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관람객을 위한 유의할 점, 괜찮은 점, 미리 실망하면 좋은 점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 이호양 ctiger661@mhns.co.kr 습작가 겸 대중문화소비자이자 작가.
[문화뉴스] 총평부터 밝히겠다.
 
10점 만점에 라디오로 자주 듣던 팝송을 새로 접한 사람으로서는 노래의 활용(비극에서부터 '쌈마이'한 분위기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는)에 대해 9.5점, 원작 팬으로서는 어딘지 낯선 캐릭터에 5점, 영화 관객으로서는 최소한 돈 낸 만큼의 볼거리를 선사한 데에 대해 6점을 매긴다.
 
이어 주말에 영화를 볼 예정인 당신에게 스포일러 없는(혹은 최소화한)몇 가지 감상 포인트를 제시한다.
 
   
 

1. 유의할 점
① "영화와 코믹스는 다르다, 특히 '할리 퀸'이 다르다"
제작자 측이 강조했던 점 중 하나는 "영화와 원작 코믹스는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워너 브라더스와 DC 코믹스가 자사의 코믹스를 애니메이션화할 때에는 다양한 각색이 들어가고, 애니메이션만의 특색이 추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신이, 내가 그렇듯, 코믹스 팬이라면 적어도 이 지점은 기억하기를 바란다. 마블 코믹스 원작의 영화조차도 코믹스의 '토르', '닉 퓨리', '토니 스타크'와 영화의 '토르', '닉 퓨리', '토니 스타크'는 아주 다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나오는 '조커', '데드샷', '할리 퀸', '카타나', 기타 등등 캐릭터는 코믹스와 제법 다르다. 근접한 것은 '아만다 월러'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캐릭터 설정에 제법 나름대로의 특색과 개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원작과 가장 다른 것은 '할리 퀸'인데, 탄생 과정 등은 원작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그녀는 전혀 새로운 캐릭터이다. 그녀는 '조커'와 좀 더 대등하고, 영리하며, 그리고 원작보다(혹은 '조커'보다) 더 미쳤다. 내가 이전에 쓴 기사들을 참조하지 말고, 직접 보기를 바란다.
 
② 장르: 시크릿 아이덴티티
최소한 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가지 말 것을 권한다. 이 영화는 파이터 클럽을 무대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어벤저스'와 같이 할리우드식 영웅물(아니 악당물)에 가깝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장르를 엇나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트레일러 제작사가 약간 과장을 한 것에 가까운데, 자세한 것은 뒤에 후술한다.)
 
   
 
2. 괜찮은 점
③ 대중예술의 A-B-C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영화는,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기초를 준수하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이 DC 코믹스 영화를 마블 코믹스의 그것과 비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중예술은 순수 예술이 아니다. 대중예술은, 음악에조차도 '코드 플로우'가 존재하는 등 적어도 표현에 있어서 지켜야 할 A-B-C가 확고한 분야다. 단순히 '코드'가 같다고 해서 노래 간 표절이 바로 인정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코미디 그룹 'Axis of Awesome'의 '4코드로 된 노래들(4 Chord Songs)'을 들으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순수예술가라면 4분 33초간 가만히 앉아 있다가 그것을 곡이라고 주장해도 그것은 성공한 작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어느 나라에서인가 개봉관을 잡고, 관객을 동원해서 수익을 내고자 하는 영화라면, 그것은 대중예술이며, 관객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틀을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대중예술의 평가지표 중에는 관객 수와 수익이 포함된다.
 
마블 코믹스 원작의 영화들 중 '성공한' 것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는 이러한 요소들을 비교적 잘 지키는 선에서 개성을 드러냈다. 허점은 있지만 한 편 내에서 완결되는 명확한 플롯, 이해하기 쉽게 반복해서 짚어주는 복선, 각자 특색을 가진 인물들과 그 사이의 갈등-해소 과정, 기타 등등. 그런가 하면 DC 코믹스의 영화 일부는 종종 이것에 너무 충실하거나('수퍼맨 리턴즈'의 영웅 서사, '그린 랜턴'의 단순성) 또는 감독 특유의 색이 확고한 나머지 이들을 상당수 무시했다('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연출과 서사 등).
 
