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내년에 36회째를 맞는 서울연극제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대관에서 처음으로 탈락했다.

1977년 시작한 서울연극제는 5회였던 1981년부터 아르코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열려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유는 "서울연극협회가 제출한 공연장 대관신청서에 심의 근거가 될 만한 자료 기재가 미비해 심의 진행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었다.

   
▲ 서울연극제를 주관하는 서울연극협회가 1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 대관을 불허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판하고 있다. ⓒ 서울연극협회

서류를 한두 해 제출한 것도 아니고 그간의 역사와 경력이 증명하는 시간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자료기재가 미비하여 실격이라니. 서울연극협회는 "대관 탈락은 서울연극제의 35년 전통을 말살하는 처사이며 연극계와 시민을 우롱하는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고, "어떤 협의 절차도 없이 대관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게시판 공지글 하나로 내년 아르코 예술극장에서의 서울연극제 개최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영화제나 비엔날레 등 문화예술 행사에서 자주 불거지는 지자체의 "갑질"에 문화예술계의 불만이 여느 때보다 높다.

문화 예술의 특성을 알지 못한 체 지자체가 행정적인 이유로(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라고…) 권력을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이런 행보는 고스란히 문화 예술 시장의 축소와 문화 예술의 이탈로 드러난다. 그간 다양하게 만들어졌던 지자체 문화 행사들이 이러한 횡포에 명분을 잃고 퇴색되어 가고 있으며, 높았던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커다란 시장의 손실이고, 시민에게는 다양한 문화 예술을 즐길 기회를 잃게 하는 공공적 손해다.

문화예술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잘되는 어느 한 가지만 키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처럼 다양성이 존재해야 그 건강한 생태계속에서 새로움이 생겨나는 시장적 특성이 있다.

문화 예술은 절대적으로 그 스스로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소멸하고, 흐를 수 있어야 한다. 외부의 손길이 작용하지 않는 DMZ 구역에서 가장 훌륭한 자연을 만나듯, 문화 예술도 그러하다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많은 문화 예술 행사가 지자체 행사로 이뤄진다. 전 세계적으로 큰 규모의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은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하지 않고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화예술을 생산하는 데에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균형잡힌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문화 예술 시장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따라와 주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해도 소통도 없는 행정과 권력은 아마 앞으로도 서울연극협회에 일어난 것과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을는지 심히 우려된다. 소통의 부재에서 만들어지는 불통의 참사는 결국 문화예술을 시들게 하고, 관련 종사자들을 좌절하게 한다. 문화 예술의 소통을 막고 침묵하게 한다.

대한민국은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가르치고, 인간이 자원이라고 교육마저 인적자원을 붙여 부르는 나라다. 그러면서 천연자원 없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있는 큰 시장인 문화 예술을 소통 부재의 행정과 정치적 목적으로 막아버리면, 막 꽃피우려고 했던 한국의 문화 예술은 한류라는 소리만 요란한 신호탄 뒤에 침몰하고 말 것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영화, 미술, 연극, 방송계까지 어느 하나 '보이지 않는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이 커다란 손실을 목도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결코 밥그릇을 빼앗긴 문화 예술 종사자들뿐 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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