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playticket@mhns.co.kr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진행(100.7MHz)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서울연극폭탄(ST-BOMB) 손정우 예술감독과의  인터뷰. 

1.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ㄴ 경기대학교 연기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초연기와 공연제작워크숍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ST-Bomb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2.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극단도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ㄴ 사실 교수이전에 현장연출가로서 오랫동안 작업을 하였다. 경기대는 2001년도부터 몸담게 되었고 극단 유목민은 2010년 창단하였다. 창단배경은 대학에서 연극전공을 한 학생들이 졸업 후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한류열풍으로 연극전공 지원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경기대 연기전공의 경우 수시입학 지원율이 거의 200 대 1 정도이다. 하지만 졸업 후 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잠재력이 풍부한 졸업생들이 그들의 예술적 가치와 재능을 재발견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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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동안 유목민의 작품이력은 어떻게 되는가?
ㄴ 수상내역은 2012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낙타풀'로 연출상과 우수작품상을 수상하고 전국연극제에 초청되어 공연을 하였으며 2013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끝나지 않는 연극'으로 연출상, 연기상, 희곡상, 대상 등 4관왕을 수상하였다. 2014년 대만에서 주최한 셰익스피어 컨퍼런스에 창작극 '유목민 리어'가 공식 초청되어 공연하였으며, 제3회 셰익스피어 어워즈 연출상을 수상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전국지역신문협의회에서 수여하는 2016년 전국지역신문협의회 문화예술대상 수상하였다.

4. 유목민 이전에도 연출가로 활동한 이력에 대해 궁금하다.
ㄴ 혜화동1번지 2기 동인은 1998년 결성되었다. 그 구성멤버로는 저를 포함해서 현재 서울시극단 단장으로 재직 중인 김광보 연출, 한예종 교수 겸 극단 골목길 대표인 박근형 연출, 청운대 교수 겸 백수광부 대표인 이성렬연출, 극단 작은신화 대표인 최용훈 연출 등이다. 다들 30대 초중반의 연출가로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강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비 상업적인 연극은 정부 지원 없이 극단을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 지원금이 거의 전혀 없는 90년대에 극단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뮤지컬과 같이 대중성이 강한 상업극을 하든지 아니면 제작비를 최소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했다. 대학로 변방에 위치한 소극장 혜화동일번지는 1기 동인인 김아라, 채승훈, 황동근 연출 등이 개개인 쌈짓돈을 털어서 운영하든 극단연습실 겸 워크숍 발표공간 이었다. 이 공간을 1기 선배들이 저희 2기 동인들에게 거의 무상으로 물려줘서 현재의 실험극전문 레퍼토리 극장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 플스 30회 게스트 - 서울연극폭탄 예술감독 겸 극단 유목민 대표 손정우

사실 지원금이 거의 전무한 1998년 동료연출가들과 혜화동1번지 동인을 결성하여 만든 작품들이 지원금이 증가한 지금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졌다고 판단된다. 혜화동일번지의 실험정신은 지금도 후배 연출가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으며 양정웅(혜화동1번지 3기)과 같은 독창적인 연출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5. 어린 시절부터 연극이나 공연예술 쪽에 뜻이 있었는가?
ㄴ 연극계는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입문한 것은 아니다. 저희 가족들이 음악, 미술 등 예능계에 종사하고 있어 나도 자연스럽게 예술계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 시절 연극반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동국대대학원 연극과로 진학하면서부터 전문 연극인으로 활동하였다. 1987년 극단 신협의 '미국의 꿈, 문예회관대극장(아르코대극장)'에서 무대감독으로 대학로에 정식 데뷔하였다. 1989년 미국으로 유학하여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연출학 석사학위를 받고 1995년 국내 귀국한 이래 2016년 현재 까지 30여 년간 현장 연출가로서, 대학교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로서, 행정책임자로서 연출가협회회장, 아시아연출가워크숍 예술감독직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6. 최근 ST-BOMB이라는 연극제의 예술감독을 맡으셨다. 이 연극제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ㄴ 2016 서울시 국제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연극의 해외진출을 위해 새롭게 시작하는 "ST-BOMB(서울연극폭탄)"은 세계와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서울의 중소극장 중심으로 젊고, 새로운 감각의 연극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해외의 우수한 작품들을 초청하여 교류의 장을 형성하는 프로젝트이다.

