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성열 작가

[문화뉴스] 그 시절, 우리의 모든 것이었던 친구와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잠자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 '우리들'의 명장면을 다시 살펴봅니다.

 
한국 다양성영화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3만 관객을 목전에 둔 '우리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장면은 오프닝의 피구 장면입니다. '가위바위보' 소리와 함께 피구 편을 나누는 아이들의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주인공 '선'의 클로즈업 장면은 백미인데요. 자신이 선택받을까 기대에 찬 표정에서 점차 선택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복잡미묘한 선의 표정 변화가 인상적이죠.
 
   
 
 
두 번째 '우리들'의 명장면은 어른 관객들의 마음을 뜨끔하게 만듭니다. 학교에서 외톨이로 소외당하고 있는 '선'의 마음을 모르는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 무심하게 "애들이 일 있을 게 뭐 있어, 그냥 학교 가고 공부하고 친구들하고 놀고 그럼 되는 거지"라고 퉁명스럽게 내뱉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상은 때로는 어른보다 복잡미묘하고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과도 같은 잔인한 세상이죠. 아버지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이 대사는 마냥 순수할 것이라 지레 판단했던 아이들의 치열했던 세상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고, 잊고 있었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편, '오늘의 한 줄'로 선택한 부분은 바로 이 장면입니다. 주인공 '선'의 남동생 다섯 살 '윤' 역을 맡아 깜찍한 외모와 당돌한 말투, 자유로운 영혼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심(心)스틸러 강민준은 영화의 말미, 강력한 마법과도 같은 해답을 전하죠.
 
   
 
 
친구와 싸우고 돌아와 얼굴에 멍이 잔뜩 든 '윤'을 보고, 누나 '선'이 혼을 내자 '윤'은 특유의 무신경한 말투로 "그럼 언제 놀아?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친구가 때리고, 나 그냥 놀고 싶은데…"라고 대답합니다. 저절로 관객들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이 장면은 관계에 서툴고, 사람에 멍든 우리들의 마음에 속 시원한 한방과 한 뼘의 용기를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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