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몸과 누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린다. 유교 사회가 심각했었던 한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전통과 규율을 중시했던 나라들에서 몸을 보여준다는 것은 큰 일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몸’도 이 세상을 꾸려나가는 소중한 존재이자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자연보호를 외치지만, 인간의 몸은 자연의 소중한 일부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이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떻게 보면 이번 전시는 상당히 파격적이지만, 그만큼 생각의 전환과 아름다움의 고찰, 그리고 그 넘어서 인생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데이비드 라샤펠은 처음에는 상업 사진가로서 경력을 시작했다. ‘앤디 워홀’에 눈에 들어 유명 패션 잡지, 행사에 메인 사진가로서 이름을 떨치는 그는 초기 사진을 보면 그에 맞게 매우 화려하고 현란한 몸과 스타들을 볼 수 있다. 스타들의 이미지가 몸의 자유와 만나 우리는 더 큰 자유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어느새 그의 작품들은 그러한 스타와 물질에 대한 환멸감이 사진으로 나타난다.

   
 

그는 사진을 찍기 전 자신이 무엇을 찍을지 개념을 생각하고 온다고 한다. 그의 사진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만들어진 어떤 공산품 같다. 그리고 그는 학업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은유적인 표현보다는 무언가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한 과감함과 '용기 없는 용기'가 느껴진다.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인생의 진리에 접근한 작품들을 여실히 볼 수 있다.

그동안 시각적으로 매우 파격적인 이미지들의 연속이었다면, 최근 순수 아트로 돌아선 그의 작품들을 보면 정신적인 개념의 파격성을 보여준다. ‘Still Life’에 보면 스타들의 밀랍 조각상이 훼손 된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스타라는 화려한 이미지에 갇힌 어둡고 추악한 한꺼풀 벗겨진 진실을 마주하는 것 같아 섬뜩하다. 시각적으로는 덜 화려하지만 나의 마음의 고동에는 큰 묵직감을 주는 그의 작품은, 그가 진일보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6년에 모든 것을 버리고 하와이로 농장에 가서 농부로 살고자 했던 그는 이렇게 인생의 진실을 깨닫고 또다른 ‘데이비드 라샤펠’로 한국에서 맞이한다. 그의 인생의 여정과 의미를 찾는 작업들이 지속되길 기원한다.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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