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퇴소 청소년들을 위한 나눔콘서트 '희망발전소4' 공연 리뷰

[문화뉴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평범한 말보다는 매력적인 음악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며, 음악 속 메시지를 기억 속에 좀 더 오래 새겨둔다. 그래서 음악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멋지지만, 그 속에 긍정적인 주제가 담긴다면 한층 높은 차원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증명하듯, 뮤지션과 사회적 기업이 만나 4년째 진행하는 뜻 깊은 음악공연이 있다.

 

   
 

전기뱀장어와 함께하는 나눔콘서트 '희망발전소'는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가게와 밴드 전기뱀장어가 협력해서 나눔의 뜻을 전하는 공연이다. 이번 '희망발전소'의 테마는 보육원 퇴소 청소년 지원 사업으로, 공연의 취지에 동감하는 오지은서영호와 가을방학의 계피가 합세해 무대를 꾸몄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나눔콘서트 '희망발전소'는 지난 10월 31일 오후 5시 플랫폼창동61 레드박스에서 진행됐다.

 

   
▲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전기뱀장어의 이혜지(베이스), 황인경(보컬, 기타), 김예슬(기타), 김민혁(드럼).

먼저 전기뱀장어는 경쾌한 '사랑의 자전거'와 록킹한 멜로디가 더해진 '송곳니'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다음으로 '주륵주륵주르륵', '704호' 등 앉아서 보는 공연에 잘 어울리는 잔잔한 곡들이 이어졌다. 특히 '행운을 빌어'에서는 상큼한 음색의 객원보컬 박혜원이 함께해, 곡의 느낌을 더욱 살렸다.

전기뱀장어 특유의 매력이 한껏 묻어나는 록킹한 곡도 만날 수 있었다. 긴 호흡이 돋보이는 '써드 임팩트'에 이어, '적도'의 신나는 멜로디와 '트램폴린'에서의 떼창으로 공연장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어지는 순서도 기대해 달라"는 말과 함께 들려준 '별똥별'은 첫 번째 무대의 여운을 짙게 남겼다.

 

   
▲ 오지은서영호의 서영호(왼쪽)와 오지은(오른쪽)는 자신들의 음악을 "애써 잊어버리고 있던 일을 떠올리게 만드는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오지은서영호는 건반과 목소리만으로도 무대를 꽉 채우는 공연을 선보였다. 요동치는 마음을 표현하듯 오르내리는 건반과 살짝 눌러 담담하게 노래하는 보컬이 부드럽게 조화를 이뤘다. 이들은 마음의 심연을 건드리듯 고요하게 노래하며, 짧지만 깊은 호흡으로 '더, 더, 더'를 제외한 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들려줬다.

이렇게 환상의 호흡을 선보이다가도, 멘트를 할 때는 서로 만담하듯 티격태격하는 반전의 모습 또한 매력적이었다. 특히 깊은 감성의 커버곡은 오는 12월에 진행되는 이들의 단독공연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편, 이렇게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전기뱀장어의 '열일' 역시 돋보였다. 전기뱀장어는 첫 무대를 멋지게 열고나서도 중간중간 공연의 진행을 도맡아하며 전환시간의 공백을 알차게 메꿨다. 또한 팀별로 당첨자를 추첨하기로 했던 선물 증정 이벤트에 차질이 생기자, 대신 관객 명단을 가져와서 돌발 상황에 깔끔하게 대처하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뮤지션뿐만 아니라 공연 기획자·스태프까지 넘나드는 전기뱀장어의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 가을방학의 계피는 "다들 표정이 정말 좋고 행복해보이신다"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긍정적이고 따뜻한 기운을 전하는 공연을 선보였다.

마지막 무대는 어쿠스틱 기타와 건반 셋으로 구성된 가을방학 계피의 공연이었다. 계피는 따뜻하고 풍부한 감성의 목소리로 '편애', '나는 왜 주머니에서 낙엽이 나올까'처럼 평소 가을방학의 공연에서 듣기 어려웠던 곡은 물론, 이소라의 '믿음'과 서태지의 '너에게'와 같은 커버곡도 선보였다. 감기로 인한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고 차분하게 공연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계피는 "마음이 힘든데 먹고 사는 것까지 어려우면 몇 배로 더 힘들다"며, 보육원 퇴소 청소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공연에서는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세 뮤지션의 세 가지 매력이 듬뿍 묻어났다. 전기뱀장어가 특유의 톡 쏘는 매력과 에너지로 공연장을 후끈하게 달궜다면, 오지은서영호는 까만 밤하늘의 별처럼 고요하면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노래를 통해 내면을 응시하게 만들었다. 이어 계피는 잔잔하지만 달콤한 음색으로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졌다. 신나면서도 고요하고, 따뜻하면서도 흥이 넘치는 공연이었다.

플랫폼창동 레드박스의 분위기 역시 공연의 색깔과 잘 어우러졌다. 1층의 객석은 높지 않은 무대를 가장 가깝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으며, 2층의 스탠딩석은 공연장 전체의 분위기를 맛보며 색다른 기분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 이날 공연의 모든 출연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또한, 이번 공연의 테마인 나눔이라는 메시지는 공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우면서도 분명하게 전해졌다. 공연장 야외로비에 보육원 퇴소 청소년에 대한 설명과 모금함이 설치되었으며, 모든 관객들에게는 온라인으로 기부할 수 있는 QR코드가 동봉된 팔찌가 증정됐다. 공연 중 전환시간에도 보육원 퇴소 청소년 지원사업에 대한 소개영상이 함께했다. 만 18세가 되어 보육원에서 나와 홀로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날의 희망콘서트뿐만 아니라, 더 많은 나눔의 손길이 모이길 기대해본다.

희망콘서트는 취지도 좋지만 공연 자체 역시 완성도가 높았다. 각 팀마다 50분 남짓의 무대를 선보인 것은 물론, 무대 전환을 비롯한 전반적인 공연 진행도 원활했다. 게다가 물 흐르듯 공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눔과 실천의 중요성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희망콘서트처럼 알차면서도 의미 있는 공연이 더욱 많아지고, 이러한 공연들이 운영될 수 있는 조건이 보다 잘 마련되길 바라본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전기뱀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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