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어 오프브로드웨이 진출한 밀도 높은 심리극

   
 ▲ 김수로 프로듀서.

[문화뉴스] 뮤지컬 '인터뷰'가 하이라이트 시연과 함께 언론에 선보였다.

뮤지컬 '인터뷰'는 배우이자 각본가, 연출가인 추정화 연출이 선보인 작품으로 지난 5월, 2주간의 짧은 공연만으로 일본과 미국 오프브로드웨이 진출에 성공한 놀라운 작품이다.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인 '유진 킴'의 사무실에 보조작가 지망생 '싱클레어'가 찾아오고, 둘은 '자기 안의 괴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인형의 죽음'의 실제 모델, '조안 시니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10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진 킴' 역에는 민영기, 이건명, 임병근, 이선근이, '싱클레어' 역에는 김수용, 김경수, 고은성, 조상웅, 이용규가, '조안' 역에는 문진아, 전예지, 김주연, 한서윤이 출연한다.

지난 24일부터 재연에 들어간 뮤지컬 '인터뷰'에 궁금한 점을 김수로 프로듀서와 추정화 연출, 허수현 작곡과 배우들이 대답했다.

   
 

지금 현재 프로듀싱하는 작품이 많다. 인터뷰는 초연 된 지 얼마 안 되서 일본과 미국에 진출했는데 어떤 점 때문인지 궁금하다.

ㄴ 김수로 프로듀서: 현대카드에서 언더스테이지를 큐레이팅했다는 것은 좋은 작품을 마음껏 올릴 기회였다. 그 과정에서 추정화 연출의 '인터뷰'를 만나 올리게 됐는데 이 작품을 처음 읽어보고 한국뿐 아니라 외국의 다른 관객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생각했다. 사회적 문제는 공통으로 안고 있기에 전 세계 어디서도 문제가 되지 않겠나. 작품을 보면 심각성을 같이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일본에서도 작품을 보고 서로 공연을 올리고 싶다고 두, 세 팀이 제안하셨고 브로드웨이의 경우는 저희가 가지고 간 거다. 반가운 소식은 티켓 오픈이 된 것도 아닌데 이미 티켓을 사겠다고 콜이 들어와서 좋게 시작하고 있다. 성공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일본에선 이미 큰 사랑을 받아서 너무나 기쁘고 한국에서도 관객들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영국 웨스트엔드까지 진출하고 싶어서 유명 프로듀서에게 오퍼를 넣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상대로 작품을 올리고 싶단 제안도 받았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했는데도 '인터뷰'는 외국 쪽 제안이 제일 많은 작품인 것 같다. 이 작품이 외국에서 많이 상연됐으면 해서 좋은 프로듀서들에게 제안을 보내고 있다. 의외로 반응들이 오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웨스트엔드까지 가고 싶다.

   
 ▲ 추정화 연출.

'에드거 앨런 포'의 '에너밸 리'가 나온다. 작가나 소설에 영향을 받았는지, 작품에선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ㄴ 추정화 연출: 왜 이렇게 외국에서 인기 있는지 모르겠다. 런던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런던 배경에 매우 신경 썼는데 임병근 배우가 '김유진' 역이라 해서 한국스러워졌다(웃음). 에드거 앨런 포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고 어릴 적 '검은 고양이'부터 시작해서 간단명료한 그의 글이 좋았다. 또 다들 아시겠지만, 천재적인 작가지만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에너벨 리'는 마지막까지 돈이 없어 병간호를 제대로 못 하고 죽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쓴 시였다. 그 시를 읽으며 저는 가슴이 아팠다. '맷 시니어'라는 청년은 아마 그런 집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에드거 앨런 포를 능가할 문학가가 될 청년이라 생각했다. 그런 청년의 비극적인 모습과 다분히 천재적인 기질이 에드거 앨런 포와 맞닿아있다고 생각해서 그의 글을 차용했다.

