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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작품을 읽었을 때 캐릭터의 어두움과 강렬함에 매력을 느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고전 작품의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개념이 아닌 현대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 배우 백석광

 
23일부터 10월 1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극단의 '로베르토 쥬코'는 대표적 현대 프랑스 연극 레퍼토리 중 하나다. 세상의 모든 폭력이 스며들어 있는 작품이라 인정받으며, 현대사회의 타락, 모순, 자본주의에 토대한 난폭한 인간관계, 가족관계의 분열, 소통의 부재 등을 고발하고자 한다.
 
실제 연쇄 살인마를 모티브로 한 탓에 프랑스 일부 지역에선 초창기 몇 년간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에서 일어나는 테러, 폭력, 맹목적 살인을 현상적으로 다루기보다 근저에 자리 잡은 인간의 폭력과 악을 근원적으로 다뤄 현대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단순히 살인의 상황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살인자와 피살자 사이의 관계, 군중 속에서의 독백을 통한 인간관계의 단절을 보여주며 비극적 영웅의 보편적 모습을 담았다. 작품의 연습이 펼쳐진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로 초대한다.
   
▲ '로베르토 쥬코'는 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수감되지만 하루도 안 되어 삼엄한 경비를 뚫고 탈옥한다.
   
▲ 여러 지역을 떠돌면서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로베르토 쥬코'(백석광)가 가는 곳마다 큰 동요가 일어난다.
   
▲ 한편, '로베르토 쥬코'에게 순결을 내어준 '소녀'(아래, 황선화)는 그를 찾아 사창가로 향하지만 결국 찾지 못한다.
   
▲ 소녀의 '오빠'는 소녀를 사창가에 팔아버린다. 한편, 투명인간처럼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던 '쥬코'는 어느 날 경찰 앞에 나타나 살인을 고백한다.
   
▲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가 실제 유럽에서 일어난 이탈리아의 연쇄 살인범 '로베르토 쥬코'의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1988년 쓴 '로베르토 쥬코'는 콜테스가 세상을 떠난 후 1년 뒤인 1990년 베를린 샤우뷔네 극장에서 페터 슈타인의 연출로 독일어로 초연됐다.
   
▲ 이번 공연은 프랑스 연출가 장 랑베르-빌드와 스위스 연출가 로랑조 말라게라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 두 연출가는 5년 전부터 호흡을 맞추며, 스위스, 프랑스, 벨기에 등지에서 '벌들의 지혜', '고도를 기다리며', '리차드 3세' 등을 공동 연출해왔다.
   
▲ 연출뿐만 아니라 작가이자 배우,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는 장은 '로베르토 쥬코'의 무대와 의상 디자인도 맡아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무대미학을 선보인다.
   
▲ 두 연출은 "쥬코는 서양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나 찾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인물로 희곡의 배경인 유럽을 벗어난 한국 배우들의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 한편, 국립극단은 국내 배우들과 해외 연출의 협업을 통해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고전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 김윤철 예술감독(왼쪽)은 "콜테스의 작품 세계와 문화적 배경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연출을 통해 현대고전에 실험적, 현대적으로 접근하되 고전이 가진 근본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한국에서 추상적으로 표현되기 일쑤인 세계고전을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도전"이라고 전했다.
   
▲ 주인공인 '로베르토 쥬코'는 지난해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광기와 분노, 결핍을 가진 '연산'을 탁월하게 표현했던 배우 백석광이 맡아 열연한다.
   
▲ 장과 로랑조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원작에 담겨있는 광기, 폭력, 비극 뿐 아니라 유머, 부드러움, 경쾌함까지 함께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 과연, 35년 전 유럽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연쇄살인마 '로베르토 쥬코'는 2016년 대한민국에 어떤 메시지를 줄까?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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