   
 
이러한 예전 영화들이 비평받은 지점과 달리, 그리고 '맨 오브 스틸'이 호평받은 이유 중 하나와 같이, 이번 영화는 최소한 기승전결은 지켰다. 많은 시사회 평이 지적했듯, '기'가 약간 긴 편이고, '승-전' 부분에서는 사람 몸으로 터진 둑을 막는 것처럼 전개가 다소 벅찬 듯한 느낌은 있다. 하지만 어쨌든 놀랍게도,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에 더해 약간의 숨 돌릴 틈과 유머를 추가했고, 화려한 화면 구성을 채택했으며, 미국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친숙한 노래를 사용했다.
 
④ 화면 구성 
화려한 색채는 '마약' 혹은 '환각'을 암시하는 아주 보편적인 장치이다. 다시 말해, 트레일러, 그리고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색들은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제정신이 아님을 알려 주는 도구이다. 동시에 화면을 다채롭게 해서 눈을 사로잡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 부분의 화면은 좋다.
 
장면별 연출은 극적이지는 않지만, 최소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게 만들었다. 문제는 슬로우 모션이다. 종종 슬로우 모션을 남발한 점은 약간 지겹고, 왜 이 곳에 이 기법이 사용되어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리 실망할 점 : 더불어 당신이 실망하지 않도록, 이에 대해서도 미리 몇 가지를 지적하도록 한다.
⑤ 숨이 차다
장점을 뒤집으면 단점이 된다. 앞서 말했듯, 기승전결을 지킨 것은 좋다. 하지만 확실히 아직까지는, 워너 브라더스가 그것을 완벽하게 운용하기에는 약간 벅찬 듯 보인다. 2시간 내내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고, 덕분에 줄거리로부터 간혹 튀는 요소들이 있다.
 
캐릭터가 많은 탓에, 그것을 도입부로 몰다 보니 이 부분이 늘어졌다. 심지어 어떤 캐릭터에게는, 그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음에도, 왜 대사와 과거 회상 장면이 부여되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유머 부분은 다소 생뚱맞은 것들이 몇 가지 보인다. 그래도 어찌어찌 수습해서 의도한 대로 결말은 냈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 워너 브라더스와 DC 코믹스가 다음번에는 심폐활량을 개선해서 나타날지 기대해 본다.
 
   
 
⑥ 자막
이제 영화에서 번역 이야기는 그만 하고 싶지만, 그래도 몇 마디 써야겠다. 분명한 것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비해서는 이 부분이 개선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사의 10% 정도는 아예 번역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감출 길이 없다. 내 귀는 영어를 듣고 있는데 화면에는 아까 나온 자막이 그대로이다. 몇 가지 치명적일 수 있는 오역도 여전히 눈에 뛴다.

⑦ 제작사와 감독 간 갈등
이미 국내 언론에도 소개가 되었지만, 영화 외적으로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와 감독 데이빗 에이어 간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 8월 3일자(미국 기준) '헐리우드 리포터'에 의하면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감독은 이러한 대형 영화, 그것도 특수 효과가 많은 영화를 처음 다뤄 보는 사람이었는데, 이는 제작비 절감 등 내부 사정에 의한 것이었다. 성공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2) 시한이 촉박한 탓에 감독은 겨우 6주 만에 각본을 완성했는데 윗선은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3) 감독 편집본과 별개로 워너 브라더스는('밝은' 트레일러를 제작한 제작사 '트레일러 파크'와) 자체적으로 편집본을 만들어 내부 시사회를 열었고, 여기서 자체 편집본이 채택되었다(관계자들은 감독이 이러한 과정에 동의했다고 주장한다).
 
(4) 이러한 과정은 한, 두 명으로는 감당 불가능했으며, 영화 편집자로 공식적으로 크레딧에 올라온 것은 존 길로이 1인이었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편집자들이 동원되었다. 이러한 소문이 사실이고, 이후에도 이 과정이 계속된다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더 개선된 영화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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