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부딪혀 봐야 할 것들에 대해서

[문화뉴스] 

"아직 젊은 것 같은데 왜 귀농하려고 해요?"
 
처음 귀농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들은 말이다. 의외의 인물이 의외의 장소에 나타나서인지 다들 궁금해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그렇게 젊지는 않은데요."
 
동안도 노안도 아닌 그냥 나이만큼 살아온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선생님께 해당하는 건 없네요."
 
내가 뭐하러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게 이미 수개월 전부터 열 번도 넘게 본 귀농 지원사업에 관한 내용을 읽어주고 잘 모르겠네요.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를 반복하며 결국에 나를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시골에 내려온 사람으로 만든 상담원을 바라보며 턱밑까지 차오른 한숨을 애써 참고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주변에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하는 말인데 귀농정책을 너무 믿지 말기를 바란다.
 
나 같은 경우 뭔가 하나라도 얻어걸리려면 5년은 기다려야 했는데 성격이 급한 우리는 일단 진행하다 보니 나중에서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결론은, 나라에선 그렇게 쉽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기계실 옆 단칸방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사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귀농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꼭 알려주고 싶다.
 
   
 
 
많은 사람이 귀농에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고 한다. 대부분 이유가 준비 부족이라고 한다. 귀농을 쉽게 생각하고 별다른 준비 없이 내려왔다가 크게 당하는 것이다. 나도 귀농을 준비하면서 책 반 권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쓰고 아버지께 오케이 사인을 받고 내려왔지만, 막상 현실 앞에서 그냥 종이쪼가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꼭 귀농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일 년을 악착같이 버텨보고 나니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가 없음을 깨달았다.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은 다 찾아보고 상담도 다녀보고 전화도 여기저기 해보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것 같아도 결국엔 몸으로 부딪혀 봐야지 알 수가 있다. 너무 터무니없는 조언 같지만, 귀농 선배로서 이보다 좋은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 번 부딪혀 보라 @문화뉴스 아띠에터 김민식(당당).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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