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정보교류의 장. 온라인 카페 가입후기

   
▲ 즐거운 마음으로 카페에 가입도 하고 다른 회원들이 모은 피규어 사진첩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사진을 통해 대리만족도 누리며 구경을 하고 있던 중 나는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문화뉴스] 본래 취미생활이라 해도 조용히 혼자 즐기는 편인 나는 동호회 활동 등을 잘 하지 않는다.

이례적으로 몇 해 전 춤을 시작했을 때에만 좀 제대로 배워 보고자 수년간 동호회 활동을 했던 것을 제외하면 소싯적 통기타도 혼자 독학으로 했고, 자전거도 혼자 타고 다녔으며, 사실 피규어를 좋아하지만, 남들처럼 집에 호화로운 조명이 나오는 유리 장식장을 서 너 개 쯤 들여놓고 형형색색의 수많은 피규어를 모셔두지 않기에 조용히 좋아하는 것들로 소소히 나 자신이 만족하기 위한 취미 활동을 지향해 왔다.

며칠전 손쉽게 좋은 정보들과 빠른 소식을 얻을 방법을 고민하던 중 자주 사용하는 방식인 인터넷 카페에 가입을 해보기로 했다. 요즘처럼 바쁜 현대인들에게 빠르게 소통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이 쉬운 인터넷 카페의 활동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단순히 온라인상에서의 소통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정식 모임까지 그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고 쉽게 취미활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정보 교류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취미 활동에 흥미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 역시 기대해 볼 수 있다. 손쉬운 방법으로 녹색창에 "피규어"를 검색해 보았다.

   
▲ 좋아하는 것들로 소소히 나 자신이 만족하기 위한 취미 활동을 지향해 왔다.

여러 카페의 목록이 있었으나 "액션피겨"(http://cafe.naver.com/actionfigure) 이름의 카페를 발견하였고, 활동하는 회원의 수뿐만 아니라 활동 시기 또한 오래된 믿음직한 카페라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가입하게 되었다. 몇 가지의 글들과 성의 있는 댓글, 개인 SNS 등에 좋아요(b)를 표시해 주는 것만으로도 인터넷 카페는 우리에게 그동안 쌓아온 수많은 지식과 노하우의 문을 열어준다.

나처럼 "정보가 부족한 취미인에게 이렇게 많은 양의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세계였다. 조용히 취미생활을 즐기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만남의 장은 없을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카페에 가입도 하고 다른 회원들이 모은 피규어 사진첩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사진을 통해 대리만족도 누리며 구경을 하던 중 나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모 회원이 그동안 자신이 모은 피규어 등을 장식장에 잘 정리해서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일단 그 수량에 매우 놀랐고 두 번째로 수집품의 질이 굉장히 우수했다. 쉽게 말해 고가의 물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다는 수제피규어까지 말 그대로 양과 질이 모두 충족된 우수한 수집품들이었다.

사실, 모 회원의 글을 읽고 나서 한동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평소 깊게 빠지지 않는 다양한 취미생활로 수많은 경험을 쌓고 나름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했건만, 초야에 숨어 지내던 은둔 고수를 만나 깊은 깨달음을 얻은 듯, 머리와 마음속에선 끝나지 않는 메아리가 치는 듯, 한참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어서 카드를 꺼내고 평소 갖고 었던 것들을 다 사라고 외치고 있었고,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이성을 찾으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났다. 아직 지갑 속의 카드는 꺼내진 않았지만, 시시때때로 모 회원의 글을 다시 한 번 읽고 사진들을 보고 있긴 하다.

   
▲ 요번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나의 창작욕과 소소한 소일거리에 대한 갈망이 눈을 떴다.

생각해보면 뒤늦게 가벼운 취미생활로 시작한 나에게 광적인 수집욕과 소유욕이 있을 리는 없지만, 처음 마음먹었던 것처럼 살 돈이 없으면 만들기라도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만들기 위해 시작했던 유령 잡는 그 총은 아직 진전된 것이 없다.

패기 있게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없어 부끄럽기도 하지만 요번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나의 창작욕과 소소한 소일거리에 대한 갈망이 눈을 떴다. 남자들이여, 아니 일단 나부터 좀 제대로 시작하자.

[글] 아띠에터 김민식 artietor@mhns.co.kr

어린왕자를 좋아하는 30살 유부남이자 소싯적 한 춤(!)한 이력의 소유자. 홍대역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디자이너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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