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해방된 카메라
'토르'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외에 마블의 주요 무대는 지구였다. '스칼렛 위치'와 '비전' 등의 특수한 캐릭터가 있었지만, 대개의 마블 히어로는 지구의 물리법칙, 즉 중력의 규칙 내에서 활약해 왔다.
 
반면,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지구가 가지는 물리적 법칙에 구속되지 않는 판타지적 설정을 가지고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우주 이후에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지 궁금했었는데, 마블의 다음 소재는 초자연적 현상인 마법이었고, 덕분에 관객은 경험하지 못했던 액션을 볼 수 있다.
 
   
 
 
이전의 마블은 '아이언 맨'이라는 테크놀로지의 화신이 중심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이후엔 양상이 완전히 변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큰 변화 중 하나는 중력 법칙에서 벗어난 카메라이다. 변화한 공간과 그 물리법칙에 맞게 위치하는 카메라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역동적인 이미지로 담아낸다. 여기에 이 영웅의 시그니처인 망토가 더해지면, 카메라는 땅을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얻는다. 앞서 오버랩되는 영화들과 더불어 자유로운 카메라가 바라보는 것은 결국 하나다. 스크린이 구현한 엄청난 스팩터클. 그래서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하며, 아이맥스 관람을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마블 유니버스의 균열, 그리고 가고자 하는 길
하나의 세계로서 진화해 온 마블 유니버스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등장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들이 구축하고, 공유한 세계에 금이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블랙 위도우'나 '호크 아이'는 강해 보이지 않으며, 영웅으로서 새로운 빌런에게 맞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공간의 초월 앞에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는 고철에 불과할 것 같고, '아이언 맨'의 수트마저도 하찮아 보인다. 이제 막 등장한 마블의 '스파이더맨'에게 지금의 세계는 감하기 벅찬 재앙이다.
 
   
 
 
개별적인 영웅의 서사였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벤져스'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을 통해 모든 영웅이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음을 환기해왔다. 그 때문에 개별 시리즈별로 강력한 영웅과 악당이 등장할수록, 그들이 여태 쌓아온 하나의 세계관과 영웅의 존재는 위협받게 되었다. 그들이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 보인다. 아마도 마블 스튜디오의 거대한 세계관 내에서 통일성 있게, 모든 영화를, 무리 없이 넘나들 수 있는 것은 '원 어보브 올'이라 불리는 '스탠 리'뿐이지 않을까.
 
'닥터 스트레인지'의 능력을 보고서 '저 능력을 ~게 사용하면 모든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아?'라고 질문을 던질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부터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능력 및 마블 유니버스의 설정이 영화만으로는 설명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그리고 개별 영화와 마블의 전체 세계관 사이에 균열이 시작되고 있음을 목격하는 순간이. 아직은 성공적이었고, 여전히 하나의 세계로 보인다. 이후 '블랙 펜서', '어벤져스' 등의 영화가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 속에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마블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궁금해졌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