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상영 안내 전광판의 모습. '문화가 있는 날' 할인 혜택이 이뤄지는 주요 작품이 매진됐다.

[문화뉴스] '문화가 있는 날' 영화계 슈퍼매치의 승자는 '인천상륙작전'이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더욱 많은 이들이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이다. 27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이해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문체부에 따르면 "7월 '문화가 있는 날'엔 25일 기준 전국에서 2,100개의 크고 작은 문화예술행사가 개최된다"고 밝혔다.
 
그중 전국 340여 개 영화관에선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2D 영화에 한해 5천원이라는 할인된 가격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28일 자정을 기점으로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문화가 있는 날'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135만 명이었다. 휴일 일일 관객이 134만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결과라 볼 수 있다.
 
각 배급사가 큰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기둥'과 같은 간판 작품들을 특정 시기에 상영한다는 의미에 '텐트폴 영화'가 3편이나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이기도 했다. 27일은 최단 기간 500만 관객을 동원한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과 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이 출연하는 '인천상륙작전', 9년 만에 돌아온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이 동시에 상영됐다. 여기에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니모를 찾아서', '아이스 에이지: 지구 대충돌', '빅' 등이 상영됐다.
 
   
▲ 27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의 상영관 배분표. 블록버스터 3편을 상영하는 상영관이 가장 많다.
이날 최종 승자는 46만 관객이 선택한 '인천상륙작전'이었다. 2위는 '부산행'으로 41만 관객이, 3위는 '제이슨 본'으로 30만 관객이 관람했다. 뒤를 이어 '나우 유 씨 미 2', '도리를 찾아서'가 각각 3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관객 동원과 다르게 스크린점유율과 상영점유율은 '부산행'이 앞섰다. 상영점유율에선 '부산행'이 31.9%를, '인천상륙작전'이 27.3%를, '제이슨 본'이 21.7%를 기록했다. 스크린점유율에선 '부산행'이 22.2%를, '인천상륙작전'이 19.5%를, '제이슨 본'이 16.7%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치에서 보여주듯 세 영화의 대결은 이번 주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엇비슷한 점유율에선 결국 작품성이 관객을 끌어모으기 때문이다.
 
1위부터 3위까지 차지한 세 작품은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수행됐던 비밀 첩보작전인 '엑스레이 작전'을 모티프로 기획됐다. 영화에선 해군 대위 '장학수'(이정재)가 이끄는 첩보부대가 8명 소수 인원으로 인천에 위장잠입, 적군의 배치와 무기 현황 그리고 연합군이 상륙할 수 있는 경로를 입수하기 위해 분전한다.
 
여기에 해군첩보부대가 '서진철'(정준호)을 비롯한 17명의 켈로부대(KLO)와 연합작전을 펼치면서 목숨을 바쳐 정보를 얻어내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처럼 '인천상륙작전'은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전투 중심과는 차별화된 첩보전을 선보인다. '장학수'(이정재)와 그의 정체에 대한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않는 인천 방위사령관 '림계진'(이범수)의 긴장감이 주 관람 포인트다. 그러나 "신파를 강요하며, 시대에 뒤처진 반공 영화"라는 평단의 지적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 7월 '문화가 있는 날'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세 편의 영화 포스터.
'부산행'은 우리나라엔 드문 '좀비'가 떼로 몰려다니는 블록버스터다.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과 기차라는 밀실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이기심, 사회적 갈등 등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 국내 영화계에선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장르 영화로 분류되어 흥행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 영화의 홍보 멘트엔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에 찾아왔다'는 내용으로 '좀비'라는 내용이 가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에도 관객의 손길이 뻗기 시작했고,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Z'가 523만 명이 관람하기도 했다. 결국, 600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좀비 소재 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동시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변칙 개봉'과 더불어 유료 시사로 일어난 '스포일러' 유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제이슨 본'은 가장 완벽한 무기였던 요원 '제이슨 본'이 자취를 숨기고 사라졌다가 자신의 기억 외에 과거를 둘러싼 또 다른 숨겨진 음모와 마주치게 된 뒤, 다시 돌아오면서 펼쳐지는 내용을 다뤘다. 21세기 '액션의 바이블'로 평가받는 '본 시리즈'의 5번째 이야기로, 21세기 명절엔 성룡 영화 대신 '본 시리즈'가 방송된다는 우스개도 있다. 2002년 '본 아이덴티티'를 시작으로, 2004년 '본 슈프리머시', 2007년 '본 얼티메이텀'까지 시대를 앞선 액션과 뛰어난 각본으로 마니아층을 다지며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흥행을 거듭했다.
 
그 중심엔 '제이슨 본'을 연기한 맷 데이먼과 감독 폴 그린그래스의 힘이 있었다. 둘이 출연하지 않은 속편 '본 레거시'가 실패하며, 관객들은 두 배우와 감독의 조합이 필수라고 외쳤고 결국 그 바람은 이뤄졌다. '본 얼티메이텀' 이후 9년 만에 '제이슨 본'으로 돌아온 맷 데이먼은 "'제이슨 본'은 내 생애 최고의 캐릭터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높은 '마니아 시리즈'라는 인식과 시리즈의 액션과 줄거리를 답습한다는 지적이 있다.
 
   
▲ '문화가 있는 날' 오후, 극장가는 관객들로 붐볐다.
이렇게 블록버스터 전쟁이 펼쳐진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27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를 찾은 한 20대 커플 관객은 "문화가 있는 날을 알고 있었다"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할인 혜택을 알게 됐다.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은 혜택인 것 같다"고 밝혔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입시 스트레스를 풀고자 극장을 찾았다는 고3 수험생 관객은 "오늘 여기 예매를 할 때 할인되는 것을 보고난 후에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혜택이 앞으로 좀 더 자주 진행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더 많은 홍보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문화가 있는 날'은 정부의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의 대표정책으로 문체부가 융성위와 함께 2014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누구나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 등 전국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국민 문화향유 확대 캠페인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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