장애인 배우 이성수가 작품 해설을 맡았다.

   
▲ 좌측부터 이성수 배우, 임호기, 홍승표, 김하루, 선은혜, 권도일 성우

간단한 축하 공연으로 작품의 문을 연 '가족로망스'는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장애인이 공연을 관람하기 불편한 요소를 제거한 형태로 일반적인 관객들이 생각하는 리딩 공연의 형태와도 비슷했다. 배우들은 각 자리에 앉아 약간의 몸 연기를 포함하며 극을 전개했다. 특이한 점은 작품의 상황을 해설해주는 해설이 있고, 소리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동작이나 그림이 요구되는 부분이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요양원에서 탈출한 아버지와 그를 뒤쫓는 딸의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가족을 말과 노래만으로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냈다.

방송사에서 공개 채용을 하는 주류이자, 자막에 밀려 지금은 비주류이기도 한 성우들이 가진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공연이기도 했다. 배우들 그 이상으로 또렷한 발음과 풍부한 음색이 공연을 보러 온 시각 장애인들에게도 충분히 전해진 것으로 보였다. 또 배리어프리지만, 몇몇 장면에선 안무를 선보이기도 했고 특히 멀티 역할을 소화한 홍승표 성우의 재치와 노련미가 더해져 객석엔 일반 관객들의 웃음도 넘쳐났다.

웃음과 감동을 함께 전한 '가족로망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많이 들려왔다.

   
▲ 스튜디오뮤지컬 고은령 대표

2부에서는 고은령 대표의 진행으로 배우들이 차례차례 등장해 출연 당시 관련된 에피소드와 함께 멋진 노래를 선보였다. 김대현, 유승현-최연우, 박유덕-배두훈, 김수용, 브래드 리틀 순으로 등장한 배우들은 짧은 시간에도 각자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 김대현 배우

최근 안산에서 '더 넥스트 페이지'를 공연한 김대현 배우는 토토로 인형과 함께한 일본 여행을 소개하며 소개 멘트에 걸맞게 '아무말러(아무 말이나 막 던진다는 의미)'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 유승현, 최연우 배우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출연 중인 유승현, 최연우 배우는 시크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황정음의 유명한 '띠드버거'를 재현해 객석에 큰 웃음을 줬다.

   
▲ 박유덕 배우

최근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 중인 박유덕, 배두훈 배우는 '마이 버킷리스트'로 출연했던 것을 떠올리며 서로의 역을 바꿔 박해기와 배강구로 변신해 역시 큰 재미를 안겼다.

   
▲ 배두훈 배우

지난 27일 뮤지컬 '인터뷰'를 마친 뒤 아직 컨디션이 좋지 않다던 김수용 배우는 여전한 '티타늄 성대'를 과시했고 고은령 대표가 과거 자신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공연계의 미담 자판기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김수용 배우

'오페라의 유령'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브래드 리틀은 객석에 빵을 던지며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별명이 '빵오빠, 작은빵, 빵아저씨'라고 말하는 등 유쾌한 모습을 선보였다. 또 이스탄불에서 공연했던 '오페라의 유령' 포스터를 퀴즈를 맞힌 관객에게 증정하기도 했다.

   
▲ 브래드 리틀 배우

'가족로망스'의 연출을 맡은 장우성 연출은 무대가 모두 끝난 후 "우선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배리어프리란 공연이 많이 생소할 수 있다. 오늘 이렇게 '가족로망스'와 '자리주SHOW!'를 통해 배리어프리 공연이 소개된 만큼 더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 유일한 아쉬움은 진행상의 문제로 입장이 지연되며 공연 시간이 전체적으로 밀려 1부와 2부 사이에 쉬는 시간 없이 바로 시작한 것이 옥의 티였다. 1부부터 공연을 본 사람은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4시간 가까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작은 문제로 스튜디오뮤지컬에서 지켜가는 따듯함이 퇴색되진 못했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며 10년만 해보자며 시작했다는 고은령 대표의 결심이 남은 5년,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가길 바랐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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