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님의 여름, needlework on cotton, 175.4×58.0cm, 2016 옥님의 겨울, needlework on cotton, 175.0×57.0cm, 2016

 

   
▲ 댄싱 그랜마, needlework on chiffon, 116.8x91.0cm, 2016

[문화뉴스 x 중앙대학교 서양화전공 졸업전시]

'흔적을 기록하다'

할머니를 소재로 작업을 깊게 시작한 날은 재작년 여름부터였다.

평소에 나는 죽음에 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차피 때가 되면 자연히 자기 팔자에 맞게 죽겠지. 라는 생각이 더 컸다. 하지만 요즘은 죽음이 무섭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슬픔이 많아졌다. 책이나 TV에서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는 한 없이 눈물이 난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고등학교 입학해서 처음으로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꽃다운 20살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 친구는 너무나도 멀쩡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그 친구가 온몸이 부어가고 그렇게 눈을 감을 때까지의 과정을 나는 봐왔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어린 나로 써는 충격적 이였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처음 듣고 1시간가량 펑펑 울었다.

재작년인가…할머니가 목욕탕에서 혼자 계시다가 발을 헛디뎌 숨을 못 쉬고 허우적댄 적이 있었다.

그 순간 할머니는 머리가 하얘지고 이러다 죽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 모습을 발견한 아주머니께서 할머니를 구해주셨다. 나는 그 자리에 없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이 얘기를 들었지만 소름이 돋았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부터였다.

나는 죽음에 관하여 문뜩 생각이 들고 그때 마다 눈물이 핑 돈다.
요즘도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할머니가 없는 빈자리는 너무나도 슬프고 내게 가장 힘든 시기가 그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에게는 무한함이란 없다. 흔적은 그 사람을 마음속으로 무한하게 만들어준다. 계속 간직한다는 것은 그 순간을 기록하거나 이미지로 남겨야 한다. 인간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 순간이 아름답다.

사람은 언제가 죽는다. 죽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영원이란 없고 또한 무한함도 없다.

영원하고 무한하려면, '흔적'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흔적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오래도록 간직되고 남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나는 할머니의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영상으로도 남기고 녹음도 한다. 그 밖에 많은 행위들이 있겠지만 내가 하는 기록은 사진과 영상, 녹음, 간단한 드로잉 이 정도인 것 같다.

기록을 이미지화 시키고 자수로 옮기는 과정은 할머니를 내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기 위한 나만의 의식 같은 행위이다.

나는 내 할머니의 흔적을 남기지만 관객들은 내 흔적들을 보며 자신의 할머니 또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나에겐 그들이 어떤 존재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시기간 : 2016.11.21-25 (월-금) 9:00am - 08:00pm
전시장소 : 중앙대학교 흑석캠퍼스 301관 (아트센터/207전시실/301갤러리)
구매문의 : pd@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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