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고찰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조형근kareljay@mhns.co.kr. 글을 쓰고 싶은 음탕한 욕망이 가득하나, 스스로를 일단은 억눌러야 하는 현실.답은 유명해지는 것 뿐일지도 모른

[문화뉴스]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SNS와 언론매체를 접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더는 장문의 긴 글을 선호하기보다는 작은 화면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깔끔하게 정리된 내용을 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콘텐츠의 소비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졌다. 이런 사회에서 최근 대두하는 키워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청년' 과 '양질의 일자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각 정당에서는 청년 최고위원을 뽑겠다고 하고, 각종 뉴스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청년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도대체 어떤 이야기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좀 더 정확하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그럴듯한 말로 표심을 현혹해 자기 위치를 굳히려고 적당한 키워드를 꿰맞춰 이야기하는 건지, 정말 진심성 있게 청년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생각한 건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과연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만이 창조는 아니다.

기존에 주어진 것을 매번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만드는 작업 또한 창조적인 작업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정치권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법안을 제정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일이 아니고, 기존에 있는 법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처벌규칙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검토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진정으로 청년을 위한 길이고, 비단 청년뿐만이 아닌 우리나라 모든 국민을 위한 길이 될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과거에는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였다면, 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세대들이 사회에 입성하기 시작한 지금에서는 많은 연봉보다는 저녁이 있는 삶, 개인 시간이 보장되면서 합리적인 임금을 주는 회사(이 합리적이라는 기준이 얼마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각자 보는 눈이 다른 거니 이게 얼마 정도를 이야기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를 원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상, 이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하는 것은 역시 공무원일 것이다.

그렇기에 공무원 시험은 급수를 막론하고 지금 이 순간 최고의 일자리가 되었고, 고위급 공무원 시험에 통과해도 야근이 많다고 소문난 중앙부처로의 배치는 원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합리적인' 일자리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시간 외에 일하면 그에 대한 수당이 지급되고, 눈치 보지 않고 연차 휴가를 쓸 수 있는 일자리. 이런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봐야 될 것이다.

* 물론, 일자리를 직장인으로만 한정 지을 수는 없으므로 청년 창업이나, 예체능계 등에 대한 지원방안은 별도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 분야에 대해서 겪은 바가 없고, 대부분은 고등학교/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취직'을 하려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직장인 외의 언급은 이번에는 하지 않도록 한다.

이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실 이미 정해진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준수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에 있는 몇몇 독소조항들을 제거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이미 근로자의 8시간 근무를 보장하고 있고,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 지급 및 어떻게 계산되는지도 상세하게 나와 있으며, 전체적으로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들이 체계적으로 명문화되어 있다. 유일한 단점은 이 명문화된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처벌이 무척 솜방망이인 데다가, 제대로 감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심심찮게 이를 어기는 일이 빈번하고, 심지어 위반하고 있는지조차 근로자 스스로가 알지 못한다는 게 문제점이다.

직장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 법한 독소조항의 무척 흔한 예를 두 가지 들어보자면, 저녁 다섯 시쯤 고객사에서 긴급한 전화를 받고(실제로 긴급한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내로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야근하고 있지만, 초과근무수당을 인정받는 경우는 없다. 아마 회사 인사팀에 문의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이대리님은 연봉제라 해당사항이 없으세요"라거나, "연봉이 포괄임금으로 산정되어 있어 이미 초과수당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거나.

연봉제든 포괄임금제든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산정 시간 외에 근무한 시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설명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 저 대답으로 직장인들은 그러려니 하고 한숨 쉬며 그럼 그렇지 하고 돌아설 테니까.

   
 

또 다른 흔한 예를 들어 보자면, 2012년 2월 법이 개정된 이후로 우리에게 연차수당은 없는 수당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연차 유급휴가 사용 촉진 조항을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인사팀에서 6월 정도에 남은 연차 일수를 통보하고, 하반기에 지켜질지 모르는 연차 휴가 사용계획을 제출하는 순간 연차수당은 우리에게 주어질 수 없다. 취지는 물론 연차를 전부 소진하라는 좋은 의미였겠지만, 기업문화가 지금 어찌 그리되어 있던가? 사용을 촉진하는 법을 개정할 게 아니라, 사용하지 않았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조항들을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중요한 건 법적 근로시간을 위반하는 경우가 발생할 때도 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하다. 회사에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본인의 근태가 어떻게 기록되는지 잘 알 것이다. 내가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도 최대한 은폐하고 숨기다가 적발되면 1천만원의 벌금을 내고 말 것이다. 진정 청년위원이라고, 청년대책을 마련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기는 했나? 단순히 허울 좋은 말을 잘 꾸며서 어떻게 하면 지지율을 높일까 생각하고, 이런저런 수당이나 정책으로 예산을 끌어 쓸 생각만 하는 건 아닌가. 

진정 청년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면, 필자는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일자리는 이미 주어져 있다. 이를 양질의 일자리로 보전하기 위해 기존에 있는 법을 잘 정비하는 것이 그대들이 할 일이지, 말끝마다 청년, 청년, 피부로 와 닿지도 않는 일자리 창출을 외친다고 청년을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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