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이던 화학 공장 이전 후 공장 건물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활용

덮어두고 재건축하는 방식을 극복해 뛰어난 도시재생 사례로 주목

ⓒ '코스모40' 홈페이지

[문화뉴스 MHN 주재현 기자] 인천 서구 가좌동 화학공장 단지가 이제 문화예술단지로 불리고 있다. 기존 공장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코스모40'덕분이다.

'코스모40'은 옛 코스모화학 공장단지의 40동 건물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옛 건물번호 40을 살려 '코스모 40'이라고 이름붙였다. 대부분의 화학공장이 그렇듯 코스모화학의 정제시설은 인근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더욱이 코스모화학의 공장 설비는 노후화가 심해 악취와 환경오염 우려가 더욱 컸었다.

인천시와 가좌동 주민들은 코스모 화학이 공장 이전을 결정하자 해당 부지를 지역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생시키기로 했다. 기회만 생기면 옛 건물을 다 밀어버리고 상가, 아파트, 오피스텔을 짓는 우리 건축 풍토에 비춰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 이례적인 고민이 가치있는 결과를 탄생시켰다. 프로젝트를 맡은 건축팀이 새로운 건물을 짓는 대신 기존의 공장 건물을 활용해 문화공간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코스모40'은 상대적으로 문화공간이 부족한 서울 외 지역에 조성돼 그 의미가 남다르다. 

 

ⓒ '코스모40' 홈페이지

오래된 산업 설비를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원래 시내 한복판 템즈강변에 위치한 석탄발전소였다. 매연과 소음으로 혐오시설이 된 석탄발전소를 철거하지 않고 미술관으로 만들자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산업 시설 특유의 분위기가 현대 예술과 어울린데다 거대한 발전기를 돌리던 곳이라 공간이 넓고 천장이 높아 미술품 전시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가 중국에도 있다. 베이징 인근의 798예술구는 냉전시대 중국의 무기공장 단지다. 시설이 노후화되고 공장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버려지자 싼 임대료와 넓은 공간을 원하는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지금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단지가 됐다. 기존 산업시설을 재건축 하지않고 그대로 활용해 갤러리나 카페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테이트모던, 798예술구 ⓒ 위키피디아

산업시설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것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비용이 저렴하다. 철거비용은 물론 재건축 비용까지 절약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양식으로 양산되는 신축건물과 달리 고유한 모습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옛 산업 시설을 보존하는 것이므로 건축의 역사성 측면에서도 좋다. 게다가 산업시설의 경우 일반 주택이나 상가와 달리 보통 넓은 면적과 층고를 가지고 있다. 대형 산업 시설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복합문화시설의 경우 대형작품 전시, 회의, 공연을 위해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종종 예술가들이 옛 산업시설에 갤러리를 만드는 이유다. 산업 시설 특유의 기능주의적 인테리어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덤이다.

  

ⓒ '코스모40' 홈페이지

'코스모 40'은 기존 공장에 보행공간과 옥외계단만 추가하고 공장 내부는 전시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1층에는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 관객들이 편하게 와서 먹고 마시고 즐길수 있다. 화학부산물이 쌓여있던 창고와 공터에는 공원이 조성됐다. 지난 10일까지는 사진작가 신경업의 개인전이 메인홀에서 열렸고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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