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바야흐로 이제는 거대 미디어가 아닌 콘텐츠가 트렌드를 선도하고, 지금은 크리에이터의 시대인 것은 분명합니다.

중견 건설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그에게 뭐라고 했을까요. 그를 응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새로운 이름과 함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빛내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20만 구독자와 소통하는 비평가이자 영화 전문 파워 크리에이터 빨강도깨비님을 소개합니다.

   
 


▶ 진 행 자 : 이우람 (문화뉴스 편집장· 마포 FM_100.7MHz 이우람의 트렌드픽업쇼DJ)
▶ 패 널 : 김도연 PD(영상콘텐츠 컨설턴트), 시선 작가(SNS 캘리그래퍼)
▶ 게 스 트 : 영화 전문 크리에이터 빨강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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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빨강도깨비님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ㄴ '영화로 만들어가는 영상 매거진'을 모토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빨강도깨비입니다. 작년 이맘때까지 중견 건설회사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했고, 지금은 영화 관련 인터넷 방송인이 되고자 열심히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포 FM 홍대 인근에는 자주 오시는지?
ㄴ 골방에서 혼자 일주일 내내 작업하는 타입이라서 잘 나오지 않는다. 

도연 PD와 시선 작가가 빨강도깨비님의 채널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ㄴ 도연 PD: 영화를 좋아하고 유튜브에 친숙한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빨강도깨비님의 콘텐츠를 접해봤을 것이다. 흡입력 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대표적인 영화 관련 채널이라고 생각한다.
ㄴ 시선 작가: 영화관에서 정말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나면 상영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힐링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빨강 도깨비님의 콘텐츠를 보고 나면 기분이 좋고 힐링된다. MCN계의 산타클로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빨강.... 산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빨강도깨비님 자신의 채널과 콘텐츠에 대해서 추가로 설명할 부분이 있다면?
ㄴ 사실 비평이나 리뷰 중심은 아니고 영화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두 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앞으로 비평과 리뷰에도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강도깨비'이라는 활동명은 어떻게 짓게 된 건가
ㄴ 별다른 의미는 없다. 2002년 당시 포털 사이트 ID를 만들 때도 사용한 이름인데, '붉은 악마'보다는 조금 더 친근하고 한국적인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빨강 도깨비'로 지었다.

   
 ▲빨강도깨비 채널 로고/ 빨강도깨비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


활동명이 크리에이터 생활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로고도 굉장히 귀엽던데

ㄴ 잘 지은 것 같다. '빨강'이라는 것이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의미하기도 하고, '도깨비'가 요즘에는 어떤 엔터테인먼트의 상징이 되기도 해서 내 콘텐츠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구독자 20만 명 돌파 축하드린다. 20만 명이 넘고 변화가 있었나
ㄴ 유튜브에서 구독자 10만 명을 넘으면 실버 플레이트를 준다. 처음 그걸 받고 엄청 흥분했었다. 그런데 숫자에 집착할수록 삶이 피폐해지더라. 핸드폰을 손에 달고 살고 밤잠을 설치고... 이제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20만이라는 숫자 때문에 외부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

단기간에 구독자 20만 명을 돌파했다. 급격하게 구독자가 늘어난 이유가 있을까?
ㄴ 작년 5월에 첫 영상을 올리고 1년 6개월 만에 구독자 2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구독자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나조차도 모르겠다. 유튜브는 워낙 종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ㄴ 건설회사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하면서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로 출장을 다녔다. 보통 20시간 정도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그때 주로 영화를 봤다. 그리고 본 영화를 토대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1년 6개월 정도 했는데 누적 조회수가 300~400만 정도 나왔다. 그때부터 크리에이터로의 꿈을 키웠던 것 같다.