"올해 처음 시작하는 '서울연극폭탄'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연극단체들이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프로듀싱과 공격적인 홍보마케팅을 지원하여 서울의 연극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코자 하는 프로젝트이다"며, "특히, 국내 2개작품은 이미 2017년에 루마니아와 스웨덴에서 공연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내년엔 '서울미래연극제(구. 미래야솟아라)'의 수상작도 해외시장으로 진출시킬 계획이다."

이번에 개최되는 "ST-BOMB(서울연극폭탄)"(이하 에스티밤)은 11월 17일(목)부터 30일(수)까지 14일간 해외 4개국(루마니아, 미국, 일본, 중국) 4작품, 국내 2작품(극단 놀땅, 극단 루트21)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먼저, 루마니아 작품에 대해 소개하겠다.

러시아 볼가강 근처, 한 상인과 결혼한 그녀와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 희망 없는 세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떠나거나,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의 폭풍과도 같은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2007년 몰도바 공화국 '명예 예술인'칭호를 수여받고, 1인극 '사랑에 빠진 히틀러'를 통해 루마니아와 독일, 중국에서 그 연기력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배우이자 연출가인 '드미트루 아크리스(Dumitru Acris)'. 그가 관객들에게 선보일 "폭풍(Furtuna)"은 우리에 관한 희망과 욕망, 믿음과 종교, 진실과 거짓, 사랑과 소유, 가식에 관한 이야기로 인간 내면에 살아 숨 쉬는 순수한 감정을 일깨울 작품이다.

다음은 미국작품이다. 남성 대 여성의 성적인 차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작품이지만 이슬람문화권의 작가겸 연출겸 배우인 사람이 만들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권 전통 여성복식인 부르카, 니캅, 차도르, 히잡의 착용과 관련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12년부터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미국 전역과 런던의 주요 공연장을 투어하며 미국 내 이슬람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작품이 대학로를 찾았다.

파키스탄 출신의 연출가 '나디아 파베브 만주르(Nadia P. Manzoor)'의 "벌크 오프!(Burq Off!)"는 그녀가 소녀시절 이슬람 문화의 억압적 규범으로 인해 겪었던 혼란과 갈등을 천을 사용하여 1인 21역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그녀의 거침없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다음은 중국공연이다.

2014 에든버러 프린지 아시아 예술상-최우수 연출상을 자랑하는 연출가 조묘(Zhao Miao)가 프랑스의 연출가 자크르꼭(Jacques Lecoq)에게서 영향을 받아 '신체의 시의(詩意)'라는 예술적 개념을 표현한 "수생(水生)"은 중국 전통 민속극 형태인 '나희'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하여 무용과는 다른 연극적 신체 언어를 재발견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중국의 전통을 어떻게 현대화시켰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나희란?
역귀를 쫓는 춤에서 변화, 발전된 민간 전통극으로 중국의 후난, 후베이, 구이저우, 광시 일대에서 유행했다. 공연할 때 가면을 쓰고, 음악과 연기가 비교적 간단한 전통극이다.

일본의 연극을 소개하겠다.

태양의 서커스라는 유명공연의 축소판이라 생각해도 될 것이다. 공연의 내용은 인류가 달 착륙에 성공한 '1969년'이 반복되고 있는 공간, 경계도, 한계도 없이 영상과 텍스트가 비치는 모니터에 둘러싸인 무대에서 흰색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3명의 우주비행사가 큰소리로 떠들며 돌아다니고 있다.

활기찬 초현실적인 연출 스타일을 특징으로 하는 '카이마쿠 페넌트 레이스(Kaimaku Pennant Race)'의 "1969: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2015년 장폴 사르트르 작 '출구 없음'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일본 고유의 무술로 다진 몸짓과 만화,애니메이션,게임으로 대표되는 일본만의 독자적인 문화적 감성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예술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우리나라 작품으로는 연출가 박재완과 시노그라피 정구호가 만든 작품이다.

