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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 두 인물을 통해,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과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공유했으면 한다." - 피터 윈 윌슨 연출

 
국립극단이 9월 1일부터 11일까지 한국과 영국의 청소년극 프로젝트로 제작한 연극 '오렌지 북극곰'을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연다. '고등어'와 '죽고 싶지 않아'에 이은 국립극단의 올해 세 번째 청소년극으로, 2014년 국립극단의 '청소년예술가탐색전'으로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다.
 
연극 '오렌지 북극곰'은 한국과 영국의 청소년들과 함께 양국을 오가며 진행한 희곡개발 공동워크숍을 토대로 만들어진 15세 '소년'과 '지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국 어린이청소년극 현장을 30여 년간 지켜온 연출가 피터 윈 윌슨과 '비행소년 KW4389'로 새로운 형식의 청소년극을 선보인 아티스트 여신동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8월 31일 오후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 시연 장면을 살펴본다.
 
   
▲ 연극 '오렌지 북극곰'은 '얼음 한 조각에 매달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소년들의 여정을 끊임없이 교차시킨다.
   
▲ 그 중 영국의 '소년'(왼쪽, 안승균)과 한국의 '지영'(오른쪽, 김민주)은 극 중에서 서로 만나지는 않지만, 한 무대 위에 마치 거울상처럼 서로의 자화상을 비춘다.
   
▲ '소년'은 이민자의 아들이다. 매일 들려오는 '엄마의 나라' 이야기들이 남의 일 같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 영국 사람처럼 보이려 애써봤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불합리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비디오 게임에서 전쟁놀이를 하는 것 뿐이다.
   
▲ 그런 '소년'의 삶에서 자신처럼 아무데도 들어맞지 않는 '소녀'가 들어온다. 그리고 '소녀'에게 말을 걸어본다.
   
▲ '지영'은 이혼 가정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 그리고 7개월 전 초경을 했지만, 여자의 몸으로 변하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 '지영'의 '아빠'(안창환)는 승승장구하는 사업가이지만, '지영'은 말도 섞기도 싫다.
   
▲ 3살 때 '엄마'가 떠나고, 제주도에서 온 '할머니'(왼쪽, 강정임)도 '지영'의 마음을 몰라주긴 마찬가지다.
   
▲ 여기에 같은 반 '여신'인 '태희'의 몸과 자신을 비교하며, '지영'은 부재한 엄마의 자궁 속에 숨어 스스로를 감춘다.
   
▲ 그런 '지영'에게 '엄마'가 쓰던 화장대는 유일하게 '지영'이 고민을 털어놓는 통로다. 그런데, 어느 날 화장대가 사라진다.
   
▲ 상당 부분의 대사가 독백으로 이뤄진 '오렌지 북극곰'은 사춘기를 거치며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맞닥뜨리는 두 청소년의 심리를 내밀하게 묘사한다.
   
▲ 한국 작가 고순덕과 영국 작가 에반 플레이시는 독백 구성에 있어서, 청소년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담아냈다.
   
▲ '소년'의 독백은 줄곧 3인칭으로 진행되지만, 자신을 찾아가는 일련의 여정 끝에 '윌리엄'이라는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1인칭으로 표현하게 된다.
   
▲ 한편, 10대 청소년의 예민하고 감각적인 순간들을 포착한 독백은 '소년'과 '지영' 뿐 아니라 '멀티' 역의 네 배우(강정임, 최희진, 안창환, 장원혁)들이 함께 소화하면서 보편적인 공감으로 이끌어낸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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