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지난 주말은 한국의 클래식(특히 성악)애호가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주말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고인이 된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제외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너 둘, 호세 카레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가 같은 서울 하늘 아래 공연을 한 주말이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호세 카레라스의 공연은 주말 이틀 동안 예정되었던 공연 중 토요일 공연만을 소화하고 건강 문제로 일요일 공연을 당일 취소 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플라시도 도밍고의 일요일 공연은 일흔 네 살의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체력으로 앵콜곡까지 너끈히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소프라노 박소영, 아르헨티나 출신의 소프라노 버지니아 톨라 두 여성 싱어와 함께 때로는 홀로, 때로는 서로 음색을 주고받으며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모습은 전성기를 넘어선 원숙미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고 평할 수 있었다.

   
▲ ⓒ 롯데백화점
   
 

 

   
 

물론 몇 년 전부터 음역을 바리톤으로 낮춰 활동하고 있어 예전만큼의 고음은 듣기 힘들었으나,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는 연기와 더불어 스튜디오 앨범을 듣는 것 같다고 느껴질 만큼 깨끗하고 중후한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1부에서는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나온 '아리아'들을 주로 선보였으며, 중간 휴식 이후 이어진 2부에서는 귀에 익은 '맨 오브 라만차', '마이 페어 레이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의 영화 수록곡, 오페라 '박쥐'의 노래가 불려져 클래식 공연 감상의 기회가 적은 필자로서도 점차 흥이 나는 공연이었다.

공식 공연이 마무리되고 팬들을 위한 앵콜 공연이 무려 다섯 곡이나 이어져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열정적인 환호를 보인 한국 팬들을 향한 애정이 어린 답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베사메 무쵸'로 1만여 한국 팬들의 떼창을 이끌어낸 후 박소영과 버지니아 톨라가 한 곡씩, 다시 플라시도 도밍고가 그라나다를 부른 후 마지막으로 세 명이 함께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는 모습에서는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크로스 오버 연주자 클로드 볼링과 그의 빅밴드가 애국가를 편곡해서 연주했을 때처럼 최고의 명인이 그의 목소리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 내한을 또 다시 기약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글] 아띠에터 효비 artietor@mhns.co.kr

평소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속칭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살아가지만 스윙댄스와 뮤직 페스티벌, 각종 이벤트와 파티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재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감성포텐 터지는 여자.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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