영상 제작을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특별한 사건이 있는지?
ㄴ 2015년 어벤저스 2편 개봉 당시, 어벤저스 이전 내용을 모두 요약한 블로그 포스팅용 글을 작성했다. 10페이지가 넘어가더라. 그런데 같은 내용을 10분 남짓한 짧은 영상으로 만든 해외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충격 받았다. 심지어 재미까지 있었다. 그때부터 무작정 인터넷을 뒤져서 영상 편집을 배웠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 후 첫 영상을 올렸다.

당시까지는 직장인이었는데, 빨강도깨비 채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
ㄴ 두 번째로 올린 영상이 갑자기 반응이 왔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캐릭터 BEST7' 이라는 영상인데, 구독자분들이 영상을 좋아해 주고, 카톡으로 영상 링크가 빠르게 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후 6~7개 영상을 올리면서 점점 확신을 했고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로직(운영 구조·논리)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인터넷이나 콘텐츠 플랫폼 분석에 굉장히 철저한 것 같다.

ㄴ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졸업반 때 마케팅에 관심이 생겨서 작은 광고회사에서도 일했었다. 과거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 글이 어떻게 퍼지고 왜 인기가 있는지 등 블로그 로직에도 관심을 두고 혼자 이것저것 실험했다. 

유튜브 활동을 하며 분석한 유튜브 로직에 대해 짧게 설명 부탁한다.
ㄴ 유튜브는 국내 포털 사이트보다 변수가 많다. 그래서 유튜브에서는 해당 영상에 대한 체류 시간이 중요하다. 운영자(구글)들은 체류 시간이 많은 영상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상이라고 판단하고 '추천 영상'으로 꼽는다. 유튜브는 '추천 영상'이 중요한 유입 경로이기 때문에 체류 시간을 늘리도록 영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유튜버로 전직한 후 빨강도깨비의 길이 잘 풀린 것 같은지?
ㄴ 1년 반 만에 20만 구독자를 모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회사에 다닐 당시 사업성 분석 업무를 담당했는데 그 경험을 토대로 내 유튜브 채널에 대해 사업성 분석을 했다. 그 결과 3년 정도 투자하면 내가 바라는 수익을 낼 수 있겠다는 결론을 냈고, 3년 동안 수입이 없어도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을 모은 후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영상과 관련된 일 혹은 취미 같은 것이 있었는지?
ㄴ 1년 조금 넘게 조그만 비디오 대여점을 했다. 어학연수로 미국에 갔을 때 아르바이트했던 비디오 체인점 '블록버스터'의 한국판 점포를 꿈꿨다. '블록버스터'는 회원별 등록된 카드로 자동 계산이 돼서 연체금이 밀리지 않고 결제 내용 빅데이터를 분석해 회원별 쿠폰을 발급한다. 이런 시스템을 보면서 비디오 가게에 대한 로망이 생겼던 것 같다.

   
 ▲빨강도깨비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


보통의 영화 평론가들은 학교 다닐 때 영화를 많이 봤다고 하더라. 언제 가장 영화를 많이 보았나

ㄴ 학교 다닐 때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영화를 많이 봤다. 집에 100인치 스크린을 걸어놓고 프로젝터로 영화를 봤다. 하루에 2~3편씩 보기도 하고 친구들을 불러서 나름 영화제도 했다.

비디오 가게부터 혼자 영화제까지, 어렸을 때부터 사업가 정신이 뛰어났던 것 같다. 콘텐츠 제작에서 어떤 점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나
ㄴ 항상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소재.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사람들이 뭘 좋아한다', '이게 요즘 뜬다더라'는 말에 흔들린다. 그런데 사실 대중이 뭘 좋아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런 것들을 좇아가다 보면 자기 정체성도 잃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과 괴리가 생긴다. 그래서 우선은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둘째,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영상 체류시간을 고려해서 편집에 신경을 쓴다. 내 영상의 가장 큰 장점은 특별히 웃기진 않지만 멍하니 보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 영상이다. 영상을 끌 포인트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편집 센스는 어디에서 배운 건가
ㄴ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고 나름 로직을 공부하면서 체류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됐다. 그리고 블로그를 운영할 때에도 체류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했다. TV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조금만 지루해져도 금방 채널은 돌아가고, 유튜브는 영상 페이지를 나가버린다.