   
 ▲ 싱클레어 역 김수용 배우.

최근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ㄴ 김수용: 일단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매력이 가득한 배역이다. 보이는 것도 잘 보여야겠지만 하는 사람 자체도 즐거운 배역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해냈을 때 오는 성취감이나 감동이 보시는 분만큼 제게 오는 작품이라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할 수 있는 희열이 있는 작품이다. 두 번째는 초연 때 공연 기간이 무척 짧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연출님 휘하 모두가 악전고투해서 만든 좋은 산물인데 이 작품을 좀 더 다듬어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공연을 하게 됐다.

ㄴ 김경수: 사실 다른 분들이 절 추천해주셨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그걸 떠나서 제일 많이 들었던 것은 '싱클레어가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제가 워낙 땀이 많은 사람인데 땀을 정말 많이 흘리게 될 거란 이야기에 오히려 귀가 솔깃해졌다. 물론 힘들겠지만, 그 사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그 힘듦이 제겐 스릴로 작용할 것 같아서 너무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초연을 죄송하게도 보지 못했지만, 오히려 참여하신 스텝,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또 작품이 제게 주는 기대치만으로 이 작품은 엄청난 큰 가치가 될 거로 생각해서 참여했다.

ㄴ 조상웅: 저도 앞의 두 분과 비슷하다. 우선 작품이 너무 좋았고, 초연 기간이 짧았던 아쉬움도 컸다. 좋은 제작진, 좋은 배우와 두 달 동안 긴 여정이 시작되는데 더 좋은 작품 만들도록 노력하고 함께하고 싶어서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ㄴ 고은성: 저는 '위키드'를 하며 이 작품 연습을 같이했었다. 초반에 사실 굉장히 힘들었다. 대사도 많고 힘든 장면도 많고, 처음에 워낙 형님들이 잘하셔서 비교당할 것 같기도 했다. 연습이 진행되면서 울기도 울고, 땀이나 온몸에서 분비물이 다 나왔다. 공연을 해보니 커튼콜 때 여태까지 했던 공연 중 가장 큰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공연을 하는 이유는 정말 힘들지만, 배우로서 느낄 수 있는 쾌감 때문인 것 같다.

   
 ▲ 좌측부터 김수용, 조상웅, 고은성, 김경수 배우.

외국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유가 사회적으로 공통된 문제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ㄴ 김수로 프로듀서: 뉴스를 보면 항상 아동학대, 아동 성폭력 등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게 무척 큰 문제인데 런던에서도 몇 달 전에도 아동 관련 범죄가 가장 큰 이슈였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 사회 분위기가 그런 것에 관련된 극을 보며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뉴스로 들었던 부분, 아팠던 사실을 극을 통하며 앞으로 이런 것들이 안 되겠다는 학습 효과를 얻기 위해 보시는 것 같다. '왜 이걸 좋아해요?'라고 물어보면 다들 작품의 밀도와 연기의 향연, 이런 것을 이야기하시면서 항상 가정, 가족의 소중함을 연계해서 이야기하시더라. 저도 그분들의 의견을 통해 공부하고 있지만 다들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 좌측부터 이건명, 민영기, 이선근, 임병근 배우.

초연과 재연 사이에 바뀐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ㄴ 추정화 연출: 저희 극이 초연 때와 비교해서 커다란 줄기는 완전히 똑같다. 넘버가 몇 군데 추가됐고,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공연이 120석이었는데 일본 교토 공연은 900석의 공연이었다. 저도 굉장히 모험이었다. 120석에서 한 공연이 900석에서 해도 밀도감이 뒷좌석까지 전해질 것인가. 무엇으로 채울까를 고민했는데 그 고민 중에 극도 좀 더 완성된 것 같다. 넘버는 3곡 정도 추가가 됐다. 대사로 했던 부분을 노래화시킨 것이 두 곡이고 오늘 이건명 선배님이 부르신 '유서 rep'가 새로 추가된 곡이다. 이 곡에 우리 극의 주제가 담겨있다고 생각하고 초연 때 끝맺지 못했던 마침표를 찍은 기분이다. 어느 정도 가다듬어졌는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제가 정말 하고 싶던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좀 더 정리된 상태로 관객을 만나게 된 것 같다.

