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산수유의 레지날드 로즈 작 김용준 번역 류주연 연출의 12인의 성난 사람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 1920~2002) 원작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약 10년 간 CBS를 통해 방영된 인기 드라마다. 원래는 무대공연을 위해 집필한 단편 소설이었다. 16세 소년이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뒤, 이를 참관한 12명의 배심원들의 평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배심제(陪審制, jury system)는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여 범죄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제도를 말한다. 특히 영미권 국가에서 중요한 제도이다. 종류로는 기소를 평결하는 대 배심(the grand jury)과 재판을 참여하는 소 배심(the petit jury)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민 참여 재판제도로 배심 제도가 실시되어 있는데 이름은 참심제 같지만 강제력이 없다.

소 배심(the petit jury)은 또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으로 구분되는데, 형사사건의 경우 배심원의 만장일치로 유죄여부를 판단하며,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결정한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소년의 살인은 소 배심에 속한다.

11명의 배심원이 소년의 유죄를 확신하는 반면 한 명의 배심원은 11명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죄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소년의 대변인이 국선변호사인 점, 증인들의 증언이 믿을 수 없다는 이 두 가지를 들어 누가 보아도 유죄인 사건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다루고 있는 살인과 같이 예민한 사안, 기술적, 전문적으로 접근해 들어가야 할 부분에 대해 과연 일반시민에 불과한 12인의 배심원들이 정확하고 정당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유죄를 주장하는 배심원들의 상당수가 판결보다 개인적인 문제에만 관심이 있어 한시라도 빨리 논의를 끝내고 싶은 심정들뿐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배심재판의 모순과 부적절함을 비판대에 올린 연극이다.

   
 

영화에서는 배심원 12인이 백인이고, 살해용의자는 흑인소년이다. 배심원들이 처음부터 소년의 유죄를 주장하며 성의를 보이지 않은 것은 그 소년이 백인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고, 인종편견을 빗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로 기억된다.

내용은 아버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소년의 재판에서 배심원이 평결에 도달할 때까지 배심원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논의 하는 모습을 그렸다. 법정에 제출된 증거나 증언은 피고인인 소년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것이며, 배심원의 대부분은 소년 의 유죄를 확신한다. 전체 배심원 일치로 죄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단 한명의 배심원이 소년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는 다른 배심원들에게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증거의 의심스러운 점을 하나하나 재검증할 것을 요구 한다.

그 한 명의 배심원의 열정과 권유, 추리에 의해 처음에는 소년의 유죄를 믿지 않던 배심원들의 마음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온다. 마지막까지 유죄라고 부르짖던 인물은 자신의 아들에게 주먹으로 뺨을 맞은 인물로 자식에 대한 원한을 살해용의자에게 풀려는 듯한 심정을 드러내다가 대단원에서 결국 무죄로 돌아선다.

원작자인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는 1955년에 이 작품을 연극으로 각색 했다. 향후 여자 배우가 캐스팅 되는 경우 "12 Angry Jurors" (12 명의 성난 배심원) 및 "12 Angry Women" (12 명의 성난 여자)로 제목을 바꾸는 등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극단 산수유의 연극에서는 남녀로 구성된 12명의 배심원과 정리 1명으로 구성된다. 무대는 철제 봉으로 울타리를 두르고, 하수 쪽 출입구는 잠그도록 되어있다. 상수쪽에 화장실이 있고, 울타리 안에 의자와 앉을 수 있는 도구가 배치되어있다.

암전상태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소년을 두고 배심원의 평결이 시작된다. 남성 9인과 여성 3인이 배심원으로 구성된다. 고등학교 축구코치, 은행원, 사업가, 주식 중개인, 페인트 공, 세일즈맨, 야구광, 건축가, 시계공, 차고주인, 광고인 등 다양하다. 주인공인 건축가의 무죄추정을 시작으로 11인의 유죄주장이 무죄로 평결되는 극적전개 그리고 귀결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연출가 류주연은 극단 산수유의 대표다. <길, 그 여자를 만나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 <기묘여행> <냉동인간> <동물 없는 연극> <주머니 속 선인장> <허물> <청중> <괴물> <하퍼리건> <사소한 물음> <금지된 작난>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예쁜 여성연출가다.

홍성춘, 강진휘, 남동진, 이종윤, 유성진, 신용진, 한상훈, 현은영, 김애진, 박시유, 반인환, 홍현택, 서유덕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설정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이희순, 의상디자인 최 원, 조명디자인 박성희, 조명어시스트 박소라, 음악감독 윤민철, 조연출 오세창, 기획 홍보 강선영 김시내, 디자인 사진 김 솔 등 기술진과 제작진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극단 산수유의 레지날드 로즈 작, 김용준 번역, 류주연 연출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우수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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