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트루맛쇼'로 데뷔 후 아무도 감히 건들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들춰온 김재환 감독 영화 5선

[문화뉴스 MHN 주재현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들을 앞뒤 가리지 않고 파고드는 감독이 있다. 바로 김재환 감독이다. 2011년 데뷔 작품부터 숱한 이슈를 몰고 다녔다. MBC PD출신인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형식으로 남들이 감히 건들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치부를 과감히 들춘다. 워낙 첨예한 문제를 다루다 보니 소송은 달고 산다. 오른쪽에선 "빨갱이" 왼쪽에선 "변절자"라고 비난받는다는 김재환 감독, 그러나 김재환 감독에 대한 가장 적절한 평은 "그래도 이런 말 하는 사람 한 명 쯤은 있어야 한다"일 것 같다. 하고싶은 말 다 하고 사는 김재환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그가 던지는 메세지를 확인해보자.

 

■트루맛쇼(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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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감독을 세상에 알린 화제의 데뷔작이다. 지상파를 뛰쳐나온 그는 첫 작품으로 지상파를 겨냥했다. 매년 지상파에는 약 만여 개의 식당이 전파를 탄다. 전부 다 맛집일리 없다. 협찬의 탈을 쓴 뇌물이 오간다. 김재환 감독은 유명 쇼핑몰에 몰래카메라 식당을 차렸다. 식당은 거울 뒤 카메라로 모든 것이 촬영되는 다큐멘터리 세트다. 김재환 감독은 식당을 영업하면서 지상파 방송사에 접근한다. 이윽고 평범한 식당이 'TV추천 맛집'으로 둔갑하는 과정이 신랄하게 공개된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유명 프로그램을 역으로 '몰래카메라'하는 장면은 웃음을 넘어 허탈하다. 개봉금지 가처분 신청 등 김재환 감독을 온갖 송사에 시달리게 한 작품이지만 이 영화로 그는 영화계의 이슈메이커로 등극했다.

 

   

■MB의 추억(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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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작품으로 김재환 감독의 시선은 정치판을 향했다. 이명박 대통령 마지막 임기인 2012년, 그의 대선활동을 되돌아보는 풍자 다큐멘터리를 개봉한다. 특정 정치인을 풍자한 것도 논란이었지만, 그보다 아직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과감히 풍자 다큐멘터리를 개봉한 것이 이 영화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MB의 추억'은 당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던 2012년의 시점에서 2007년 대선을 되돌아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미래를 아는 입장에서 당시를 되돌아 보는 것이다. 유난히 '광풍(狂風)'이었던 2007년 대선을 통해 김재환 감독은 한 정치인의 풍자를 넘어 '코미디'같은 우리 정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쿼바디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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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정치판에 한 방씩 먹인 김재환 감독의 카메라가 이번에는 종교계를 향했다. 이쯤되면 우리나라 최고 권력은 다 한번씩 건든 셈이다. '쿼바디스(Quo vadis)'는 라틴어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의미다. 한참 대형 교회의 세습 논란이 커지기 시작하던 시점, 김재환은 영화를 통해 탐욕에 빠진 교회가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말 그대로 '쿼바디스 한국교회'다. 개봉 당시 기독교계는 반발했다. 역시 소송도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김재환 감독 본인이 기독교인이며, 많은 기독교들도 '쿼바디스 한국교회'라는 김재환 감독의 물음에 공감했다. 꼭 기독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김재환 감독이 기독교인이기에 기독교가 영화의 대상이 됐을 뿐 아마 이 영화의 진짜 물음은 '쿼바디스 한국종교"일 것이다. 

 

 

■자백(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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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한민국에도 버젓이 간첩조작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면? 영화 '자백'은 '최승호 피디'가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리얼리즘도 이런 하이퍼리얼리즘이 없다. 출연진 목록을 보면 '최승호(본인)', '김기춘(본인)', '원세훈(본인)' 다 '본인'이다. 영화라기보다 40개월에 달하는 추적 취재의 '요약 보도문'에 가깝다. 한참 탄핵 정국으로 대한민국이 뜨겁던 2016년 겨울 개봉한 '자백'은 당시 탄핵 관련 소송의 주요 당사자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무려 '출연 배우'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 감독은 '최승호' PD가 맡았지만 김재환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해 사회의 치부를 신랄하게 들춰내는 특유의 감각이 영화에 녹아있다.

 

  

■미스프레지던트(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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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프레지던트'는 김재환 감독에게 '빨갱이'와 '변절자' 두 칭호를 동시에 선사한 영화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지만 여전히 그 지지자들은 거리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부분 어르신들이다. 김재환 감독은 그 '태극기 어르신'들과 공존하며 살아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양 극단의 시선을 잠시 거두고 '태극기 어르신'들의 삶과 심리를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 덕분에 김재환 감독의 '내력'을 알고 영화를 본 왼쪽 사람들은 '독재 미화'라고 비판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헌정영화인줄 알고 봤던 오른쪽 사람들은 잘만든 영화라고 호평하다 뒤늦게 보이콧 하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평이 극단적으로 나뉘지만 우리나라가 좋든 싫든 '태극기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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