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불역쾌재' 중 태보(윤상화) 대사

[문화뉴스]

   
 

"전하는 지금 이 나라를 힘 있는 자의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왜 백주대낮에 죽은 일곱 명의 젊은이들을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까?"

연극 '불역쾌재'는 상상 속의 조선시대를 그린다. 왕의 스승이자 나라를 이끄는 핵심 관료인 기지와 경숙은, 절친한 벗인 태보가 일으킨 정치적 파란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파직 당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그러나 절친한 두 대감 중 하나는 국론을 통합하기 위해 반드시 책임을 지고 처단돼야만 한다.

태보는 '분서'를 통해 엉망이 된 나라를 고발한다. 그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고통과 분노가 넘쳐흐르는 현재의 대한민국이라는 시공간에 딱 들어맞는다. 그래서 애절하다. 그리곤 "무너질 건 무너져야지요"라는 태보의 말에 한숨과 눈물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된 것일까. 어쩌다 '매일 닦고 또 닦아도 바뀌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고, '힘 있는 자만의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고, '백주대낮에 죽어가는 젊은이들을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일까. 태보의 말대로, 그리고 19세기 러시아 청년 바자로프의 말대로 '무너져야'만 되는 것일까? 건설을 위한 파괴가 진행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제 무엇이 인(仁)인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됐다'라 외치는 태보의 울부짖음은 너무 쓰리다.

상상 속 조선의 모습은 지금과 너무 닮아 있다.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불역쾌재
   - 공연날짜 : 2016. 10. 26 ~ 11. 6.
   - 공연장소 : LG아트센터
   - 작가, 연출 : 장우재
   - 출연배우 : 이호재, 오영수, 윤상화, 최광일, 이명행, 김정민, 유성주, 조판수, 마두영, 김동규, 이동혁, 황설하, 전영서, 고광준, 라소영, 손은경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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