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서울문화재단 제공

[문화뉴스] '연극이 아니어도 좋은 연극'을 모토로 연극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진실한 이야기를 하는 김재엽 연출이 남산 예술센터와 손을 잡고 2014년도의 마지막 작품을 올렸다.

한국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마주한 시인 김수영(1921~1968)의 인생과 작품들을 기본으로 한 이번 작품은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며'의 첫 소절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대목을 제목으로 인용했다.

   
 

김수영 시인은 1921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대사 속에서 인간 '김수영'으로 살아가려고 애쓴 인문주의자였다. 현대 문명과 현실을 비판하던 서정적 모더니스트이자 자유와 저항을 부르짖던 작가로서 '구름의 파수병'(1956), '하…. 그림자가 없다.'(1960), '풀'(1968), '시여, 침을 뱉어라.'(1968) 등 수많은 시와 산문을 남긴 바 있다.

이 작품에서는 심도 있는 고증과 극적인 상상력으로 그의 일대기와 작품들을 다채롭게 엮어낸다. 실제 연출과 배우들의 삶을 연극이라는 도구로 그들 안에 있는 '김수영 시인'을 진솔하게 들어낸다.

이번 작품에서 연출을 맡은 김재엽(41, 극단 드림 플레이 대표)은 "김수영의 시는 우리에게 자신으로 살고 싶은 소망을 들여다보게 한다"며 "우리 안의 김수영을 만나게 되는 순간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발견할 수 있도록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품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와 오늘을 이야기하고, 현실 앞에 자신들을 드러내어 극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당신은 지금 단추가 잘못 끼워진 채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간통법이나 세금, 벌금 등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묻는 듯하다.

   
▲ 배우 강신일이 강신일 역으로 출연한다. ⓒ 서울문화재단 제공

오랜 관록의 배우 강신일과 지춘성, 윤준원, 손명균, 백운철, 정원조, 오대석, 우정국, 이갑선, 서정식, 유종연, 김원정, 윤안나가 출연한다.

150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 동안 '역사와 오늘'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극을 이끌어가지만, 연출의 새로운 시도와 맛깔나는 배우 자신들의 진실한 이야기가 극을 탄력 있게 이끌어 나간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마무리하며 사색하기 좋은 작품이다.

11월 30일까지 남산 예술센터에서 관람료는 일반 25,000원 학생 18,000원.

   
▲ ⓒ 서울문화재단 제공

문화뉴스 신일섭 기자 invuni1u@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