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극발전소 301

[문화뉴스] "역사를 보는 눈이 어떻게 하나일 수 있습니까?"라는 대사가 극장에 울려퍼진다.

 
최근 연극 '만리향'을 공연한 '극발전소301'이 18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 '예술공간 서울'에서 연극 '영웅의 역사'를 선보인다. 지난해 2인극 페스티벌에서 작품상, 연기상을 받은 작품으로 1979년을 배경으로 백범 김구가 쓴 '백범일지'의 오류를 트집을 잡아 소송을 제기하려 하는 한 일본인 변호사와 그것을 저지하려는 안기부 요원의 대립을 통해 한 민족의 영웅이 행한 잘못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보여준다.
 
작품을 쓴 신은수 작가는 '운현궁 오라버니', '봄이 사라진 계절', '거울 속의 은하수' 등을 통해 망국의 조선황실이 보여준 비극적 상황을 그려내면서 지금을 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번 '영웅의 역사' 역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현재를 돌아보게 했고, 꾸준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어가고 있다. 
 
신은수 작가는 "영웅의 역사엔 잘못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영웅도 결국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영웅이 되었을 때 삶에 있었던 잘못은 영웅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민중들에 의해 정당함을 부여받는다. 정당함의 당위성 따윈 중요한 게 아니다. 민중들에게 있어 영웅은 자신의 역사에 잘못이 없는 존재여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작가는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 있었던 수많은 영웅은 이러한 존재들이었다. 역사엔 진실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영웅의 성역에 들어가 잘못을 들춘다는 건 민중들을 매우 불편하게 하므로, 그들로부터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존재한다. 영웅이란 성역은 역사적 진실이란 창으론 뚫기 힘든 방패다"라고 덧붙였다.
 
"이전의 역사 속에서 가장 중요시되어왔던 이데올로기는 민족주의였다"라고 말한 신은수 작가는 "국가 간의 계속된 약육강식의 전쟁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같은 민족이란 이름으로 뭉쳤다. 이러한 이유로 타민족에 대한 배타성과 대의를 위한 희생이 당연시되어왔던 것"이라고 전했다.
 
   
▲ ⓒ 극발전소 301
끝으로 신 작가는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냉전 시대도 끝났고 국가 간의 경계도 사라져 가고 있다. 민족주의의 세상에서 인본주의의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더는 대의를 위한 희생은 당연시될 수 없으며, 소수의 영웅이 이끌어 가던 시대가 아닌 모두가 이끌어 가는 시대이다. 개인 각자 모두가 영웅인 시대인 것이다. 영웅의 삶과 일반인의 삶의 값어치는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은 새로운 시대인 지금의 관점에서 지나온 역사의 아이러니를 바라보고 있다"라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정범철 연출은 2014년, 2015년 서울연극제에서 2년 연속 연출상을 받은 극작가이자, 극발전소301의 대표로 활동 중인 대학로에 주목받는 연출가 중 하나다. 정범철 연출은 "역사는 여러 시각에서 다루어져야 하고, 그 여러 시각이 모여 입체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두 인물의 대립으로 유쾌하면서도 섬뜩하게 현실적인 위기의식을 제기하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2인극의 매력을 충실하게 보여준 초연 배우들의 활약도 관람 포인트다. '돌아온다', '칸사이주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등에 출연한 리우진 배우가 한국인 안기부 요원, '조남택' 역할을 연기한다. 그리고 '날 보러와요', '짐승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에서 활약한 박정권 배우가 일본인 변호사, '하야토'를 맡았다. 
 
극발전소 301 관계자는 "올해 남해섬 공연예술제에 초청되면서 대학로에서도 재공연을 하게 된 '영웅의 역사'가 보다 더욱 탄탄해진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로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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