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빵빵 터지는 JTBC 예능, 비정상적으로 숨어있는 마녀 같은 매력 대중이 속 시원하게 납득하기 힘들었던 뭔가 찜찜한 이유와 함께 우리나라에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라는 방송이 생겨났다.

물론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종편들은 개국을 축하하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신문사 등을 통해 대대적인 광고와 홍보기사를 실었고, 공중파에서 이름을 날리던 PD, 작가들을 고액의 연봉과 높은 직책으로 자신들의 식구로 삼았다.

하지만 그들이 대서특필하며 축하한다고 내세웠던 최고 시청률은 2%로 너무나 초라했고, 그들의 영향력 또한 미비했다. 하지만 필자는 종편의 프로그램을 보며 안타까웠다. 노희경 작가를 좋아해서 보기 시작했던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때문이었다. 드라마를 보며 시청률 흥행요소가 없어 공중파에서 방영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밀려온 것 같아 아쉬웠고, 너무나 아름다웠던 영상미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화질과 종편에서 방송되는 이유로 비판만 받는 현실이 아쉬웠다.

그러나 분명 이 드라마는 멀게만 느껴졌던 종편 채널을 나에게 꽤 괜찮은 작품을 만드는 방송국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이후 종편의 대표격인 JTBC가 내세운 것은 예능이었다. 뭔가 허술해 보이고, 부족해보이기만 했던 그들의 예능이 제자리에서, 비슷비슷한 아이템으로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던 공중파의 예능보다 더 신선하고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히든싱어 3' 이선희 편은 같은 시간대의 공중파 프로그램보다 높은 7%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 익숙함에 재치를 더하다

JTBC의 대표 예능인 '히든싱어','마녀사냥','비정상회담'은 사실 낯선 소재와 방식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예능들은 누구나 알고 있었던 그 아이템을 대놓고 드러낸다. 과거에도 유명가수 모창대회, 연애상담 프로그램, 외국인 거주자들의 대화 프로그램은 공중파에도 존재했지만 그 프로그램은 대부분 파일럿 프로그램이었지 꾸준히 주마다 방영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알지만 성공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누구나 한번씩은 생각만으로 그쳤던 아이템들을 JTBC는 비공중파 채널이 보여줄 수 있는 재치와 나름의 감동코드를 조화시켜 자신들만의 예능 영역을 만들어냈다. 딱 봐도 엄청 뻔하다.

하지만 뻔한 소재가 특유의 색깔과 제작진의 재능이 결합되었을 때 시청자에게 어떤 환호를 받을 수 있는지 JTBC의 예능들은 보여주고 있다. '모창'이라는 특수한 능력이 보컬트레이닝과 순수한 팬심이 만나 지상파 시청률을 누르며 시즌 3까지 지속해온 '히든싱어'.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상대방의 연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마녀사냥'.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들을 서로 마주보며 앉게하여 그들끼리의 대화 속에서 '케미'를 만드는 '비정상회담'. 정말 뻔하다. 하지만 그들의 '한수'로 인해 이 프로그램들은 재밌다.

▶ 종편형 MC 발굴 성공

한동안 우리나라의 MC는 딱 두 사람이었다. 편안한 오빠 같은 무결점 국민MC 유재석과 힘 있고 지치지 않는 강한 MC 강호동. 두 사람이 예능대상을 한해씩 번갈아가며 탈 정도로 탄탄하게 지속되던 이 구조는 강호동의 잠정 은퇴에 이은 공백기로 이어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유재석의 편안하고 깔끔한 진행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뭔가 과거의 '무한도전'  같은 센 한방이 부족했다.

이때 예능을 앞세운 JTBC는 자신들의 색깔을 입힌 새로운 MC를 발굴하는데 성공한다. 공영방송에서 밉상을 담당하다가 프리를 선언한 전현무, 타고난 개그맨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게 걱정되는 유세윤, MC라기엔 차가울 것 같은, 남자들의 안티 성시경. 이 셋은 JTBC에서 생각지 못 했던 자신들의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

   
 

특히 이 세 명이 모두 출연하는'비정상회담'에서 세 MC의 케미가 터지게(!) 된다. 사실 프로그램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세 명이 진행을 한다는 건 오히려 프로그램을 정신없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셋은 각자 담당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며 스스로를 '비정상'이라고 외치는 한국 속의 외국인들의 케미를 만들어내고 정리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하지 못했던 '성시경'의 재발견에 주목하고 싶다. 발라드 가수, 고려대 출신이라는 뭔가 가까워지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성시경의 까칠하고 너무나 정돈된 듯했던 이미지는 JTBC 예능을 만나며 장점이 되었다.

여자친구와 싸울 때도 조목조목 따지며 지지 않을 것만 같은 그의 이미지는 '마녀사냥'의 그린라이트를 켜고 끌 때 극대화 되었다가,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역시나 여자다!)가 등장했을 때는 옆의 MC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친근한 이웃집 오빠, 형이 되어 돌아온다. 특히 그는 남자들끼리 진행하는 '마녀사냥'과'비정상회담'에서 대활약하며, 그의 '잘자요' 멘트에 식겁했던 수많은 남자 안티팬들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었고, '버터왕자'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깨끗하게 벗어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다.

   
 

JTBC는 최근'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예능으로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지상파가 시도하는 예능들이 시청자들의 관심 밖인 것에 비해 JTBC 예능의 성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도 재방송으로 하루의 방송을 꽉 채운 종편들의 편성표는 여전히 아쉽다. 또한 자극적인 소재와 문구 등으로 일시적인 관심을 주목시키려는 구시대적 발상과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언론의 자세도 여전하다.

하지만 '다름다움', 달라서 더 아름답고 우리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세상이 즐겁다는 그들의 캠페인이 방송 프로그램에도 적용되어 우리의 걱정이 모두 기우였다고 안도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글] 아띠에떠 원 artietor@mhns.co.kr

대중문화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을지로 Oneway 티켓으로 인해 조금은 어렵고 즐거운 서울살이 경험 중. 뭐든지 실천하는 청춘이 되려고 노력 중인 24시간이 모자라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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