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화도 다시보자 '명화참고서'…'시카고'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석재현 syrano63@mhns.co.kr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영화를 보면서 배워갑니다.
[문화뉴스] 하나의 컨텐츠가 어느 장르에서 크게 흥행하게 되면, 다른 장르로 재생산되어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하는 뮤지컬들이 영화로 재탄생하여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뮤지컬의 경우, 영화와 달리 노래와 동반되는 퍼포먼스라는 요소들 때문에 영화를 몰입해서 관람하는 데 도리어 방해요소가 되어버려 뮤지컬 영화들의 평이 언제나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었고, 뮤지컬 원작의 느낌을 못 살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뮤지컬 영화로 뮤지컬과 영화의 요소, 모두 다 잡으면서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바로 '시카고'다.
 
1926년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열렸던 쿡카운티 재판을 모티브로 삼아 탄생한 연극 '시카고'는 1975년에 브로드웨이의 색체를 입으면서 뮤지컬로 탄생하였다. 도덕과 법이 무용지물이며, 사람들은 오로지 자극적인 기사와 선정성, 스캔들 등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에만 관심 갖던 1920년대 향략과 퇴폐에 찌들어있는 시카고의 어느 한 교도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쫓아다니는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한 순간의 범죄자의 신분으로 몰락했지만 복귀를 꿈꾸는 슈퍼스타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는 교도소에서 나가기 위해 여론몰이의 달인이자 승소 100%로 여성 재소자들을 석방시키는 능력을 지닌 변호사 빌리 플린(리차드 기어)을 설득하여 안간힘을 쓰게 되는 내용이다.
 
기존 영화였다면, 사람들이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그려내는 1920년대 시카고의 어두운 모습(활개치는 갱단, 마약과 밀수로 뒤범벅, 황색언론)을 숨막히는 혈투의 공간으로 활용하여 기승전결을 만들었을 테지만, 영화 '시카고'에선 오로지 교도소라는 영화의 주요 무대에 보충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배경이었을 뿐, 그 이상으로 발전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어떤 인물을 향한 비난과 매도가 아닌 흥겨움이 넘쳐난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두 빼앗아오기 위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돌아가면서 춤과 노래로 사람들에게 뽐낸다. 대신 인물 간의 관계를 그리는 감정선, 우리가 예상할법한 영화 속 애정관계 등은 철저하게 생략되었다. 오로지 무대 앞만 쳐다보면 된다. 그렇기에 전개되면서 갈등을 빚던 록시와 벨마 또한 후반부에서 화해를 하고 함께 꾸미는 무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또한 가능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섹시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혹독하게 살을 감량한 르네 젤웨거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당시 임신 중인 상태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해낸 캐서린 제타 존스의 노력도 칭찬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만삭의 몸으로 퀸 라티파와의 합동공연을 펼친 캐서린의 무대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러닝타임 113분 동안 우리는 이 끝없는 쇼를 보면서, "이 모든 것은 다 서커스야!"라고 외친 빌리 플린의 말이 어쩌면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한마디일 것이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넘어,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영화, '시카고'다. 가수 김원준의 히트곡 중 하나인 'SHOW'의 가사 첫 구절 "쇼! 끝은 없는 거야! 지금 순간만 있는 거야! 난 주인공인거야!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가 떠올리게 만드는 이 화려한 쇼에 우리는 이미 사로잡혔다.

시카고(Chicago), 2002, 15세 관람가, 범죄, 
1시간 53분, 평점 : 3.8 / 5.0(왓챠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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