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 이야기에 대한 도움말이 될 연극 '두개의 방'은 최근 '글로리아' 등을 선보인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작품으로 전수지, 이승주, 배해선, 이태구가 출연하는 작품으로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와 특종을 노리는 미디어, 그 속에서 실제 테러의 대상이 되는 개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1988년 미국 중동 정책을 다룬 이 작품은 2016년 들어 더욱 더 그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오며 '클래식'한 작품이 무엇인질 보여준다. 30년이 지난 지금, 테러의 위협이 미국을 넘어 유럽과 전 세계로 확대된 상황에서 '두개의 방'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된다. 또 테러라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현상을 넘어 '타인'의 '비극'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읽힐 수 있는 작품이다.

   
 

아무 이유 없이 납치당한 남편 마이클과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레이니는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것이 국가의 일이라고 말하는 미국 국무부 직원 엘렌, 본질을 넘어선 이미지를 강요하는 기자인 워커의 사이에서 희생당하는 개인의 모습을 잘 그려낸다. 엘렌과 워커는 다양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모두 레이니를 위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인 '마이클이 돌아오는 것'에는 아무런 해결책을 내지 못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두 사람의 삶은 점차 무뎌지고 낡아간다.

   
 

연극 '두개의 방'은 생각하며 보게 되는 작품이지만, 너무 어려운 생각을 요구하진 않는다. 인물과 방을 제외하면 거의 아무것도 없는 무대 위에서 조명의 힘으로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처음에는 파란색의 꿈속 조명과 주황색의 현실 속 조명이 명확히 분리되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레이니와 마이클의 세계는 꿈과 현실이 얽히며 뒤틀려 간다.

   
 

네 명의 배우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을 가득 채운다. 전수지가 보여주는 '피해자' 레이니의 모습은 서늘할 정도로 슬픔이 느껴진다. 이승주가 선보인 마이클은 몸이 너무 좋아서 3년 동안 갇혀 있는 사람의 비주얼은 아니지만, 그가 남긴 납치당한 자의 절망감과 슬픔, 꿈속에서 보여주는 또 다른 모습의 마이클을 자유자재로 연기하는 상당한 내공이 그대로 전해진다. 엘렌 역의 배해선과 워커 역의 이태구는 악역이면서 동시에 악역이 아니기도 하다. 특히 배해선이 연기하는 엘렌은 거대 공권력의 대변자로서 관객의 속을 시커멓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연극 '두개의 방'은 곱씹어보는 대사의 맛이 있는 작품이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명대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네 명의 인물이 내뱉는 말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사과하지 않는 공권력을 상대로 비극적인 삶을 보내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레이니와 마이클은 어디로 가야 할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11월 13일까지.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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