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사랑과 연애가 우리에게 발견하게 해 준 것에 대해

 

[문화뉴스] 드라마 '연애의 발견'이 막을 내렸다.

구남친과 현남친 중 과연 최종적으로 누구와 짝을 이루는 결말이 될지에 관해, 시청자들은 팽팽히 반으로 의견이 나뉘었고, 사실 어느 쪽이었다고 하더라도 반절은 아쉬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16화 동안의 이야기, 그들의 사랑과 연애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지난 칼럼에서도 말한 적 있지만, 내내 하진 쪽을 지지하고 여름과 맺어지기를 응원했던 나는 그러기를 그만두었는데, 그건 바로 여름이 하진에 대해 가지는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를 깨달은 지점에서부터였다. 태하에 대한 그녀의 마음과 생각과 행동은 하나부터 열까지, 아무리 밀어내고 부정해도 사랑이라는 게 여실히 보였지만,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인, 게다가 나를 사랑하는 착하고 좋은 남자인, 얼마 전 내게 마음을 열고 아픈 과거까지 털어놓은 하진에 대해서는 의리를 지키려는 모습이 종종 그려졌다.

그것은 다른 종류의 사랑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랑보다는 의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생각한다. 물론 그 정도의 감정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름은 이미 태하와의 관계에서 정말 사랑에 빠졌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경험해 익히 알고 있는 여자다. 그를 아무리 잡으려해도 되지 않아 결국 그가 사라져버린 인생에서 이리 저리 열심히 일하고 연애도 하며 살았지만, 결국 그녀는 태하와 헤어진 시점에 멈춰 살았을 뿐 그 이상은 아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좋아해도 관계를 더는 이어나갈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바로 상대가 내 마음과 같지 않을 때, 그래서 놓아 버렸을 때. 태하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아마 어떤 갈등과 아픔이 반복되었더라도 여름은 절대 그를 놓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태하는 마지막까지도 좋은 남자가 아니었다 생각한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그는 상대가 모든 패를 내보이고 마음을 주었을 때 기세등등해지는 남자다. 그 마음을 고마워하기보다는 '그래 네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 정도 밀어내도 나가 떨어지지 않겠지'를 반복하는 남자. 여름이 다시 자신을 찾아온 마지막 화에서도 일단은 그녀를 밀어내고 본다. 결국 그녀가 '그래 역시 너는 아닌가보다'며 돌아서고 나서야, 다시 돌아서 그녀를 잡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여름이 사랑하는 것이 청개구리 같고 어린애같은 이 남자인 것을.

결국 둘의 사랑이 더 단단해지는 데 희생양이 되어버린 하진은 불쌍하지만, 뭐 그도 이 혼자만의 사랑이었던 연애를 통해 발견한 깨달음이 있으니 그리 억울해만 할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지금도 자신이 누군가와 잘 헤어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 누군가와의 애정어린 관계가 끊어져버리는 것이 두려워 도망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았다. 또 사람의 마음은, 내 마음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노력한다고 해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나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가 나를 사랑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하진이 해외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떠나는 것은 단순히 여름과의 이별에서 오는 아픔을 견뎌내지 못해 도망가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깨달음을 시작으로, 그는 나를 거두어 키워준 고마운 어머니, 그래서 그녀를 거역할 수 없었던 아들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했던 것을 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떠날 수 있었던 것이다. 역시 긴밀한 두 사람간의 연애는 무엇보다 우리를 성장시킨다.

   
 

결국 모두가 궁금해했던 '그들은 싸우고 오해하고 다투더라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함께했다'는 문장의 주인공은 여름과 태하였다. 전작인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부터 이처럼 동일한 결말을 내는 작가를 보며, 구남친에 대한 트라우마라도 있는 걸까, 왜 드라마에서라도 주인공을 옛남자와 다시 이어주지 못해 이러는 걸까 싶기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것은 구남친이냐 현남친이냐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냥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내가 진정 사랑하는 그 한 사람을 용기내어 다시 잡을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우리는 현재의 나를 이입하여 드라마를 보고 느낀다. 태하를 응원하느냐, 하진을 응원하느냐는 두 남자의 캐릭터 혹은 배우의 개인적인 매력과 관련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실은 지금의 내 상황이나 마음 상태와 관련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내게 잊을 수 없어 지금이라도 되돌리고픈 옛사랑이 있다면, 혹은 그렇게 돌아온 그와 다시 함께하며 행복한 상태라면 아마 태하를 응원했겠지만, 과거의 누군가가 생각나거나 아쉽지 않을 만큼 현재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면, 왜 지금 곁에 있는 사랑이 얼마나 고맙고 귀한지 모르고, 굳이 과거로 회귀하려는지 흔들리는 여름을 이해할 수 없고, 하진을 응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로 투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떠올리기만 해도 이가 갈리는 구남친과 징글징글하게 이어주었다고 해서, 이 결말에 실망할 이유도, 역시 구관이 명관인 걸까 고민할 이유도 없다. 과거에 놓쳤던 그 남자이든, 현재 내 곁에 있는 그이든, 중요한 것은 누가 내게 그런 '사랑'인지를 아는 것이고, 내 인생의 드라마에서는 그 사람과 함께하는 결말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필자 블로그 방문가기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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