   
 ▲ 좌측부터 전예지, 문진아, 한서윤 배우.

3명의 배역인데 캐스팅이 굉장히 많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

ㄴ 김수로 프로듀서: 인원이 많은 이유는 언더스테이지에서 싱클레어 역이 하루 2회를 공연하면 저는 첫 번째 공연이 훨씬 좋더라. 두 번째 공연에선 에너지가 좀 부족해 보였다. 나중에 더 크게 공연하게 되면 싱클레어는 절대 하루 2회를 시키면 안 되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유진은 2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인원을 늘렸다. 유진 역은 하루 2회 하는 분도 있지만 정말 스케줄 상 어쩔 수 없이 한 것이고 배우들이 하루 1회만 공연할 수 있게끔 했다. 조안은 사실 상관이 없었지만, A팀이 연습하면 B, C팀이 쉬더라. 그래서 연습량을 맞춰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서 조안 역시 세 명으로 늘렸다. 전체 공연을 보시면 알겠지만 '싱클레어'는 하루 2회를 하기 어렵다. 언더스테이지 때 보신 분들이 싱클레어를 많이 캐스팅한 이유를 알겠다고 하셨을 때 너무 감사했다.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해 스케줄 표를 짜고 있다. '고퀄'의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좌측부터 이건명, 문진아, 조상웅 배우.

김민종과 공동으로 기획했다. 김민종 배우는 처음 공연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절친과의 케미에서 나오는 시너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ㄴ 김수로 프로듀서: 김민종 씨와는 영화 베이스가 있었다. 영화 제작을 위한 베이스가 있었는데 우연히 이 작품이 거기에 들어와서 어떤 여러 가지의 관계와 과정을 통해 '김수로프로젝트'가 있으니 도와달라고 김민종 씨에게 SOS를 한 거다. 저는 요새 항상 나는 '공미'라고 한다. 공연에 미쳤다는 의미다. 이제 연말이 되면 좀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고 앞으로는 고 퀄리티의 공연을 위해 노력할 거다. 지금까진 퀄리티가 낮았다는 것은 아니고 학습을 위해 여러 실패의 단계를 거쳐 왔다. 이제 어느 정도 학습이 된 것 같고 세계 시장도 두드려 보고 싶다. 그러다 보니 한 명의 지원군이 필요했는데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생이니 도와달라고 부탁해 같이 하게 됐다. 저희 둘을 이용해서 마케팅하고 싶지 않아서 오늘도 오지 말라고 했다. 온전히 작품에 대한 평가만 받고 싶었다. 저 없는 자리에서 많이 으쌰으쌰하고 도와주고 제가 '곤 투모로우' 가 있으면 여기 도와주고 해서 김민종 씨에게 너무 감사하다.

   
 ▲ 유진 킴 역 이건명 배우.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로 하다 '그날들'에 이어 '인터뷰'로 소극장 창작 뮤지컬에 합류했다. 이런 창작 작업이 어떤지 궁금하다.

