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결단력 있는 행동을 촉구하며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조형근kareljay@mhns.co.kr. 글을 쓰고 싶은 음탕한 욕망이 가득하나, 스스로를 일단은 억눌러야 하는 현실.답은 유명해지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문화뉴스] 대한민국 온 구석구석 현재 최고의 이슈는 역시 최순실이다.

길거리를 가도 뉴스에서 최순실 이야기가 나오고, 인터넷으로 뉴스 한번 보려고 포탈에 들어가도 역시 최순실이다. 사람들의 농담 속에서도 최순실이 나오고, 촛불을 들면서도 최순실을 찾는다. 광화문에 수만 명의 사람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몇몇 정치인들 또한 하야 정국을 요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2016년, 최고의 이슈다.

필자도 지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최순실 게이트의 진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필자는 정치부 기자도 아니고,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대한민국의 한 소시민에 불과하다. 사회의 각종 정보를 입수하는 건 대부분 그렇듯이 대중매체의 정보 전달을 주로 듣고, 보게 되며, 필자가 최순실 게이트의 진위에 대해 논하지 않는 건 이 정보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처음에 최순실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정말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은 이에 대한 속 시원한 진실을 알려주기보다는 언제나 그랬듯이, 불확실한 의혹을 먼저 주장하고, 맞으면 대박,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 행태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나오는 모든 정보는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말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수없이 쏟아져 내리는 의혹과 [단독]이라고 보도되는 기사. 못 믿을 검찰과 참 정보만을 전달하는 JTBC 외 언론. 과연 그럴까? 검찰이 변질하여 믿을 수 없다면 언론은 그 태생 자체가 사기업으로 공익이 아닌 이익을 위한 집단인데,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수사를 진행 중인데도 수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이 해명해야 하는 상황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은 권력의 시녀에 불과해서? 부정부패를 감시해야 할 집단에서 부정부패와 전관예우 등 말 같잖은 일들이 지속해서 자행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물음표를 던지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을 뿐더러, 결과적으로 남는 것도 없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의 진실, 과연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고, 이를 밝히기 위해 언론은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해야 하고 검찰은 법에 따라 수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현실은 그 어느 쪽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현재 매일 이어지고 있는 학계와 시민들의 시국선언, 박근혜 대통령 하야에 대한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필자는 대안이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국민은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

   
 

시위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기에 절차와 시위 진행 중 불법적인 내용이 없다면 당연히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그게 바로 한 사람의 목소리를 중요시여기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같다.

필자는 이 시위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잘못된 것은 이 시위가 내는 목소리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치권에 있다. 평범한 사람은 정보의 입수 경로가 무척이나 제한적이다. 최근의 사회가 정보화 사회에, 조금만 인터넷을 찾아보면 정보가 넘치는 정보의 홍수라고 이야기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는 기본적으로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터넷의 정보는 출처도 불명할 수 있고, 그 정보가 잘못되었다 한들 묻혀버리는 것으로 대체가 되지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나 사과의 형태로 다시 전달되지 않는다(설령 그렇다 한들, 이미 지나간 정보에 대해 사람들이 굳이 다시 찾지 않는 형태가 인터넷 정보이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그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간접민주주의 방식을 기초로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현 정치권은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본인의 통치 근거를 보장받은 사람으로, 그들의 정치 방향은 될 수 있으면 국민이 내는 목소리에 부합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 정치권은 국민이 내는 정권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이를 해결하려는 방안을 내놓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게 '아니오'다.

앞서 현재 시위가 대안이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한 뒤에 나오는 플랜B의 윤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하야했다 치자, 그 다음에 통치할 사람은 누구인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그러면 60일 안에 국민이 이해할 만한 대선후보를 곧바로 내놓을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고 책임총리제로 불안한 국정을 일단 바로잡고 정해진 일정대로 대선을 치른다면, 김병준 내정자를 제외하고 다른 대안은 있는가?

많은 물음표에 대한 답은 '없다'.

그들은 아무것도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여당 내에서 친박과 비박이 갈라져야 한다?

지금 비박의 중심이라 분류되는 게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라면 그들을 인제 와서 비박이라 부를 것인가? 민주당은 탄핵을 성공으로 이끌 자신은 없고, 현 상황이 유지만 돼도 자신들의 정권 창출에 방해가 될 일이 없어서 정치적으로 현 상황을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정치인 보고 같이 촛불을 들어달라고 시위를 하는 게 아니고 정치인답게 정치적 방법을 이용해서 현 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왜 뜬금없이 같이 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촛불을 잡고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그들이 정말 현 시국에 가슴 아파하고, 현 상황을 변화시키고 싶어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내가 선출된 정치인이라면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 최순실 게이트 규탄 촛불집회에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행진하던 중 이를 막아서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이제는 사실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이 실은 생각보다 별 것 없어서, 현 상황을 유지만 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매주 주말마다 많은 사람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한다 한들, 결국 행동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다면 이 상황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치권이 국민의 뜻에 따라 당선된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배지에 부끄럽지 않게, 역풍을 맞아 정치 인생이 끝날 것을 두려워 나서지 않는다거나 하지 않고 그들 자신의 신념에 부끄럽지 않게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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