2016세계단편희곡공모(주최 세계희곡협회)에서 최종 선정된 '율리시스'를 치열하기로 소문난 연출가 박재완과 미니멀리즘의 대표주자인 정구호가 함께 제작한 "스핀 싸이클(Spin Cycle)"은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면서 '점처럼' 분해되는 서울에서의 일상 속에서 파편화된 조건들과 그 파편들의 '창자(唱子)'를 비서사적 몽타주 방식으로 그 몽환적인 세계를 끄집어내며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여성연출가 최진아 연출의 작품이다.

2014서울연극인대상에서 연극'칼리큘라'로 대상을 수상하며 대학로의 떠오르는 신진연출가로 주목받고 있는 연출가 최진아의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은 '앎에 의지'에 초점을 맞추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어떤 지점에 살고 있는지, 나를 구성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지, 진실에 대한 고통을 감내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무대와 인물, 관객과 배우의 경계를 허물어 함께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 서울연극폭탄(ST-BOMB) 예술감독 손정우

7. 국제공연예술제와 어떻게 성격이 다른가? 그리고 이 페스티벌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는가?
ㄴ 서울연극폭탄은 사실 서울국제실험연극제(Seoul International ExperimentalTheatre Festival) 라는 공식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기존의 이야기 구조 중심의 연극에서 탈피하여 동시대 세계적인 실험성이 강한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한다는 취지다.

동시에 유능하지만 주류에 정착하지 못한 비주류예술가들이 그들의 예술적 가치와 재능을 재발견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연극축제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새로운 예술가를 발굴하고, 사유적인 실험극, 형식적인 실험극, 내용적인 실험극을 초빙하여 서울국제실험연극제는 기존의 주류 중심의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는 다른 연극축제를 지향한다. 무대장치를 최소화시키고 예술가들의 순수한 발상과 표현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소극장중심의 배우들의 연기에 치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관객과 소통하려고한다.

8. 실제 연극현장(극단)에서 그리고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또 교육자로서 여러 각도에서 연극판을 조망하였는데 연극계의 가장 큰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해결되기 위해서 노력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ㄴ 연극을 포함한 공연예술은 관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가중 국민 1인당 연극, 무용, 음악 등 공연예술관련 문화생활 향유 빈도가 가장 낮은 나라다. 예로서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폴란드의 경우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연극인이라고 할 정도로 연극에 대한 관심이 높다. 주말에 저녁 식사 후 가족끼리 연극을 관람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연극이 국민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독창적이며 완성도 있는 작품개발이 요구된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다. 한류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것 역시 수준급 배우들의 명품연기다. 국제적인 수준의 명품배우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수천 명의 배우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무대 위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는 극히 제한적이다. 정부차원에서 국립극단, 시립극단, 구립극단을 설립하여 안정적으로 배우를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정부는 각 도별로 국립극단을 신설하겠다는 안을 발표하였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없다. 서울시 역시 현재 구 단위로 구립극단 설립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이번 ST-BOMB(서울연극폭탄) 에 참여하는 루마니아의 경우 국가 재정지원이 열악한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지역별로 국립극단을 설치해서 운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예술행위의 독립성이다. 문화예술행정에서 중요한 것은 '팔길이 원칙'이다. 즉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문화예술행정의 절대적인 불문율이다. 그런데 요즈음 지자체 단체장들이 예술제 혹은 영화제를 유치하면서 직권을 남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영화제나 거창국제연극제등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거창국제연극제의 경우 28년 전통의 지역 대표적인 문화예술 행사를 지자체단체장이 바뀌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인 검열사태도 마찬가지다. 정부에 비판적인 연출가를 노골적으로 정부보조금지원사업에서 제외하는 행위 등은 근절되어야 한다. 더 나은 연극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과 현장예술인들이 다 같이 협력하고 고민해야 한다.

9. 유목민에서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공연을 소개해 달라.
ㄴ 김태수작가의 '기린의 뿔'이란 역사희곡을 나의 연출로 제작할 준비하고 있다. '기린의 뿔'은 한 때 막강한 권세를 가진 충신으로 시대를 풍미했으나 왕의 미움을 받아 유배지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간 문신 김만중과, 중전의 지위에까지 올랐으나 붕당에 의한 혼란함 속에서 왕명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희빈 장씨 (장옥정)의 극적 대립을 통해 충(忠)과 권(勸)의 실제 모습은 무엇이며 절대왕정 하의 권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될 것이다.

   
▲ 플스 30회 녹음방송을 마치고_진행자 김효상, 게스트 손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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