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8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총 5일간 진행되는 제 24회 홍대앞 거리미술전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도시재생, 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형식의 예술작업들이 진행 및 전시된다. 또한 홍대앞 공간을 연구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전시주제와 관련한 포럼을 진행한다. 포럼을 통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원인 및 현상을 파악하고, 홍대앞 공간의 변화를 이해하며, 강연과 토론을 통한 현 문제를 파악,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본 행사에 앞서 포럼의 연사들 중 한 명인 홍우주혀우주로뻗다(이하 홍우주)정문식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홍대앞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홍대앞에서 활동 중인 문화주체로서 음악과 미술이 홍대앞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ㄴ 역사적으로 보면 홍대 앞의 음악과 미술은 둘 다 기존의 예술계의 대안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미술의 경우에는 대안공간 중심으로 융합적인 성격을 띄는 다원예술적 성격을 띠었고 음악의 경우에는 대중음악의 대척점에 있는 인디음악이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 음악 쪽은 ‘하고싶은 걸 한다‘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해요. 홍대 앞은 그런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었죠.

지금은 홍대 앞의 예술 대안 공간이나 라이브 클럽 등 예술의 기반이 되었던 공간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직도 두 예술 장르가 홍대 앞에서 이전과 같은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시나요?
ㄴ 지금은 옛날 같지는 않죠. 미술 쪽은 홍대 앞에서 문래, 을지로 등 다른 곳으로 기반이 많이 옮겨갔습니다. 음악 쪽도 다른 곳으로 흩어져 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홍대가 중심점이 되고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는 미술과는 달리 음악 쪽은 홍대 앞의 기반이 무너지는 순간 한국의 인디음악 전체가 절멸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급변하는 홍대 앞 상황에서도 홍우주가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ㄴ 추억에 대한 집착이죠. 홍우주 구성원들 대부분이 자기가 젊었을 때 여기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있으니까요. 가장 좋은 시절을 보냈던 공간이 변해가는 것을 견디기가 힘든거죠. 이런 개인적인 차원의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어떤 것을 남겨 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을 하게되는 것 같아요. 뒤를 이을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홍대 앞에 싹을 계속 남겨놓는 것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홍대 앞 공간이 유지가 되려면 젊은 학생들이 홍대 앞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 학생끼리는 이 공간에 대해 ‘실체없는 향수’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홍대의 과거 위상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지만 저희가 겪는 홍대는 사뭇 다른 느낌이기 때문이죠. ‘전해 들어온’ 홍대와 직접 '겪은' 홍대 사이에는 큰 괴리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ㄴ 비단 홍대 뿐 만 아니라 다른 분야나 지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세대 간 기억이 전달, 계승이 안 되기 때문이죠. 저는 장소적, 공간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해외에는 대학 앞에 200년 된 맥주집이 있어서 신, 구세대가 함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합니다. 그런데 현재 홍대에는 세대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장소, 공간 들이 사라졌어요. 완전히 단절이 되었죠. 이렇듯 사회적으로 빠르게 변화되는 흐름 속에서 당연히 뒷 세대들은 실체 없는 향수라고 느낄 것 같아요. 이 부분이 어떻게 극복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홍대 앞 거리미술전을 준비하면서 홍대의 역사를 공부하고, 70,80년대에 홍대가 어떠했는지 알아보는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마치 설화, 전설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ㄴ 마치 설화, 전설 같다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짚고 넘어갈 점은 설화와 전설처럼 넘겨줄게 아니라 그걸 실제로 남겨줄 생각을 했었어야 합니다. 지키고자하는 노력을 했었어야 했던거죠. 그런데 지금도 보면 설화와 전설처럼 이야기만하지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실행은 거의 미미한 수준입니다. 저는 어떤 식으로든 액션을 취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설화와 전설은 어떤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겠죠. 하지만 뒷 세대들이 공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정말 그런게 없어지지 않게 계승해줄 구체적인 활동, 움직임이 없었죠.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홍대 앞의 모습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서 홍우주의 존재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홍우주의 설립계기와 이 공간을 지키기 위한 홍우주의 활동은 무엇인가요? 더불어 젊은 세대들에게 홍대 앞 분위기를 승계하기 위해 어떤 소통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ㄴ 2008, 2009년부터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들은 있어왔지만 2010년대에는 정말로 홍대앞의 변화가 눈앞에서 쇄도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적어도 어느 정도 남아있는 것이나마 가치를 보존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홍우주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활성화에요. 우리나라 행정에서 말하는 활성화는 사람만 바글바글하면 된다고 생각하죠. 무조건 관광객 유치가 많이 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 지역의 가능성을 충분히 키워주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는 안정화를 시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홍우주에서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은 홍대앞에 대한 여러 공공지원 사업들을 수행하고 개입하며, 사회적 관계를 맺는 자체적인 사업들을 진행 중입니다. 이 자체 사업의 개요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직접 주체로서 사업에 관여 하고 지역의 문화, 예술 자원들을 활용해서 사업화한 다음,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홍대 앞 생태계를 위해 다시 환원하는 것입니다. 또한 뒷 세대들이 이 앞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자그마한 기반을 만드는 것을 지향합니다.

홍대 앞 젠트리피케이션 관련해서 홍대생들이 이 현상의 주체로서 인식되어진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홍대생은 왜 홍대 앞 문제에서 배제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ㄴ 학교의 학생들과 지역이 관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지금까지 연결이 약했던 것 같습니다. 먼저 홍대가 이 앞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학생들이 인식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홍대 학생들과 이 앞의 주체들이 같이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학생과 이 앞의 주체들이 정기적으로 만나서 논의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미전과 홍우주가 함께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포럼을 통해서 기대하시는 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ㄴ 지금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실제로 그들이 어떤 생활을 하며 살고 있는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누고 고민을 같이 토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홍대 앞 지역에 대해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포럼을 통해 지역에 대해 본인들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홍대생들이 예술가로서, 젊은 대학생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인가 고민을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문화뉴스x24회 홍대앞거리미술전 박주연 기자 hongikstreetart@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