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오혜재 그림전 '기억 한 컵, 공상 한 큰술'이 8월 2일부터 8월 14일까지 2주간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립니다.

바나나를 보고 빨간색 바나나껍질을 상상하고, 호박을 보면서 각 골마다 할로윈의 상징들로 채워진 호박을 떠올리고, 주사위의 숫자들을 과일 씨앗으로 바꿔보는 것. 이렇게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하는 것을 '몽상'이라 하니, 이번 전시의 작가 오혜재는 화가이기 이전에 먼저 '몽상가'라 부를 수 있습니다. 

작가는 머릿속에 수없이 떠오르던 그 '몽상'들을 종이 위에 그리기 시작했고, 2015년에 '굿모닝, 미스 월드와이드'라는 제목의 전시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일반적인 그림들과는 다른 '오혜재식' 그림에 대한 호평과 전시작 대부분이 판매되는 이변을 낳았고, 전시 수익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통해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로 돌려졌습니다.

이후에도 몽상부터 꿈과 추억, 일상과 사회에 대한 고민까지 여러 생각들을 펜과 색연필을 사용해 얇고 굵은 선, 빠르거나 느린 선, 다양한 색채로 변환하는 '오혜재식 그림 그리기'가 지속돼 이번 전시 '기억 한 컵, 공상 한 큰술'이 완성됐습니다.

빨갛고 파란 껍질의 바나나, 할로윈 호박, 동양적인 문양이 토핑처럼 얹힌 피자 등 '기억 한 컵, 공상 한 큰술'의 소재는 모두가 먹거리인데요. 각종 요리 프로그램과 요리사가 등장하는 드라마, 다큐멘터리까지 음식을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요즘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불러낸 그림들이라고 하네요. '인종차별', '한국 피자', '쿠바인 칵테일' 등의 그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음식이 담고 있는 상징과 문화에 대한 고민도 뒤따랐습니다.

녹색의 아보카도부터 붉은 색의 드래곤후르츠, 보랏빛의 망고스틴까지 형형색색의 달콤한 열대과일들이 흑백의 두개골과 대비되어 삶과 죽음의 극명함을 보여주는 '바니타스(vanitas)'처럼, 그녀의 기억과 기발하고 자유로운 공상들은 쉬이 잊히지 않는 이미지로 여러분에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 바니타스 III(Vanitas III). 29.7 X 42 cm. pen and colored pencils. 2016
   
▲ 아담과 이브(Adam and Eve). 29.7 X 42 cm. pen, brush pen, and colored pencils. 2016
   
▲ 인종차별(Racism). 29.7 X 42 cm. pen, brush pen, and colored pencils. 2015
   
▲ 주사위(The Dice). 21 X 29.7 cm. pen and colored pencils. 2016
   
▲ 쿠바 칵테일 I(Cuban Cocktail I). 21 X 29.7 cm. pen and colored pencils. 2015
   
▲ 한국 피자(Korean Pizza). 29.7 X 42 cm. pen, brush pen, and colored pencils. 2016
   
▲ 할로윈 호박(Halloween Pumpkin). 29.7 X 42 cm. pen, brush pen, and colored pencils. 2015

[글]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사진] 갤러리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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