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지난 30일 제24회 홍대앞 거리미술전(이하 거미전)의 개막식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거미전은 개막식을 시작으로, 4일 동안 홍대 곳곳에서 홍대생들의 시각에서 홍대 앞 공간의 문제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생생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개막식을 치르고도 아직 얼떨떨한 기분이라는 김희은 단장(예술학과 13)과 정다운 부단장(예술학과 13)을 만났다.

 

   
▲ 홍대앞 거리미술전 김희은 단장(왼쪽)과 정다운 부단장(오른쪽).

제24회 홍대앞 거리미술전에 대해 설명해달라.
ㄴ김희은: 홍대앞 거리미술전은 말 그대로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서 준비하는 전시다. 올해는 '홍대앞 문제 다루기'를 주제로, 물리적 의미의 거리를 넘어 홍대앞 공간의 문제에 집중한다. 이에 따라, '젠트피리케이션', '도시재생', '환경'의 세 가지 키워드를 설치미술, 벽화, 인터렉티브 아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문화, 예술, 건축 분야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논하는 포럼과 오픈스튜디오 형식의 예술장은 물론, 일반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1월부터 전시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미술전을 진행하는 감회가 어떤가.
ㄴ정다운: 사실 실감이 잘 안 난다. 워낙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하다보니, '언젠간 끝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앞만 보고 달려와서 그런 것 같다. 김희은 단장을 비롯한 기획팀 구성원들이 대부분 1학년 때부터 다른 전시기획팀에서 함께 일해오던 사람들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고.

ㄴ김희은: 준비하는 데 어려운 점은 많았지만 원활하게 진행하게 돼서 기쁘다. 개막식은 내외빈 분들이 많이 참석하시는 자리인지라 걱정이 많았는데, 무사히 끝나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 개막식을 진행하고 있는 '홍대 앞 거리미술전' 김희은 단장.

이전의 거미전에 비해, 올해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ㄴ김희은: 예전의 거미전은 주제를 전면적으로 명시한 적이 없다. 물론 주제가 있긴 했지만, 전시에 참여하는 작품을 모두 포괄할 수 있도록 그 의미가 포괄적인 경우가 많았다. 가령, 주제 중 하나였던 '리볼버'는 총구, 회전 등의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올해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장 큰 주제로 작품을 제작했다. 인터렉티브 아트 같은 경우도 이전에는 그저 관객 참여에 의의를 두고 진행됐지만, 올해는 주제에 맞춰 내용을 구성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쳤나.
ㄴ정다운: 우선 홍익대학교 학생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 그동안은 홍대 앞의 문제에 대한 논의에서 정작 홍익대학교 학생들은 배제되어왔다. 우리가 홍대라는 공간을 향유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유령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ㄴ김희은: 홍대에 머물면서 직접적으로 느끼는, 일상의 문제에서 출발했다. 예를 들어, 불과 5년, 7년 전만 해도 홍대 밖에서 자취하거나 작업실을 얻는 건 드문 일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가까워봤자 연남동이나 망원동에 사는 학생들이 많다. 서교동 부근에는 세탁소, 마트 등 사는 데 필요한 제반시설도 전혀 없다. 또한 다른 대학가와 다르게 대부분의 상점들이 관광지 물가라서, 근처에서 밥 한끼 먹는 것도 엄두가 안 나는 것이 사실이다. 주위에는 8천원 대부터 시작하는 식당이 대부분이고. 정확한 용어는 모를 수 있어도, 홍익대학교 학생이라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나 명확하게 인지하고 실제로 체감하고 있다.

 

   
▲ 젠트리피케이션을 한국무용으로 표현한 '언엔딩'.

개막식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ㄴ김희은: 이전의 개막식 공연은 싱어송라이터나 댄서가 자신의 레퍼토리를 가져와서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자이언티의 곡을 커버하는 경우도 있었고. 하지만 이러한 공연은 전체 전시의 분위기와 동떨어지는 것 같았다. 특히나 이번 전시의 주제가 젠트리피케이션이기도 해서, 이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해줄 수 있는 아티스트를 직접 찾았다.

한국무용을 선보인 '언엔딩'은 두 명의 무용수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건물주와 세입자의 사이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 관계를 형상화하기 위해 '홍대상회'로 꾸며진 이동식 무대도 직접 제작했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은 '홍대상회'의 집기가 전부 비워지고 세입자가 쓸쓸하게 떠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두 번째 판소리 무대는 '수궁가'를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개사해 '新상수동 토끼전'을 선보였다. 구술이 가능한 장르라면 주제를 좀더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판소리 아티스트를 섭외했다. 두 가지 퍼포먼스 무대를 비롯해서 이번 미술전의 모든 작품들은 기존에 있던 것이 아니라, 미술전의 주제에 맞게 제작됐다.

거미전을 준비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ㄴ김희은: 어려운 점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부딪치는 사안은 공적인 업무 진행에서 오는 커뮤니케이션 문제였다. 거리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협조를 받아야할 사안이 많은데, 이걸 상인회에 말씀드려야 하나 구청에 말씀드려야 하나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보조금 같은 경우도 세금 공제에 대한 요구서류도 기관마다 다르고, 관계자마다 요구사항도 달라서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ㄴ정다운: '셔터를 내려라'는 낡아있는 셔터에 상점의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벽화를 그리고자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상점 주인께 사전에 허락을 받고 작업을 진행했는데,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건물주께서 마음에 안 든다고 지워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안을 미리 확인하고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려진 것을 보고 마음을 바꾸는 경우도 많았고. 그래서 '셔터를 내려라'를 진행하면서 특히 애를 많이 먹었다.

ㄴ김희은: 포스터 홍보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옥외광고를 붙일 때마다 비가 와서, 붙여놓으면 다음날 바로 떨어져 버리더라(웃음).

 

   
▲ '셔터를 내려라' 프로그램의 한 작품.

올해 거미전에서 특히 추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ㄴ김희은: 젠트리피케이션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31일부터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스트리트H 장성환 편집장, 홍우주 문화예술 사회적 협동조합 정문식 이사장,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조한 교수 등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외부에서 강연하는 분들이 아니라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가는 흔치 않은 자리가 될 것이다.

ㄴ정다운: 1세대 공공미술가 이구영 선생님이 벽화거리를 중심으로 30여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기존에 있던 조형물에 녹아드는 작업이 많아서, 소소한 매력이 있고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 홍익대학교와 서울디자인고 학생들이 협업해서 만든 벽화. 홍대의 번화한 거리를 지도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거미전에 방문하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ㄴ김희은: 세 가지 주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장 큰 주제이긴 하지만, 홍대에는 워낙 낙후된 곳도 많고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지 않나. 이번 미술전이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예년보다 많은 프로그램이 신설되어서 골라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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