영상 제작에는 보통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리나
ㄴ 원래는 일주일에 영상 한 편을 작업했다. 그런데 직업으로 삼으려고 보니 일주일에 한 편을 올려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더라. 지금은 한 아이템의 조사자료를 가지고 2~3개 영상을 다른 포맷으로 구성한다. 그렇게 해서 2주에 3~4편이 나온다. 

실제 성격도 많이 분석적인가?
ㄴ 경제학 전공이라서 그런가 평소에도 분석적이고 시니컬하다. 그리고 굉장히 결과주의적이다. (하하)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머니볼'인데 그 영화를 보면서 내 모습을 많이 떠올렸다.

작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인생 영화를 3편 정도 뽑아줄 수 있나
ㄴ 1. 매트릭스, 2. 머니볼, 3. 노팅힐 아니면 쇼생크탈출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나 유튜버가 있는지
ㄴ 해외 유튜버 중에 롤모델로 삼고 있는 채널이 있다. Every Frame a Painting(에브리 프레임 어 페인팅). 일단 편집과 구성이 좋고, 내용을 멋진 영상으로 담아낸다. 말보다 화면 영상으로 말하는 채널이다. 그리고 Screen Junkies(스크린 정키) 채널이 있는데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실 것 같다. 이들도 처음에는 소수 인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기업형으로 성장해서 자체 드라마와 토크쇼도 제작하고 있다.

국내 유튜브 채널 중에 좋아하는 채널은 없나
ㄴ '영국남자' 채널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당연하다고 지나치는 것들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상 깊다. 사실 조쉬는 한국에 온 지 오래됐기 때문에 이미 한국 사람과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을 텐데 어쩌면 한국에서 다양하게 여겨지는 문화를 꼬집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편집을 정말 잘하더라.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얻는 수익 규모나 루트가 궁금하다.

ㄴ 유튜버의 수익은 등락이 심하다. '시빌워' 개봉 당시 내 채널에 방문했던 시청자 규모가 한 달 동안 500만 명이었다. 당시에는 순수 유튜브 수익이 한 달 800만 원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달이 지나니 반토막났다. 유튜브 수익은 광고 수익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이 넘기지 않고 30초를 볼 수 있는 광고가 붙기 시작하면 수익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앞으로 빨강 도깨비 채널 홍보나 성장에 대한 계획이 있나
ㄴ 자료를 조사하고 클립을 찾는 등 함께 작업하는 친구가 있는데, 지금은 한 명이지만 앞으로는 골방을 벗어나서 더 많은 친구와 크기를 키워보려고 한다.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과 건강한 영화 관련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 싶다.

빨강 도깨비님 인생의 목표와 좌우명은?
ㄴ '놀 땐 놀자'는 생각으로 지금도 주 5일 근무, 공휴일 휴무로 일하고 있다. 혹자는 "배가 불렀다"고 말할 수 있지만 길게 일하려면 강약을 조절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에이터는 사람들의 반응에 많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감정 소모가 상당히 큰 직업이다. 이런 데에 의연해지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팬분들과 인터뷰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ㄴ 빨강 도깨비 콘텐츠가 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콘셉트라서 인터뷰 영상을 본 구독자분들이 놀라실 것 같다. 평범한 아저씨인 빨강 도깨비의 영상과 채널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 좀 더 재밌는 콘텐츠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영화 로키발보아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내가 나 자신을 믿기 전까지는 내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없을 거야"라는 말입니다. 우리도 빨강 도깨비님처럼 자신의 꿈을 믿으며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인터뷰 마칩니다.

문화뉴스 최예슬 dptmf6286@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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