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딜런' 트위터 계정.

[문화뉴스] 2016년 노벨문학상은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케냐 출신의 응구기 와 시옹오 사이의 경합 구도로 점쳐졌다. 영국의 도박 사이트인 래드브룩스에서는 수상자 발표 전날까지도 두 작가의 이름이 엎치락뒤치락했다.

막상 무대에서 호명된 이름은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2016년 노벨문학상은 소설가가 아닌 사람에게 돌아갔다.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 록 가수 밥 딜런이었다. 밥 딜런은 네 번째 비(非)문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이에 따라 밥 딜런과 관련된 서적, 음반의 판매량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 서점에서는 밥 딜런의 수상을 맞아, 운영 중인 중고 서점 전 매장에서 밥 딜런의 음악을 틀어놓기도 했다.

밥 딜런의 수상 사실은 1953년 수상한 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경우와 비슷하다. 나머지 두 사람,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많은 저술 활동을 한 바 있고,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구토'와 '닫힌 방' 등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남겼다. 자서전 이외의 저서를 가지지 않은 밥 딜런의 내력은 처칠과 유사하게 여겨진다.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시대의 수여로 이해하는 게 옳을 것이다. 처칠은 문학과 가까운 인물은 아니었다. 단, 처칠의 수상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를 저지했다는 데 대한 인사에 가까웠다. 밥 딜런의 수상 사실 또한 일종의 "인사"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밥 딜런이 전적으로 문학의 영역과 무관한 인물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음유시인'은 밥 딜런을 수식할 때 종종 쓰이는 이름이다. 밥 딜런 자신도 시인의 이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사실은, 문인인가보다는 그저 '음유시인'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만 해두면 될 것 같다. 포크 록 가수 밥 딜런의 시는 노래 없이 외따로 존재하지는 않았던 까닭에.

   
▲ ⓒ'밥 딜런' 트위터 계정. 1965년.

그렇다면 밥 딜런이 "인사"를 받을 이유는 무엇인가. 답을 찾으려거든, 밥 딜런의 이력을 되짚어보는 게 좋겠다. 밥 딜런은 영국 출신 가수들이 미국 등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이른바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 시기에 활약한 미국 가수다. 그리고 그 시기, 브리티시 인베이젼으로 대표되는 비틀즈 같은 음악가들이 대개 예외 없이 취하던 태도가 있다. 반전운동이다. 밥 딜런 역시, 당대 반전운동의 중요한 인사였다.

지나간 시대, 그리고 인류사의 '음유시인' 밥 딜런은 노벨문학상으로, 자신의 노래와 언어에 대한 인사를 받았다.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밥 딜런의 수상에서 "인사받을 만한" 가치를 떠올려낼 수 있는 것은 밥 딜런이 그 시절을 살아가는 '음유시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까닭에서가 아닐까. 

이제, 밥 딜런의 "인사받을 만한" 몇 곡을 소개한다. 여태까지의 노벨문학상 수상 사례와는 달리 책이 아닌, 노래로 기억해야 하는 수상자라는 점에서 2016년 노벨문학을 기억하는 방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 'Blowing in the wind' (1962)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는 밥 딜런의 노래 중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곡일 것이다. 반전운동에서 대표적으로 불려졌던 곡. 밥 딜런 본인은 이 노래의 모호한 가사에 대한 질문에, "단지 그에 대한 답 역시 바람 속에 있다"는 대답을 돌려주었던 바 있다.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n call him a man?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Yes, and how many times must cannonballs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만 비로소 사람일 수 있게 될까?
흰 비둘기는 얼마나 넓은 바다를 날아야 백사장에서 잠을 청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전쟁의 포화가 거쳐 간 뒤라야, 그것이 영원히 금지될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어.
대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어.

▶ 'Knockin' On Heaven's Door' (1973)

밥 딜런의 또 다른 대표곡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도 반전과 평화에 관한 메시지로 불려졌던 바 있다.

Mama, put my guns in the ground
I can't shoot them anymore.
That long black cloud is comin' down
I feel like I'm knockin' on heaven's door.

엄마, 제 총을 바닥에 내려놓아주세요.
나는 더 이상 그들을 쏠 수가 없어요.
저 길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어요.
마치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요.

▶ Mr tambourine man(1965) 

▶ Like a rolling stone (1965)

▶ One more a cup of coffee (1976)

문화뉴스 김미례 기자 prune05@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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