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공시생 드라마 등장은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 ⓒtvN 혼술남녀 캡쳐 화면

[문화뉴스] 혼자 술 마셔본 적 있으세요? 

'혼술'은 혼자 마시는 술을 뜻하는 신조어다. 그러나 이런 자발적인 혼술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홀로 캔맥주를 들이켜며 스트레스를 풀고, 누군가는 대출금 상환과 치솟는 월세의 압박에 못 이겨 '돈이 덜 든다'는 이유로 혼술족이 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개인화된 사회에서 함께 술잔을 부딪힐 상대가 없어서 혼술 하기도 한다.
 
9월 5일에 방송을 시작한 tvN의 16부작 드라마 '혼술남녀'는 서로 다른 이유로 혼술하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혼술 라이프를 다룬다. 
 
지난 6개월 이상 실업자 증가 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장기실업자 비중이 IMF 외환위기 수준에 육박했다. 장기실업자 비중이 18%에 이르고, 4개월 만에 두 배에 다다랐다. 전문가들은 "장기침체가 이미 시작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문송합니다, 혼밥, 혼술, 헬조선, N포세대, 금수저, 흙수저, 캥거루족, 빨대족, 인구론, 달관세대, 이태백, 열정페이" 등의 신조어들이 오늘날 청년세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2016년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전에도 미디어는 계속해서 우리의 청년 세대를 대변해왔다. 
 
   
▲ ⓒMBC 논스톱 4 캡쳐 화면
'논스톱 4' 고시생 앤디
2003년에 방영된 논스톱 4에서 앤디는 고시생으로 출연하여 매번 떠드는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50만 명으로 육박한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단 말입니까?"
 
   
▲ ⓒMBC 지붕뚫고 하이킥 캡쳐 화면
'지붕 뚫고 하이킥' 서울대 말고 '서운'대 황정음
2009년에 방송된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황정음은 명문대로 꼽히는 서울대와 헷갈리는 '서운대'를 다닌다. 헷갈리는 발음 덕에 이현경네 가족은 정음을 서울대 학생으로 착각하고, 정음은 유시윤의 과외선생님을 맡았다. 그래서 정음은 대학 이야기가 나오면 늘 주눅 들기 바빴고, 학벌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서운대 졸업식 날 정음은 아래와 같이 외쳤다.
 
"잘 있어라. 서운대! 너 이름이 서운대가 뭐냐! 사람들이 헷갈려 하잖아... 나 이제 여기 안 와. 나 없어도 잘 지내. 그리고 미안했어. 4년 동안 나 솔직히 너 부끄러워했어. 미안해..."
 
 
 
   
▲ ⓒtvN 미생 캡쳐 화면
'미생'의 장그래
인기 웹툰 '미생'을 원작으로 한 2014년 드라마 '미생'은 많은 취준생과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려냈다. 미생의 김원석 PD는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사업계획서의 담당자가 되지 못한 장그래에게 장백기가 술자리에서 건네는 이 말을 미생의 명대사로 꼽았다.
"
오늘만큼 내 스펙이 부끄러울 때가 없습니다.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알았어요."
 
오상식 과장이 계약직으로 뽑힌 장그래를 옥상으로 올라가 건넨 조언 역시 노오력해서 살아남는 냉혹한 현실을 반영한다.
 
"앞으로 무조건 버텨. 버티는 게 이긴다는 거다."
 
   
▲ ⓒtvN 혼술남녀 캡쳐화면
 
공무원 준비생 22만 명 시대. 대학가 축제의 낭만 대신 자기소개서의 치열함이 가득한 하반기 공채 시즌. '혼술남녀'의 술은 더 알딸딸하고 씁쓸하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만 아팠던 게 아니다. 더 근본적인 것이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가.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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