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남육현 번역 연출의 햄릿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금번 <햄릿> 공연은 한국최초로 5시간의 원작대로의 공연이다.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남육현 교수의 열정과 의지로 드디어 한국의 셰익스피어 <햄릿> 공연이 세계 정상 수준임이 확정된 느낌이다.

남육현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인 런던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을 창단해 셰익스피어 전체 작품을 공연할 목표로 현재 17개의 작품을 공연했다. 남육현 교수의 태산(泰山) 같은 의지와 금강석을 뚫는 천착(穿鑿)의 장인정신, 그리고 예술혼(藝術魂)이 금번 <햄릿> 공연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필자가 관람한 역대 햄릿 역을 한 배우는 김동원, 최무룡, 최상현, 오지명, 김동훈, 길영림(마로위츠 햄릿), 양재성, 노주현, 유인촌, 김석훈, 이명호(블랙 햄릿), 김명수, 장준호, 강신구, 김수용(뮤지컬 햄릿), 박은태(뮤지컬 햄릿), 박세욱(뮤지컬 햄릿), 김태훈(인천시립극단 햄릿) 최윤석, 김동현, 이호협 류지완, 최수호, 정보석, 최종윤, 황성현, 박기륭, 임준식, 이승헌, 이태형, 심하윤, 박상협......... 김강우, 김동원, 오준호 등 이다.

햄릿을 맡은 배우들은 맡은 역에 혼신의 열정과 기량을 다한다. 물론 함께 출연한 연기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남성배우들은 누구나 햄릿 역 하기를 원하고, 3막 1장의 "To be or not to be..."를 노래가사 외우 듯 암송한다.

   
 

내용은 원작을 따르지만 근자에 이르러 축소 변형된 공연이 많고, 3, 4명으로 축약시킨 공연도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뿐 아니라, 고전을 변형시킨 공연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세를 이루는 작금의 현실이니 누가 그것을 탓하랴마는, 셰익스피어 원작을 제대로 공연하는 단체는 드물고, 원작공연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적 배경을 우리의 고대사로 바꾼 작품도 있고, 등장인물을 대폭 축소, 난자질을 가해 변형 각색한 공연작품도 많다. 개중에는 우리의 고대사로 변형시킨 작품을 영국 본고장으로 가져가 공연을 해, 갈채를 받고 수상을 한 극단도 있다. 그러나 동세대나 후대들을 위해 원작공연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공립극단이나 개개 극단의 공연담당자들은 이 절실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물론 국공립극단을 제외한 각 극단의 재정적 어려움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원작을 제대로 공연하는 경우에는 연출자나 스텝 그리고 출연자의 기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에, 능력부족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변형된 작품을 공연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작대로의 공연을 할 뿐 아니라, 지난해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나 금년 서거 400주년에 맞춰, 휴식시간을 제외한 다섯 시간의 원작 <햄릿>공연을 함으로써 한국 셰익스피어 작품 공연 사에 새로운 이정표와 금자탑을 쌓게 되었다.

무대는 희랍풍의 회백색 기둥 여섯 개를 세워놓고, 정면에 두 단 높이의 단을 마련하고 그 위에 왕과 왕비의 의자를 놓거나, 연극 후반에 무덤자리로 사용이 된다. 무대 좌우에 입체로 된 정사각의 검은색 조형물을 배치해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시키고, 반원형의 입체 조형물도 무대 좌우에 배치해 출연자가 거기에 앉는다. 무대 배경의 검은 휘장이 등퇴장 로가 되고, 객석 출입구도 등퇴장 로로 사용이 된다. 마지막 결투장면에서는 식탁과 술잔, 그리고 펜싱 검 등이 사용된다. 백색연막을 무대에 깔아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숙부인 클로디어스가 햄릿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원작을 제대로 공연했기에 클로디어스는 물론 레어티스, 호레이쇼의 비중도 상승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연극은 도입에 유령출현장면에서부터 햄릿과 호레이쇼의 등장, 클로디어스왕과 거트루드 왕비의 품격을 갖춘 우아한 모습, 폴로니어스와 레어티즈, 그리고 오필리어의 제대로 된 성격창출, 특히 남성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오필리어의 미모와 의상변화, 극중 배우들과 후반 무덤 파는 사람의 발군의 기량, 그리고 대단원에서의 가슴을 조이게 하는 펜싱 결투장면과 마무리를 하는 포틴부라스까지 모든 출연자들의 연기력이 남육현 교수의 연출력과 조화를 이루어, <햄릿> 원작의 공연을 기억에 길이 남을 명작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오준호가 햄릿, 박주현이 오필리어, 양영호가 클로디어스, 한록수가 거트루드, 국 호가 볼티먼드, 포틴부라스 부대장, 정연신이 코닐리어스 대사와 무덤 파는 사람, 오철근이 폴로니어스, 엄현호가 레어티스, 박조원이 마셀러스, 영국대사, 정성훈이 길던스턴, 해적, 변도준이 호레이쇼, 전정욱이 포틴브라스, 이원호가 프란시스코, 무덤 파는 사람, 김영혁이 바나도, 임정아가 로젠크런츠, 극중 왕비, 이시언 사자, 최민석이 신사 등 호연과 열연으로 무대를 장식한다. 다만 대사전달이 명확하지 않은 연기자들이 있어 재훈련이 필요하다 하겠다.

조연출 이도협, 조명오퍼 최민석, 음악 음향오퍼 이시언, 그래픽디자인 박조원 등 기술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남육현 번역 연출의 <햄릿>을 한국연극사에 기록될 성공적인 원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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