ㄴ 민영기: 우선 라이선스, 대극장 작품을 많이 했다. 이렇게 작은 극장은 10년이 넘은 것 같다. 예전에 동양아트홀에서 '조지엠코헨 투나잇'이란 모노 뮤지컬을 한 적이 있다. 그게 거의 10년이 넘은 것 같다(2007년 공연).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작은 규모의, 소극장에 돌아왔는데 정말 떨리기도 많이 떨리고 설레기도 많이 설렌다. 안 떨린다면 거짓말이다. 대극장과 소극장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연습 과정도 이게 굉장히 밀도가 높은 작품이다 보니 배우들과 친해져야 하는 작품이라 많이 노력하고 있고, 아직 연습이 부족해서 첫 공연이 굉장히 뒤로 있다. 프레스콜 첫 장면의 '유서'는 여러분께 처음 보여드렸고, 이 무대도 사실 처음 밟아봤다. 하지만 혼자서 열심히 노력 중이고 그 결과는 10월 11일에 낱낱이 공개될 예정이다. 많이 기대해 주시고, 격려와 질타해주시면 더 발전된 모습으로, '대극장 배우'라는 낙인이 찍혀있지만, 그것을 벗어난 훌륭한 배우로 거듭나는 '인터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웃음).

ㄴ 이건명: 민영기 씨가 아주 거창하게 미래, 장래희망까지 말씀하셔서 뭘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저는 라이선스나 창작 뮤지컬 꽤 많이 했지만, 모두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뮤지컬이고, 무대라는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단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에 라이선스 뮤지컬이 너무 많았던 것이고, 몇 년 새 창작 뮤지컬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예전엔 작품이 많았던 라이선스에 좀 더 많이 들어가 있던 것이고, 요즘엔 '그날들'이나 '인터뷰', 'JSA' 등등 너무 좋은 창작 작품들이 많아져서 제가 그 안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큰 극장과 작은 극장은 맛이 똑같지만, 아주 조금씩 다르다. 큰 극장에서 압도하는, 뽑아내는 느낌의 연기와 노래, 작은 극장에서의 제 눈동자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눈 밑의 떨림만으로도 연기를 느껴주시는 디테일이 연기하는 배우에겐 또 다른 쾌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저는 큰 무대와 작은 무대를 오가고 있고, 민영기 씨처럼 큰 배우 되도록 노력하겠다(웃음).

   
 ▲ 허수현 작곡.

피아노 연주가 무척 좋다. 피아노 한 대로만 작곡한 이유가 있는지. 외국에서도 '인터뷰'의 음악을 사랑하고 있는데 그 비결이 무엇인지.

ㄴ 허수현 작곡: 이 극을 쓰고 연출한 연출님의 생각이 있었고, 피아노 하나와 배우들 간의 신경전, 그런 밀도를 표현하고 싶었다. 현대카드 초연 때는 그것을 많이 담아내지 못했다. 피아노 스코어도 만들던 중 공연이 올라가는 상황이 됐고, 공연 보며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번엔 최대한 완성하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

   
 ▲ 조안 역 문진아 배우.

작품이 짧게 초연했고, 지금도 작은 규모에서 공연하고 있다. 관객들에게 '이런 매력이 있다'는 부분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

ㄴ 김수로 프로듀서: 이 작품 최고의 장점은 소극장에서의 '고퀄'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집중과 몰입이, 이렇게 밀도가 좋은 것은 보질 못했다. 제 작품도 많이 만났지만 중간중간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인터뷰'는 그런 밀도가 정말 완벽해서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다. 많은 분에게 '인터뷰'를 소개할 때 늘 '최고의 밀도와 최고의 퀄리티를 보러 오라'고 이야기한다. 언제든 보러 오시고 많이 사랑해 주시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인터뷰'가 되겠다. 참, 저도 좋은 배우가 되겠다(웃음). 너무나 감사드리고 120석에서 시작해서 한국, 일본, 2월 7일 180석 규모 오프브로드웨이까지. '그린카드' 때는 티켓박스에서 표를 팔지 못했는데, '인터뷰'는 타임스퀘어에 정확히 붙는다. 정말 자부심 있게 잘 만들고 싶고, 어느 도움 없이 저희 힘으로 만드는 작품이다. 잘 돼서 세계에서 큰 사랑 받고, 한국에서도 큰 사랑 받으면 좋겠다.

   
 ▲ 조안 역 한서윤 배우.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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